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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해석' 그때 그때 달라요

'법 해석' 그때 그때 달라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2.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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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10여년 전 A시골의 사회복지법인 병원에는 노인정이 있었다. 노인정에는 매일 인근 마을을 순회하면서 노인들을 모시고 오는 버스가 있었고, 이렇게 모셔온 노인들은 노인정에서 장기도 두고 심심풀이 화투도 치면서 소일을 하고 병원에서 주는 밥을 먹고 진찰도 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옆 마을 노인과 앞 마을 노인이 자주 모이게 되어 노인정은 옛날 학교처럼 출석부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옆 마을 노인 A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앞 마을 노인 B가 하는 말이 "A가 진짜 아픈가 보네, 진료 받고 나서 문병이나 가보세…"

실제 이런 일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이런 우스개 이야기에 우리 복지행정에 많은 문제점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은 이렇지는 않겠지만 당시 사회복지법인 부설 병원의 과도한 이익추구 현상에 국민의 혈세로 모아진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행정부의 감독 부실 그리고 환자의 속칭 '도덕적 해이'가 더해지며 그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하여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인 의료법 개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25조 제3항을 개정하면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를 대표적 비양심 행위로 보아 환자유인죄로 처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때가 2002년 3월 30일이었다.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의료법 개정은 보험재정 또는 의료급여세 재정 낭비의 원인을 의료기관에 둔 것으로 사실 2000년 의약분업파동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사회에 미운털이 박힌 의료기관에 대하여 불이익을 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말 빈곤한 지역에서 선행으로 본인부담금을 좀 깎아 주던 아니면 아예 받지 않던 선행이 사라지게 되거나 아무생각 없이 그렇게 해오던 일부 착한 의사들이 범법자로 전락하게 된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세월이 지나고 의료기관의 경영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의료계는 이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해졌다. 폐업을 하거나 파산을 하는 의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도 의사라는 직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법원도 2004년 경 2004도5724?판결에서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의료기관 주위에서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사이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는 점, 의료기관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상 소비자인 환자들에게의 접근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으므로 구 의료법 제46조는 의료법인·의료기관·의료인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되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인 점, 환자유치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상당 부분 구 의료법 제46조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기관·의료인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라는 취지의 판결문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법 해석이 변형되는 것이다. 최근에 복지부에서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할인행사 등을 통한 환자유치를 적법하게 풀어 주겠다고 하니 법도 시대에 따라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것이다.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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