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4-1.의약분업 비용문제 해법은 중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4-1.의약분업 비용문제 해법은 중

  • 김병덕기자 kduck@kma.org
  • 승인 2001.07.19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업전후의 수가차액에 따른 수입증가가 4조원이 넘는데도 2001년 실제 총진료비가 자연증가율 추계보다도 더 적게 발생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것이 바로 통계의 마술적 허구인 것이다. 정부의 분업효과에 따른 재정증가요인에 대한 고찰은 단편적인 고찰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는 분업에 따른 지출감소 요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증가요인만 고려했기에 정확한 추계를 마련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분업 후 수가차이로 인한 증가요인도 있지만 의료기관의 기존환자수의 감소로 인한 부분, 약국에서 의료기관으로의 환자이동이 정부의 예측보다 적게 이동되고, 의료공급자의 의료서비스 제공행태의 변화,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행태의 변화(의료이용자제, 2차에서 일차로의 이동) 등으로 전체 진료비가 증가하기보다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자연증가율 범위에 있게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분업 후 1차의료기관의 수입이 분업전보다 일정정도 증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그동안 복지부 자료나 언론의 과장된 자료처럼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그 근거는 2001년 2월부터 6월까지 지급된 총진료비 규모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표1〉.

그런데 2001년 상반기 동안 발생한 실제 진료비는 2001년 자연증가율 추계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더구나 이 중 거의 1/4은 약계로 이전되어 전체 의료계의 상대적 부분은 66%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 해 총진료비가 20조나 되어 급여비 및 관리비로 14조 6천억이 지출되기 때문에 의료계에 고통분담의 명목으로 1조 5천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5조 5천억이라는 천문학적 말살이다(추계차이 4조+ 고통분담 1조 5천억)

2. 단기적 증가 원인 분석에 있어 일관된 집착
〈표1〉을 보면 2000년 11, 12월과 2001년 1월의 진료비가 다른 때와는 달리 유난히 많이 증가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올 해 3월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진료비의 증가수준이 어떠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가인상이 주 요인이라는 정부 측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재정파탄이 수가인상 때문이라는 공격을 의료계는 정부와 공단, 언론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부당하게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올 해 상반기 진료 실적을 다시 검토해보면, 2000년 4/4분기와 올해 1월 진료비의 갑작스러운 증가 원인에 대해 분명한 재평가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그동안 의료계가 누누히 주장해오던 것이지만 우리사회는 그동안 정부의 조작적 자료에 세뇌되어 건강보험재정파탄의 원인과 규모에 정확한 이해를 갖지 못해왔다.

현 단계에서 특정기간 진료비의 갑작스러운 증가요인은 대체로 다음 3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보험청구의 지연.
실제로 분업후 2000년 8, 9월의 진료비는 대부분 11, 12, 1월에 걸쳐 청구되었다. 이것은 주지하다시피 심사평가원과 의료기관 사이의 전산청구프로그램의 호환성 문제로 비롯된 것이었다. 최근 한국개발원 이혜훈 박사가 공단의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 같은 근거는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이 같은 보험청구 실태를 알 길이 없는 이박사는 분업후 보험청구가 분업전보다 더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만 분석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청구가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연청구와 이 시기에 새로 발생하는 진료 분이 한꺼번에 몰려 진료비 총액과 환자수가 예년에 비해서 증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현재까지도 청구된 자료를 분석할 때 특정기관이 특정 월에 청구한 진료비는 한 달분이든 두 달분이든 한 의료기관의 그 달치 진료비 수입으로 평가되기에 2000년 11, 12월과 2001년 1월의 진료비는 대거 증가되고 청구기관당 진료비 수입과 진료건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잘못 평가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보험자는 8, 9월의 진료비는 파업의 영향으로 적게 나타났지만 2000년 11월부터는 분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기에 분업에 따른 수가차액으로 진료비가 대거 증가한 것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표2〉의 약국청구자료를 보게되면 파업의 영향보다도 청구 프로그램상의 문제로 진료비 청구가 지연되었음을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약국의 9, 10월 심사결정액자료는 11, 12월 자료와 비교할 때 거의 의약분업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의료계의 진료비 청구는 11, 12월에는 물론 미치지 못하지만 약국에 비하면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분업이전 의료기관의 진료비 발생 이 후 청구된 것을 의미한다(이 시기에 분업 이전 것은 기존의 프로그램으로 청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약국은 분업 이전에는 기존의 청구건수가 워낙 작기 때문에 8월부터의 진료비에 대한 청구만이 가능하다. 8월부터 진행된 의료계의 파업이 아무리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약국의 9월분 심사지급결정액이 분업전보다도 적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약국도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청구프로그램상의 문제가 있어 8월부터 조제한 조제비청구가 지연되었고 이것이 11∼12월부터 대거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의료계가 수차에 걸쳐 주장한 바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수입증가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주장하기 위해 이러한 자료적 한계를 보완하지 않고 5월말 종합대책자료에서조차 그대로 수가인상에 의한 재정파탄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둘째, 파업영향으로 인한 대기수요자들의 일시적 진료로 인한 수요의 증가.
이 부분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차의료의 경우에는 특별한 영향이 없겠지만 2, 3차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일시적 수요증가를 발생시킬수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분업의 효과로 인한 수요의 증가로 볼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파업에 의해 발생이 미루어졌던 것이므로 파업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측면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약국환자의 이동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환자수 증가(분업효과).
2000년 11, 12월과 2001년 1월 자료를 평가하면서 정부와 공단, 평가원 등 각계에서는 약국환자의 의료기관 이전으로 환자수가 20% 이상 증가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고찰이다. 우선 11, 12, 1월의 자료에서조차도 이 기간에는 환자수가 증가되었는데 이후 환자수가 감소한 것은 분명히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기간에서 조차도 두 달 분이 한꺼번에 청구되었기 때문에 의료기관당 평균환자수와 수입이 증가되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질적인 월간 평균환자수가 증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업후 의료기관의 환자수와 평균수입은 〈표3〉과 같다.

