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진행 발언 있습니다"
"의사진행 발언 있습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7.04.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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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기총회가 22일로 다가왔다. 행사장인 서울 63빌딩에 오전 8시30분까지 도착하려면 대의원들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집밖을 나서야 한다. 총회는 오전 9시 개회식을 필두로 본회의가 종료되는 오후 6시30분까지 빼꼼한 스케줄로 진행된다. 점심시간도 오후 12시부터 40분에 불과하며, 저녁식사는 모든 일정이 끝나야 가능하다.

그러나 총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면도 눈에 띈다. 오후 5시를 넘기면 돌아갈 차편을 예약한 대의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뜰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총회에선 심의까지 끝난 정관 개정안을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사실 여러 총회나 회의를 취재하다보면 중요한 안건을 회의 후반에 배치해 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원칙적으로는 대의원들이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워선 안 되겠지만, 회의를 준비하는 측에선 항상 참석자수를 고려해 핵심 안건은 회의 초반에 처리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꼭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총회 때마다 남발되는 '의사진행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의사진행발언을 하겠다며 발언권을 얻은 다음 개인적인 주장을 펼치거나 회의 진행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일부 대의원은 시간에 쫓기며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에게서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회의진행 절차에 대한 몰이해가 그 원인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반칙이다. 회의를 지연시켜 정작 토론에 필요한 시간과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총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못한 대의원들의 무더기 이탈을 가져온다. 총회에서 준용하는 국회법은 '모든 발언은 의제 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해선 안 된다'는 의제외 발언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제102조). 또한 의사진행발언은 요지를 미리 의장에게 통보하고, 의장은 의제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즉시 허가하고 그 외는 허가 시기를 정할 수 있다(제99조). 의사진행발언은 5분 이내로 제한된다(제104조).

국회에서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필리버스터(filibuster)'라고 한다. 지난 제3공화국 시절 김대중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 8시간 넘게 의사진행발언을 함으로써 여당의 무자비한 안건 처리 강행을 저지한 아름다운 일화도 있긴 하다. 그러나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의사진행발언은 엄격히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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