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쟁투가 출범한지 두달 남짓한 2000년 2월 17일. 의협은 전국 의사 4만여명이 참석한 사상 최대 규모의 궐기대회를 여의도 광장에서 열고 3일간의 전국 병의원 휴진을 결의했다. 김재정 당시 의쟁투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 시도의사회장은 삭발을 통해 `더이상 물러설 곳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고, 6만5천 의사회원은 일제히 의사 면허증을 반납, 올바른 의약분업과 의권쟁취를 향한 엄숙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의도 집회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과천 종합청사 궐기대회와 보라매 공원 대회로 이어지는 일련의 조직적인 대규모 집회의 서막을 열었다.
이전의 두차례 대회가 다소 충동적, 감정적이어서 의료계의 입장이 대외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내부 반성 속에 치러진 것이 6월8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개최된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결의대회'였다. 7월 의약분업 시행을 목전에 두고 배수의 진을 친 의협은 `의료계 요구 10개 항'을 대외에 선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폐업을 감행한다고 경고했다. 과천 집회는 이미 투쟁의 전면에 나선 전공의를 중심으로 개원의와 봉직의, 의대생까지 가세함으로써 형식과 내용면에서 가장 수준 높은 집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의약분업의 파행 시행과 의사들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은 의사들을 또다시 거리로 나서게 했다. 8월31일 의대 교수와 학생,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를 망라한 4만여명이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 보라매 공원에 집결, `의료개혁 원년 선포식'을 거행했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의료계의 투쟁은 의약분업 문제 뿐만 아니라 의료 전반에 대한 개혁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하게 됐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