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야 사는 국립병원
벌어야 사는 국립병원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12.2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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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립암센터가 '암예방검진센터'를 홍보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암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검진 실적을 공개하고 건강검진 세일즈도 좀 하려고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암센터가 소개한 검진 프로그램은 다른 병원의 것과는 달리 대장경·흉부CT 등이 포함돼있다고는 하지만, 기본 검진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말 그대로 '명품 검진'이었다. 새 건물 11층에 들어선 입원검진실은 호텔 스위트룸을 무색케할만큼 으리으리했다.

고급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깎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난한 사람과 돈 좀 있는 사람을 차별하는 거냐' 내지는 '개인검진이 그렇게 좋으면 국가암검진도 그 정도 수준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결국 '모든 국민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이론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암검진사업을 주도해 온 국립암센터가 본격적으로 개인검진에 나섰다는 점은 분명 씁쓸한 부분이다. 더욱이 전국의 모든 병원이 앞다투어 건강검진 사업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립암센터까지 꼭 나서야 했냐는 지적도 있다.

암센터는 암센터대로 국고 보조가 한해 전체 예산의 15%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립병원이 스스로 돈을 벌 궁리를 해야만 하는 현실은 더이상 이상하지도 않다. 지역에서 저소득층 환자의 건강 관리를 책임져야 할 지방공사의료원은 해마다 적자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내 최고 국립병원이라는 S병원은 경기도 남부 지역에 민간병원과 경쟁할만한 또다른 분원을 낸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민관 의료기관의 역할과 의료서비스 지원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랬다 저랬다 수시로 바뀌는 보험제도나 의료산업화를 강조하면서 의료서비스를 통제하는 의료 정책만 봐도 그렇다. 갈피를 못잡는 국립병원이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이젠 정부가 나침반을 던져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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