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제대혈 업체 KT바이오시스의 부도로 1525명의 제대혈이 폐기처분될 위기에 몰렸다고 발표하면서 제대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제대혈 업체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문제점은 수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몇 해 전부터 제대혈 보관 붐이 일면서 제대혈 업체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업계의 관계자조차 "전체 제대혈 업체 중 약 30%는 제대로 된 보관 시설과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제대혈 보관은 엉망이었다.
게다가 제대혈이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제대혈을 사용할 때나 되어야 알 수 있는데, 제대혈 이식 사례가 적다보니 제대혈 관리에 대한 허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
결국 이번 사건은 소중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혈을 맡긴 수많은 부모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줬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제대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급급한 업체에게 있지만, 지금까지 난립해 있는 제대혈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한번 명확히 한 적이 없는 복지부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복지부가 뒤늦게나마 지난달 제대혈 관리업무에 대한 제반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협조사항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확정된 가이드라인이 복지부의 결제를 손꼽아 기다리다 3개월 이상 발표가 연기된 것을 보면, 제대혈 관련 법이 마련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듯하다.
'제대혈'이 '제대로' 관리되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