의료기관 파업과 보험청구상의 문제가 해소되는 2001년 2월부터 정상화된 의료기관의 실적은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증가율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재정안정화 대책의 문제점

원인분석과 재정적자의 규모 파악이 정확하지 못하기에 단기 대책이던 중장기 대책이든 적절한 해법을 찾기란 사실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민과 의료계에 책임전가하기 위해 마련된, 적자의 의도적 과잉추계를 바탕으로 한 재정안정화 대책 하나하나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2001년 상반기 진료비 청구동향은 진료비의 년평균 자연증가율 범위안에 있는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현 단계 재정파탄에 대한 단기대책은 지출을 담보할 수 있는 수입대책을 마련하는 일이고 그동안 정부가 정치적으로 방기해왔던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국고보조를 확대하여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분업 후 수가변동으로 인하여 4조원의 지출증가 요인이 있다고 주장하여 왔으나 이는 분업효과에 대한 단편적인 고찰일 뿐이었다. 2001년 상반기 동안 실제 진료비는 수가를 그렇게 많이 올리고도 분업이전인 99년과 비교해보면 자연증가율 범위 안에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부분 조차도 약제비와 조제 기술료의 부분으로 잠식당하여 실질적으로 의료계의 부분은 자연증가율분 대비 66%에 지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자연증가율 범위의 증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단기 대책으로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진료비의 자연증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증가,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 국민들의 의료이용수준의 향상, 물가상승, 의료인수 증가,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 의학 및 제약 기술의 발전 및 의료제도의 현실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지금의 자연증가율 수준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증가 추세인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부족한 것인지 비교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증가 경향에 대한 열린 논의를 통해서 분업후 우리 나라 의료체계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파탄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이, 위기를 정치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대해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함께 논의해본 적이 있었는가. 정확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료계와 국민이 함께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가. 민주적 개혁을 표방하는 현 정부의 정책집행 방식은 무모하리 만치 성급하고 폐쇄적이다. 조정자로서 협력과 조화와 상생을 창출하기보다는 권력의 남용과 무분별함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계의 파탄을 야기하여 한국의료체계의 붕괴를 서두르고 있다. 의사와 국민을 적대적 관계로 조장하며 이루려 하는 개혁의 완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대책들이란 사실 새로운 것이기보다는 이전부터 많이 논의되어 왔던 대책 방안들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보다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간의 사회적 합의와 또 이러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만드는 가운데에서야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인프라도 구축함이 없이 각종 대책 방안들을 발표하는 데에 급급하다. 이제는 정부가 얄팍한 정치지향적 가면을 벗고 국민 앞에 솔직하고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현 단계의 문제가 폭력적 억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단의 이해관계를 심도깊이 파악하는 가운데 조정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창조와 협력이 도모되는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 가야할 시점에 우리가 분명히 서있기 때문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