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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의료법상 규정 타당한지

설명의무…의료법상 규정 타당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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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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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보건복지부의 최근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설명의무를 의료법에 규정하여 이에 대하여 법상 강제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진료의 경과, 악결과 발생을 미리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일관되게 의사의 설명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에 메스나 약물을 넣게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의사가 전문가로서 그 내용에 대하여 미리 설명을 하고 환자가 이에 동의(informed consent)한 경우에야 신체에 대한 상해나 약물의 투입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예전에는 의사의 시술을 시혜적인 차원에서 환자에게 베푸는 은혜라고 생각하던 것을 요즈음에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대등한 주체로서 협의하여 의술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 낸 환자의 권리라고 보는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잘 해주는 것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이미 의사의 자질과도 연결되어 있을 만큼 세상은 친절한 의사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예의바른 행동, 친절한 행동, 배려하는 행동 등 이러한 행동은 윤리적인 면에서 의사윤리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법에 윤리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설명의무가 의료법상 규정되게 된다면 행정적으로나 형사적으로 설명에 대한 법적 의무가 강제되는 것이다. 설명의무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이나 자격정지처분 등의 행정처분 등이 위반의 댓가로 규정된다면 설명의무는 이제 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가 된다. 일반 민사소송에서 환자 측이 의사의 진료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 중에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 이 때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일종의 기본권 침해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민사상 과실책임을 의사가 지게 되는 법리를 타고 있다. 결국 민사상 설명의무 위반은 고의 책임이 아니라 과실에 대한 책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법상 설명의무를 강제하여 처벌한다고 한다면 이는 개념상 고의가 아닌 과실행위를 형사상 또는 행정상 묻겠다는 것이다. 형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고의 범죄 처벌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의사가 수술을 잘못하거나 운전자가 부주의하여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 등을 대비하여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사)죄가 있다. 결국 환자에 대하여 설명을 잘 안 해주어서 악결과 발생을 회피할 기회를 박탈하여 상해나 사망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개념구성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의사가 설명을 잘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한 실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도덕상 윤리상 의무를 법으로 규정해 놓으면 법 자체가 볼품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설명의무는 민사상 의사의 과실책임을 구성하는 법원리로 자리 잡고 있어야 그 의미가 존중되지 이를 의료법에 규정하여 행정상, 형사상 의무규정으로 만들어 놓으면 법 해석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과연 설명을 어느정도 해야 설명했다고 볼 것인가, 구두로 설명한 것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입법부가 사법부에 짐을 떠안기는 꼴이 된다. 현 의료법에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라는 식의 추상적 규정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설명의무를 법상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하는 입법은 입법기술상, 법리상 또한 사회적 필요상에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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