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은 11월초까지만 해도 홍역은 80년부터 예방접종을 시행한 후 환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나 3∼5년을 주기로 유행하는 특성으로 2000년은 그 중간유행기간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방역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11월 초 5,776명으로 집계된 홍역환자수는 12월6일 1만9,820명, 12월말 3만명이 훌쩍 넘는 진기록을 세웠다.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은 2000년 초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홍역 확산 기미를 보이자 감염전문가들이 예방접종 대상자를 12개월이전의 아이들까지 확대하는등 이에 적극 대처토록 조언했으나 방역당국이 백신 부족으로 혼란이 온다며 우물거리며 조기차단의 기회를 놓친 것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도 전혀 그 기세를 꺽지 않고 오히려 점점 기승을 부리자 보건원 방역과는 미국 CDC(질병통제센터)와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를 초청하기에 이르렀고 지난해 12월6일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방접종심의원회를 개최해 홍역유행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환자발생 감소정책'에서 `홍역근절정책'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결과 4∼6세의 재접종을 95%이상 유지하기 위해 2001년부터 학교 입학시 재접종 여부를 확인해 반드시 재접종토록 하고 , 2차 예방접종을 실시한 97년 이전 2차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7세 이상의 어린에 대해서는 일시에 접종(Catch-Up Program)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방역과는 구체적 안을 곧 확정할 예정으로 일시 접종대상자는 최소 400만명에서 최대 600만명으로 추정돼 UNICEF를 통해 백신수입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늦게나마 방역당국이 홍역 대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조금 더 빨리 문제의식을 가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전염병이 새로이 창궐하는 새로운 세기에 보건원내의 한 과가 전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에는 버거운 만큼 미국 CDC과 같은 독립된 기능을 갖춘 기구의 설립이 조속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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