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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 협착 '바이토린'도 별 수 없다

대동맥 협착 '바이토린'도 별 수 없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9.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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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막 질환 포함 주요 심혈관 질환 예방 1차 목표 달성 실패
허혈성 심질환 위험은 22% 낮춰…암 발생 위약보다 많아 '찜찜'

강력한 지질 강하 효과를 보인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이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서 위약 대비 판막 질환을 포함한 전반적인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술적 치료만 가능했던 대동맥 협착증에 대해 스타틴이 내과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란 기대가 무너졌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와 <NEJM>에 발표된 SEAS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토린은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서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대동맥판막 질환 위험도 마찬가지였다.

SEAS연구는 1차 연구 목표로 대동맥판막 질환(사망·대동맥 판막 치환술·대동맥 협착으로 인한 울혈성 심부전)과 허혈성 심장 질환(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CABG·관동맥 중재술·불안전성 협심증·비출혈성 뇌졸중)을 합친 복합 지표를 비교했으며, 2차 연구 목표로는 두 질환을 분리해 살펴봤다.

이번 연구에는 스타틴 치료가 필요 없으면서 심질환 발생 위험이 낮은 1873명(45~85세)의 환자가 참여했다.

기대를 저버린 바이토린

평균 52.2개월의 연구기간 동안 위약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3.8% 낮춘 데 비해 바이토린은 53.8% 낮췄다. 그동안 학계에선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춤으로써, 대동맥 협착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 질병이 급격히 진전되는 시점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도 SALTIRE연구에서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 대한 유의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MSD 관계자는 "어떤 스타틴도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서 위약 대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 대동맥 협착증에서는 바이토린도 별 수 없었다. 연구의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효용성 논란 잠재우나

바이토린은 첫번째 임상 효과(Outcome) 연구인 'SEAS'연구에서 '실패'했지만, 판매사인 MSD측은 연구의 2차 목표인 '허혈성 심장질환'에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토린은 허혈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위약 보다 22% 감소시켰다(p=0.02).

특히 이번 연구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 환자를 배제했기 때문에, 질환 예방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측면에서 MSD측은 고무돼 있다. ENHANCE연구로 촉발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으리란 기대다.

ENHANCE연구에선 바이토린이 심바스타틴만 사용했을 때 보다 콜레스테롤을 더 낮췄음에도, 혈관 플라크에 미치는 효과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암 발생 부작용, 우연한 결과?

이번 연구로 바이토린은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서 판막 질환을 줄이지 못'하는 대신 '허혈성 심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분명한 결론을 얻은 반면에, '암 발생을 높인다'는 찜찜한 결과를 남겼다. 위약군에서 70건(7.5%)의 암이 발생한데 비해 바이토린군에서는 105건(11.1%)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바이토린 연구(SHARP·IMPROVE-IT) 자료를 추가한 메타분석에서 바이토린과 암 발생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희망적이다. 현재 미국 FDA가 2~3 개월 내 에제티미브의 암 발생 위험성을 분석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바이토린이 첫 번째 임상효과 연구인 'SEAS'를 통해 새로운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주요 관심사였다. 다음은 한국MSD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서홍석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와 오고간 질의응답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어떻게 보나.

대동맥 협착증에서 판막 질환과 동맥경화증에 대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허혈성 심질환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ENHANCE연구로 인한 논란은 불식시켰다고 본다.

-ENHANCE연구와의 차이는.

ENHANCE연구는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미 고지혈증 치료를 받는 상태에서 바이토린을 추가해 경동맥의 플라크 발생을 비교했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바이토린과 위약을 비교해 전반적인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데, 전반적인 임상 효과를 봤기 때문에 훨씬 의의가 있다고 본다.

-바이토린군에서 암 발생율이 높았는데.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바스타틴을 비롯한 스타틴 연구에서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기전이 다른(콜레스테롤 흡수 억제) 에제티미브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췄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허혈성 심질환에 대한 임상 효과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렸기 때문이 아니라, 에제티미브가 추가된 바이토린의 고유 효과 때문일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나.

개인적으로 그동안에도 대동맥 협착증 환자에게 스타틴을 처방하지 않았다. 암 발생 부작용과 관련해선 (처방할 때) 상당히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 바이토린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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