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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토린' 코너에 몰리다

'바이토린' 코너에 몰리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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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광범위한 처방 자제해야" 의견 쏟아내
논란속 ENHANCE 연구 미심장학회서 공식 발표

임상시험에 대한 제약사의 지나친 간섭, 콜레스테롤 이론의 신뢰 훼손 등 갖가지 논란을 촉발시킨 '바이토린' 이슈가 '이 약을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번져가는 형국이다.

30일 미심장학회(ACC)는 논란 속 임상연구 'ENHANCE'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동시에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이하 NEJM>도 이 연구의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월 머크사가 보도자료 형태로 이미 배포한 바 있어 이 날 특별히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EJM> 논문에 담은 '결론' 그리고 '사설' 형태로 게재한 글에서 "바이토린에 대해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란 의견을 쏟아냈다.

ENHANCE는 심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함께 먹은 환자(두 약의 복합제가 바이토린)와 심바스타틴에 위약을 먹은 환자를 비교한 연구다. 2년간 사용해보니 혈관 플라크에 미치는 두 그룹의 효과가 동일했다. 두가지 약을 투여했는 데도 하나만 복용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에제티미브란 약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논란은 이런 '약의 효과'와 상관없이 제약사의 태도에 집중되기도 했다. 머크사는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자 2년간 연구 발표를 미뤄왔으며, 심지어는 통계를 내는 방식과 연구의 1차 목표(primary end point)를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번 이슈를 매우 '중대하게' 다루고 있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이런 의혹 중 일부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왜 일까' 의견 분분…'신중한 사용' 결론은 '통일'

ENHANCE의 PI(주연구자)인 칼스텔라인 박사는 논문 결론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도 추가 효과를 보이지 못한 데는 여러가지 추론이 있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에제티미브'란 약이 콜레스테롤은 낮추지만 스타틴에 비해 내막 기능에 미치는 효과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콜레스테롤은 '낮을 수록 좋다'고 믿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낮추느냐'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의미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가족형 고지혈증' 환자들로 이미 어린 나이부터 강력한 지질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추가 약물이 큰 효과를 보일 기회가 적지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LDL-콜레스테롤 믿음에 대한 훼손인가, 에지티미브 믿음에 대한 훼손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그레그 브라운 박사도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니아신이나 파이브레이트와 같이 임상적 이익이 증명된 약으로 공략하라"며 "이마저 안될 경우 에제티미브를 써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사설의 마지막 문장은 "더 확정적인 연구를 기다려라"다. 현재까지 증거로는 에제티미브를 믿지 못하겠다는 논조다.

두번째 사설에서  <NEJM> 편집인인 제프리 드라젠 박사도 "적절한 스타틴 요법에도 불구하고 LDL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두 배로 늘이는 것이 신중한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제티미브를 완전히 폐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란 점에서는 다른 전문가들과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생활요법으로 안되면 니아신과 파이브레이트를 주어야 하며, 이 약들을 먹지 못하는(이상반응 등 이유로) 사람들을 위해 에제티미브가 있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NEJM>은 이례적으로 에제티미브 사용량에 대한 미국과 캐나다의 상황을 분석한 논문도 함께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 논문의 결론이 사실상 이번 이슈에 대한 '전문가적 결론'의 완성본으로 보인다.

논문은 캐나다보다 미국에서 이 약이 많이 팔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며,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하는 캐나다와 달리 미국은 갖가지 강력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처방행태와 관련해선 "캐나다는 스타틴을 1차로 쓰고 차후에 에제티미브를 고려하는 추세가 강하지만 미국은 아예 처음부터 이 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고지혈증 치료 패턴을 완전히 바꾸는 것일 뿐 아니라 의료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가 임상적 이익으로 귀결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결론은 발매후 10년 지난 '2012년' 판가름

ENHANCE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IMPROVE-IT'의 연구자들은 28일 결론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당초 10000명이었던 환자수를 18000명으로 늘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결과도 2011년에서 1년 정도 늦은 2012년이나 돼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IMPROVE-IT은 ENHANCE와 동일하게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 VS 심바스타틴'을 비교해 두 군간 사망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찰하는 연구다. 에제티미브를 스타틴에 병용했을 때 임상적인 추가 이익이 분명히 존재하는 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논란의 종지부인 셈이다.

히지만 어떤 한 약의 '가치'가 출시 후 거의 10년 후에 밝혀진다는 사실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바이토린 논란은 바이옥스·아반디아 이슈와 동일하게, 시장출시가 급박하지 않은 약물임에도 '지표(surrogate marker)'만으로 허가를 내주는 현 허가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그리고 허가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방향에 따라 앞으로 4년간 바이토린이 어떤 길을 걷게 될 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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