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성분명처방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제언] 성분명처방 무엇이 문제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6.20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차별적 대체조제 유발 의학적 공황상태 초래
▲ 신상구(대한임상약리학회장· 의협 의약품정보원장· 서울의대 약리학 교수)

I. 성분명처방/대체조제의 문제점

대체조제(generic substitution)란 의사의 상품명 처방에 대하여 약사가 약효가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타 품목으로 바꾸어 조제하는 것을 말하며, 성분명처방이란 의사가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만 처방하고 약사가 해당 성분의 품목 중 선택하여 조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조제시마다 성분은 같지만 해당 품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의약분업을 실시한 미국·유럽·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체조제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약사가 의사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의사가 '대체조제 불가'라는 단서를 붙이면 대체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약효동등성(therapeutic equivalence)이 입증된 제품에 한하여 대체조제를 허용하는데, 이는 제조사간의 차이에 의한 치료실패나 독성발현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약효가 동등함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 제품의 표시 성분, 함량 및 제형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대체조제로 인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정을 제정하여 예방에 노력하고 있으며, 허가 후에도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등 더욱 엄격한 규정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효동등성 규정을 통과한 복제 의약품(generic product)으로 대체조제했음에도 여러 의약품에서 대체조제시의 치료실패를 보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심혈관계용약, 뇌신경계용약 등 치료적농도범위가 좁은 약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피부외용제, 소화제 등 통상적으로 모든 약물에 대하여 존재할 수 있는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명처방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제시한다.

첫째, 제네릭 제품간 생동성이 입증되어 있지 않아 제네릭간의 교체사용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제네릭 의약품 허가시 통상 약효동등성을 대신하여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하게 되는데, 매우 단순화시켜 비유를 하자면 시험약(제네릭)의 혈중농도가 평균적으로 대조약(오리지널)의 80∼120%의 범위 내에 드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동등성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다른 문제는 소위 "80∼120% 규정"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품목 A가 오리지널 품목이고 각각 제네릭 품목 'B·C·D…'가 각각 A에 대하여 동등함이 입증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B·C·D…' 품목간에는 동등한가?  대체조제를 허용할 수 있는가?

대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A가 100%, B가 80%, C가 120%의 평균농도를 나타낸다고 할 때, A와 B, 그리고 A와 C 사이에는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B와 C는 무려 40%나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B와 D, C와 D…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B와 C가 동등함을 보이려면 두 제제에 대하여 다시 생동성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생동성시험 결과를 공표할 시는 어느 제품과 어느 제품이 동등한지를 표시해야지 그냥 "동등하다"고만 하면 안 된다(대개는 오리지널 품목과 동등성시험을 하게 되나, 오리지널 품목이 생산중단되었다든지 하는 특수한 경우가 존재하며 이를 위해서 대조약 목록은 공개되어야 한다).

식약청의 생동성 인정품목은 현재 4500여 품목에 달하며, 소위 "인기성분"의 경우 100개 이상의 복제약이 난립하고 있는 환경에서 성분명처방이 실시된다면, 조제시마다 섭취 함량범위의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분명처방을 하게 될 경우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들에서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또는 과도한 투약으로 부작용이 출현할 우려가 크다.

대체조제가 "오리지널 품목을 제네릭으로 대체"하는 치료라고 한다면, 성분명처방은 무차별적 대체조제로 인하여 환자에 사용되는 품목이 어떠한 형태로 대체되든지 상관하지 않는, 즉 '제네릭 to 제네릭' 대체 남용을 허용하게 되어, 결국 의학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둘째, 생물학적동등성 입증품목의 품질 신뢰성 문제가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말 제너릭 의약품 관련 조작 스캔들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하여 다양하고 포괄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이후 꾸준히 운용되고 있다.

▲바이오 모니터링 프로그램(Bioresearch monitoring program)

▲분석실험과 관련된 명확한 SOP나 가이드라인

▲시험약/대조약 및 검체/자료보관 규정

▲TIACC(Therapeutic Inequivalence Action Coordinating Committee)와 같은 독립적인 모니터링 장치

국내에서도 식약청이 생물학적동등성 입증품목의 품질 신뢰성 확보를 위해 허가사항 중 제조방법에 원료제조원, 제조공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뢰성 확보에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제도적인 측면(예를 들어 허가 전 실태조사 또는 허가 후 사후관리의 제도적 보완)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식약청 관련전문인력의 부족은 당장 해결이 필요한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식약청의 현황은

▲의약품동등성팀 11명(식약청 홈페이지 기준)

▲허가한 품목의 수는

2001년 11 월 생동성인정품: 183 품목

2002년 11 월: 372 품목, 2003 년 11 월: 804 품목

2006년 5 월 31 일:  4,000 품목으로 증가

▲숫자로만 보면 최근 약 2.5년 동안 3,000건 이상(월 100건)을 12명의 인원이 허가함

II. 국내 생동성 입증 품목의 신뢰성 문제

구분

인정품목 수

비고

직접실시

위탁제조

생동성시험

3865

1238

2627

비교용출

213

153

60

이화학시험

305

257

8

기타

3

-

3

4386

1648

2738

<표 1>에서 보듯이, 총 4386 품목 중 생동성 시험을 통하여 인정받은 것은 3865 품목이다. 그러나 이 중 68% (2627 품목)은 직접 시험한 것이 아니고 위탁제조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입증 받은 것이다. 총괄적으로 보면 전체 4386 품목 중 1238품목(28%) 만이 직접적으로 생동성시험을 통하여 약효동등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생동성시험을 통하여 인정 받은 품목은 신뢰할 만한 것인가?

2006년도 생동성 조작 사태를 통하여 4000여 생동성 인정 품목 중 101개 품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43개 품목이 데이터를 조작하여 인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나머지 3900여 품목에 대한 신뢰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구분  

품목 수  

분율  

자료확보/자료일치  

283

24%

자료확보/자료불일치  

113

10%

자료확보/검토불가  

197

17%

자료미확보  

385

33%

자료보존기간경과  

184

16%

  

1162

100%

생동성시험 전체에 대한 확대 조사 결과<표 2>를 보면, 생동성시험이 수행된 1162 품목 중 자료가 일치하는 경우는 24%에 불과하다. 이를 전체 품목 수에 대한 분율로 표시한다면 약 6%로서, 이러한 상태에서 성분명처방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임이 명백하다. 나머지는 자료가 불일치하거나, 자료를 검토할 수 없었거나, 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즉 대다수의 품목에 있어서 오리지널과의 약효동등성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이다.

또한 의협에서 2006년도에 자체적으로 생동성시험 재검증사업을 실시한 결과, 5개 품목 중 2개만이 동등한 결과를 보였으며, 1개 품목은 터무니없이 낮은 값(즉 약효 미달)을 나타내었고, 다른 2개 품목도 동등하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이상과 같이 제네릭 의약품의 오리지널에 대한 검증조차도 전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국내 현 상황에서, 의학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의약품을 다수 포함한 몇 개 약물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이를 점차 확대하고자 하는 저의는 용납할 수 없다.

아울러 시범 사업의 성분 및 품목 선정 근거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바, 보도에 따르면 대상품목은 전문약 9개와 일반약 11개 등 총 20개 성분에 34개 품목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 성분당 2개 미만(평균 1.7 품목)의 품목으로써, 앞서 언급한 일부 성분의 100여 개 품목이 존재하는 현실에 비하면 아무리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을 반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사업이다. 만약 이러한 사업의 결과를 근거로 하여 성분명처방을 강행하거나 한다면, 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시범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