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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정신보건법 개정

정신보건법 개정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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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정(2차)된 정신보건법의 핵심은 지역정신보건사업을 국가 관할에서 민간으로 위임해 비영리법인이나 사회복귀시설에서도 정신보건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있다. 이 말은 곧 정신과의사가 아닌 비전문가도 정신보건사업, 즉 비영리법인이나 사회복귀시설을 설립해 국가의무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10조와 15조에서 정신요양시설과 사회복귀시설의 정신과전문의 지도규정이 폐지됐다. 따라서 요양원의 심리치료사, 정신간호사, 사회사업사가 단독으로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즉 국가가 면허를 인정한 정신보건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정신과 전문의의 역할은 크게 축소된 셈이다. 결국 국민 정신건강을 비전문가들이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정신전문요원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 3년전에 불과해, 이들에게 정신과 전문의 도움 없이 환자를 맡기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개악된 정신보건법의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지만, 당시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총력 투쟁을 하고 있던 터라 공론화 되지 못했다. 처음 이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낸 것은 역시 전공의들이었다.

전국 정신과 전공의 대표자들이 10월 5일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에서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데 이어 24일 정신의학회 총회에서 `의료발전을 위한 정신보건정책 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5일 전공의 대표자 모임에서 사회정신의학회 지역정신보건위원 김진학 위원장은 정신보건법 개악의 실상을 낱낱히 폭로하고 정신과의사를 비롯한 관계 전문가들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해 경종을 울렸다.

사실 정신보건법은 그 출발부터 국민의 건강권 확보차원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제논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병의원 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정신보건시설, 사회복귀시설의 확충에만 집착했을 뿐 치료·재활 서비스의 질은 뒷전이었다는 것이다. 개악 정신보건법이 국민 건강권의 침해, 의사 전문성 축소 등의 문제를 드러낸 만큼 의료개혁의 테두리 안에서 심도깊게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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