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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에 국립한의대학원…타대학 '반발'

부산대에 국립한의대학원…타대학 '반발'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6.11.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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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찬성률 71% 후보군 중 최고 주효
전남대 "통합 무효"…강원대 "추가 설립" 요구

최초의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전에서의 성공 여부는 결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지지도에 따라 갈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4일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심사위원회(위원장 교육부 차관)를 열고 6개 신청대학 가운데 부산대를 최종 선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오는 200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입학정원 50명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07년 교수 25명, 직원 2명, 조교 4명 등 필요한 정원을  확보하는 한편 2012년까지 58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입학시험 개발과 선수과목·선발자격 등 학생선발 방식은 내년 1월까지 확정된다.

그동안 의과대학을 보유한 국립대 10곳 중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충북대 등 6곳이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부산대 낙점 배경=선정을 위한 평가항목은 신청대학의 역량(25점), 설립의지 및 추진 용이성(25점), 설치계획의 타당성(40점), 대학과 지역발전에의 기여성(10점) 등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부산대가 전 부분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높은 점수를 취득했다"며 "특히 대학 역량과 설립의지, 한·양방 협진체제 구축과 교육·연구 등에서의 협력 가능성, 한의학의 과학화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대가 지난달 9일 의학전문대학원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치 신청에 대한 동의를 묻는 투표에서 71.2%의 높은 찬성률을 얻어낸 사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의대 교수 122명 가운데 118명이 투표에 참석해 84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설립 신청대학 6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거액의 민간자본 조달에 성공하며 활발한 유치 활동을 벌였던 경상대는 44%대에 그쳤으며, 경북대가 50%를 약간 넘긴 수준이었다. 전남대는 10%대에 머물렀다.

특히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충남대가 의대 교수들의 반발 등 내부 반대에 부딪혀 신청 자체를 못한 것이 부산대에는 호재로 다가갔다.

이와 함께 부산대가 의생명과학분야 특화 캠퍼스로 조성 중인 양산캠퍼스에 한의학전문대학원과 한방병원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미리 확보한 것도 유치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대 관계자는 "양산캠퍼스는 의대·약대를 비롯, 한방의 과학화를 위해  필요한 관련 학문분야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과의 비교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34만평 규모의 양산캠퍼스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사동과 연구동 건립을 2008년 초 마무리하고 2009년에는 200병상 규모의 한방병원을 완공할 예정이다. 같은 시기에 의학전문대학원·치의학전문대학원·제2대학병원·치과병원·간호센터·어린이병원 등이 잇따라 들어선다.

◆탈락한 대학들 "가만 못있겠다" 격한 반응=반면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가 고배를 마신 다른 대학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는 부산대 선정 소식을 접한 직후 대학본부 관계자들을 소집해 향후 대책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남대는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전제로 올해 초 여수대와 통합한 뒤 여수캠퍼스에 한방병원을 설립키로하는 등 구체적 계획까지 세웠던 만큼 탈락으로 인한 충격은 컸다.

전남대 관계자는 "정부 교육개혁 정책에 호응, 종합대학 간 통합에 성공했는데도 경쟁에서 탈락한 데 대해 구성원들은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 지역사회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수에서는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나서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 건의문을 보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이들은 대학간 통합의 전제조건이었던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무산되면서 '통합 무효화' 운동까지 벌일 방침이어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김정민 여수시의회 의장은 "통합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니 통합도 당연히 무효"라며 "시민들과 힘을 합쳐 통합 무효화 운동을 벌이고 교육부와 전남대 등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는 한의학전문대학원 추가 설립을 요청하고 나섰다. 최현섭 강원대 총장은 교육부 발표가 나온 15일 오후 총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경쟁 대학들 사이에 전문대학원 추가 설립을 위한 물밑작업이 있었다"며 "심사 과정에서 우리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어 이 여세를 몰아 추가 설립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 관련학과 설치는 도계캠퍼스 계획단계에서 부터 대학통합의 핵심사업에 포함됐던 것이며 도계캠퍼스 존립의 필수적인 조건이었다"며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대는 도계캠퍼스 토지매입 및 캠퍼스 기초조성 사업에 150억원을 투입하는 등 한의학전문대학원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 외에도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서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당분간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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