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투쟁"
"그들만의 투쟁"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6.05.2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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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19호실. 두 명의 전 의협 임원이 피고인석에 올랐다. 죄목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교육부가 주최한 약대6년제 공청회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변영우 전 의협 부회장(현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과 권용진 전 사회참여이사가 바로 그들이다.

지난해 7월 5일 교육부가 행정절차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한 약대 6년제 공청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의협 회원 수십여명이 공청회장에 집결했다. 변 부의장과 권 이사는 회의장 안팎에서 회원들을 지휘하며 의협이 약대 6년제를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주창했다.

단상 밑에 드러누워 약대 6년제의 부당성을 호소하던 회원들은 경찰병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연행됐다. 의사들이 모두 끌려나간 후 공청회는 약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일정대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관련단체 의견수렴을 하자없이 마쳤다며, 약대6년제 시행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 했다. 올 1월 13일, 정부는 오는 2009년 3월1일부터 약학대학 수업연한을 6년으로 바꾼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약대6년제 저지를 위한 의료계의 힘겨운 싸움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이날, 공청회장에서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쳤던 두 의협 임원이 법정에 섰다. 행정절차법에 위배되는 불법 공청회를 주최한 교육부 담당자, 정부 연구용역으로 약대6년제가 타당하다는 논문을 작성한 대학교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공청회장에 메아리치던 회원들의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을 들끓게 했던 약대6년제 반대투쟁의 선봉에 섰던 이들도 한 때는 평범한 동네 의사 선생님들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을 뒤집어 쓴채 강도상해죄, 간통죄로 고발당한 사람들과 뒤섞여 법정에 출두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의권투쟁에 앞장서다 여러가지 죄명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회원들이 다수 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개인 신상의 불이익이 아니다.

'그날의 투쟁'이 회원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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