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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2.국민여론의 현주소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2.국민여론의 현주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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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향상 '기대' 부작용 현실화 '실망'



지금부터 약 3년전, 의약분업 논쟁이 한창 열기를 더해가던 1998년 9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의약분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의약분업 실시 후 의약품 오남용이 줄어들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69%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서울 및 수도권지역 거주 시민 4백70명 대상)에서도 대다수의 국민은 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개선할 것(79.2%)으로 믿고 있었다.

이 후 2000년 7월 의약분업 전면 실시와 세차례의 의사파업, 그리고 의약분업 시행 1년을 맞은 오늘에 이르러 이같은 국민들의 기대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갤럽이 올해 2월 전국 성인 남녀 1,0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의약분업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란 응답이 51.3%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반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4.4%에 그쳤다. 이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사회발전연구소가 비슷한 시기인 3월에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의약분업의 목적 달성, 즉 의약품 오남용 방지의 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21.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약분업 제도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대의명분은 제도 강행을 위한 정치성 구호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 해주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의약분업은 그다지 좋지 않은 제도'라는 응답이 53.5%, `전혀 좋지 않은 제도'라는 응답이 15.1%로 나타나 국민 10명중 7명은 의약분업이 좋지 않은 제도라고 답했다〈아래 그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조사에서도 `의약분업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므로 꼭 실행돼야 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반면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49%),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정책이다'(25.7) 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분업 시행 전에 실시된 많은 설문조사 결과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의약분업을 실제 겪고 난 후 어느정도 실망했는지를 잘 나타내 준다. 98년 8월 의원문제연구회가 서울시민 1,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2.4%가 실시를 찬성했고, 같은 시기 원드리서치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86%가 제도 시행을 공감했었다.

국민들은 의약분업 시행 전부터 이 제도로 인해 겪어야 할 불편함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한국갤럽이 98년도에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국민 불편의 증대'(74%)였다. 이같은 국민의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는 제도 시행 훨씬 전부터 의약분업으로 인한 불편 감수의 불가피성을 홍보했다. 분업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다소의 불편을 겪는 것에 비하면 훨씬 유익한 것이라는 선전이었다. 그렇다면 제도를 겪고 난 후 국민들의 느낌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애초의 우려대로 병의원 이용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84.9%가 제도 시행 전보다 더 불편해졌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병원·약국을 왕래해야 하는 번거로움 ▲시간 소모 ▲비용 증가 ▲절차 복잡 ▲힘이 든다 순으로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전체 535명 응답자의 92.8%가 의약분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역시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이동 불편과 시간 소모를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조사에서 국민의 의약분업에 대한 만족도 평균 점수는 35.45점에 그쳤으며,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불만 사항으로는 ▲보험료 인상 ▲약 구입의 불편함 ▲초진·재진료 인상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보험료 등 의료비 증가에 대한 높은 불만은 분업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를 줄곧 부정해 온 정부의 주장이 한낮 허구였음을 국민들이 몸소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의약분업에 대해 국민들은 시행 전과 비교해 얼마나 더 잘 알게 되었을까. 98년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의약분업에 대해 듣거나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73.3%에 달했고, 같은 해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도 의약분업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이로부터 약 3년이 경과된 후 실시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의약분업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국민들의 의약분업 이해수준은 평균 100점 만점에 47.44로서 대체로 잘 모른다는 답이 지배적이었다. 시민단체인 의료개혁시민연합이 올 초 전국 18개 지역의 일반 소비자 1,8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4%가 `의약분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정부의 의약분업 홍보 전략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이 분업 실시 이후에도 여전히 낮은 이해 수준과 높은 불만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제도가 시행의 당위성만을 가지고서는 안정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특히 분업 실행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비민주성, 준비 부족, 비합리성(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이상이 이같이 답했음)은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 주 원인이었다.

정부는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정치적 술수로 무마하려는 생각에 앞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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