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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식대 보험급여 시급한가?

[집중취재]식대 보험급여 시급한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6.01.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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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 놓고 복지부 vs 병협 상반된 입장
의료계, 식사 질 우려…적정한 원가보상 요구

▲ 병원계와 의료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목록에 왜 식대가 포함돼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3월부터 식대 급여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식대가 급여전환될 계획이었으나 가격(건강보험수가)을 결정하지 못해 늦춰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30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 공청회'에서 올해 1월부터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연구하고 있는 식대 급여전환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이 늦어지고, 병원계에서 식대 급여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10일 고위정책회의에서 3월부터 건보 적용에 포함하겠다고 밝혀 3월실시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식대 급여화를 놓고 의료계와 병원계,시민사회단체 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시민사회단체는 보장성 강화의 관점에서 빠른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더 화급한 급여조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장성강화의 리스트에 식대를 올려 놓 것엔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왜 굳이 식대 급여전환인가?

식대 급여전환은 2005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흑자로 전환된 건강보험재정 1억5000억원을 보장성 강화에 사용키로 결정'하면서 추진됐다. 즉, MRI(2006년부터 급여로 전환)를 비롯해 식대도 급여로 전환키로 건정심에서 결정한 것.

따라서 올해 1월부터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기 위해 복지부는 공단에 식대 원가분석 연구용역을 주는 등 본격적인 실무검토에 들어갔다.

복지부와 시민사회단체는 보장성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비급여 중 대표적인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중 급여로 전환할 것이 산적해 있는데,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식대를 왜 굳이 급여로 먼저 전환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라는 목표 때문에 무리하게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불가능한 것을 급여로 전환하겠다며 국민들을 현혹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 vs 병협 연구결과 차이 커

송재성 차관은 식대를 급여로 전환할 경우 8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공단 연구에서는 50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공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대 보험수가는 종별(종합병원·병원)로 큰 차이가 없다.

일반식의 경우 종합전문 5380원·병원 3860원, 치료식 가운데 멸균식(당뇨식·저염식·산모식 등)은 5550원, 멸균식을 제외한 치료식은 종합전문 5980원·종합병원 및 병원은 4460원이다.

또한 선택메뉴를 선택한 경우 510원 정도 가산료가 붙는다. 따라서 종합전문 치료식 식대는 선택메뉴일 경우 6490원이 된다.

반면 병협이 자체적으로 식대 원가를 분석한 결과 일반식 5700원·치료식 6960원으로 나왔다.

병협 연구결과를 보면 종별 가산율을 더할 경우 일반식은 종합전문 7410원·종합병원 7130원·병원 6840원이고, 치료식은 종합전문 9050원·종합병원 8700원·병원 8350원이다.

 

원가보상 안될 경우 식사의 질 저하 우려

병원계는 식대가 원가수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서 결정될 경우 질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가수준 이하에서 급여화될 경우 병원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반식과 치료식을 만들게 되며, 재료에서 가격을 낮출 경우 환자들이 먹는 식사는 질 저하가 당연히 된다는 것. 또한 위탁급업체에 맡겨도 이같은 문제는 개선되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 될 가능성이 많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가격에 맞춰 식사를 재조정할 경우 식단 구성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될 경우 학교급식처럼 부실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며 현재보다 식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원가가 충분히 보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식대를 급여화하면 병원의 영양관리료도 급여로 전환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식대는 의사의 영역이 아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식대는 의사들이 다루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화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여를 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문제가 있다"고 밝힌 뒤 "식대를 의료행위처럼 보게될 경우 사회적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의료는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기 어렵기 때문에 급여화를 통해 투명화 시킬 수 있지만 식대는 대부분 정보가 공개 돼 있어 환자들이 가격을 알고 있다는 것.

따라서 환자들이 가격을 충분히 알고 병원을 이용하는데 굳이 보장성 강화를 이유로 시급하게 식대를 급여로 전환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식대를 굳이 급여로 전환할 것이라면 기존의 부적정한 수가에 대한 원가보상이 먼저 선행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정기택 교수(경희대)도 "병원별로 식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인데 여전히 비급여 중 보장이 안되는 것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성급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병실료차액과 식대를 급여로 급하게 전환할 경우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늦기전에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편차·식당 운영방법 고려해야

병협은 식대의 경우 급식의 급여기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해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역별 편차(수도권 대비 지방) 및 식당 운영방법(직영 대비 외주)에 따라 식대에 대한 원가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 의료기관별 식대에 대한 적정한 원가보상 수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병협은 이밖에도 위탁 급식업체에 대한 적정관리기준이 법제화 돼야 하고, 급식의 질적수준 확보에 따른 적정보상 방안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효길 의협 보험부협회장은 "병원식사는 일반식사와 다르며, 질병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밝힌 뒤 "환자별로 식사를 다 맞춰주고 칼로리 등을 조정해주다보면 종류가 상당히 많아지는데 무슨 수로 이러한 식사를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 식대 급여전환 원칙적 반대

신창록 의협 보험이사는 "의협은 식대 급여전환과 관련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이사는 "급여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일률적 평균 식사제공이 아닌 병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식대를 급여화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병원에서의 식대 급여청구"라며 "병원입장에서는 환자가 식사를 하지 않아도 세끼를 기준으로 심사청구를 해야 하는데 삭감될 가능성이 커 갈등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신 이사는 "식대가 급여로 전환될 경우 큰 병원은 손해를 별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소병원 이하 의원은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손해도 많이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이사는 "큰 병원은 재료를 대량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원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계산돼 이윤을 남길지 모르지만 규모가 작은 병·의원은 영양사 등도 고용해야 하므로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의협은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병·의원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는 물론 병원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환자 선택권을 인정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희생'하고…정부는 '인심'얻고

식대 원가분석 연구를 실시한 김정희 연구원(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은 "외국에서는 식대를 의료(치료)로 보는 경우도 있다"며 "급여화하는 것이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가입자단체들은 병원이 밥장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비급여 중 평균 20%를 차지하는 식대를 시급히 급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식대가 수가에 포함돼 있을 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공단 연구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식대를 급여로 한다고 해서 보장성이 100% 되는 것처럼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재정이 흑자가 됐으므로 의료계가 고통분담차원에서 양보했던 부분을 먼저 해결해주고 남는 재정으로 급여확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순서"라며 "환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면서까지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려는 복지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의 희생을 통해 복지부는 국민들로부터 인심을 얻고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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