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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자조회와 L원장의 명예를 위한 외로운 투쟁

수진자조회와 L원장의 명예를 위한 외로운 투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2.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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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욱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L원장은 서울에서 20여 년 이상 지역 주민들의 주치의로서 평범하게 살아왔다. 유행에 따라 돈이 되는 비급여 시술을 할 기회도 많았지만 대다수 의사들처럼 묵묵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의업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왔다. 개업초기 동네 꼬마로 내원하던 여자 아이가 대학을 가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삶의 현장에 변함없는 느티나무처럼 애경사를 함께 나누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민들 일부가 "원장님, 허위청구나 하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라는 전화 항의에 수십년 쌓아온 의사로서의 명예가 허물어지게 됐다. 원인은 공단의 수진자 조회서를 전후 사정을 모르던 환자들이 보고 오해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L원장은  의사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에 절망했다. 수진자 조회서에는 L원장이 하지도 않은 비급여 시술과 관련된 비위 사실을 묻는 내용이었다. L원장은 자신의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하여 어떻게 법적으로 회복 받을 수 있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진자조회를 통하여 비위 의료기관을 적발하는 것에 대하여 국회나 의료계에서 의사의 헌법상 기본권(행복추구권, 인격권, 직업수행의 자유)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허위청구를 하는 의료기관을 색출하여 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환자들에게 직접 편지 등을 보내 적극적으로 수진자 조회를 할 법상 근거가 있느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L원장과 유사한 사건에 대하여 의사가 명예훼손을 당하였다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된 적이 있었다. 원장은 침해당한 명예가 법원에서도 외면당한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살기가 싫다면서 이민할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수진자조회를 당할 의료기관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경우 당해 의료기관장이 본의 아니게 환자로부터 오해를 받는 등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상 의료기관을 선정할 때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공단측은 각종 지표를 활용하여 대상자 선정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였고, 당해 의료기관 원장은 그렇지 않고 무작위로 대상이 선정되는 바람에 비급여 수술을 한 적도 없는 본인이 선정되게 되었다는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공단에서 의료단체에 사과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의료단체에서는 한편으로는 일부 문제가 있는 회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소송의 진행에 부담감도 가지고 있어 중도에 소송을 취하하여 원만히 합의가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서 소송을 제기한 원장은 자신의 공명심으로 그런다는 식의 주위 차가운 시선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소송이 지속되었고, 결국 담당 재판부는 대상선정에 공단이 주의를 기울인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단의 잘못을 인정하며 대신 금액을 산정하여 판결을 하는 것 보다는 명예 회복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강구하게 되었고, 재판부는 조정으로 공단이 환자들에 대하여 원장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보내고, 원장에게 사과를 하는 대안을 내놓게 되었다.

당사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재판이 종결되었다. 소송과정에 외로운 정의를 찾기 위하여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을 L원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땅의 양심적인 의사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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