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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올바른 관리 시급하다

제대혈 올바른 관리 시급하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06.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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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계기 올바른 관리 '한 목소리'

▲ 제대혈 은행 15개에 냉동 보관 중인 제대혈이 14만 유니트에 달하면서 제대혈의 올바른 관리 및 활용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줄기세포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이에 따라 풍부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는 제대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자식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는 부모들의 심리 덕분에 적지 않은 돈이 투입돼야 하는 제대혈 은행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제대혈은행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제대혈은행의 성행으로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혜택을 입지 못하거나, 사회적인 비용 손실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대혈 관련 법령 및 기준 마련 시급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대혈은행은 약 15개로, 이 중 가족 제대혈 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10곳, 공여제대혈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8곳 정도이다.

2004년 한국제대혈은행네트워크(KCBBN)의 자료에 따르면 가족제대혈은행에 보관중인 제대혈은 약 10만 유니트, 공여제대혈은행에 약 4만여 유니트가 보관돼 있어 다른 나라와 견주어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15여개에 달하는 제대혈 은행의 정확한 현황 및 실태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기존에 보관하고 있는 제대혈에 대한 품질이나 효용 가치를 파악·보증할 수 없어, 제대혈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 제대혈은행 관계자는 "제대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대혈 100유니트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 군소업체들이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며 "전체 업체의 약 30%는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이드라인의 시설투자와 인력 기준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태주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도 "제대혈에 대한 전반적인 처리과정을 표준화하고, 제대혈 보관과 활용에 대한 사용지침을 만드는 것이 제대혈 이식과 관련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제대혈의 효용 및 활용 가능성에 비해 관리 수준이 매우 미약한 데 대한 지적이 일자,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대혈의 적정관리를 위해 지난 4월 관련 학계와 업체에서 추천하는 사람들로 '제대혈 은행 표준화업무 가이드라인 검토위원회'를 구성, 이달안으로 완성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례헌 복지부 혈액정책과 사무관은 "검토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이 끝나, 결제만을 남겨 놓은 상태"라며 "이번에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 효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향후 입법 과정이 진행되는 데 있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안명옥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제대혈 관리 및 공여 제대혈 은행 활성화를 위한 '제대혈의 안전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은 제대혈 채취에 대해 제공자의 동의 절차를 명시하고, 제대혈 은행 및 제대혈에 대해 적합성 검사를 시행하도록 제대혈 관리 기준을 강화했으며, 제대혈 등의 연구에 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대혈 등의 연구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장향숙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도 내달 중으로 제대혈 은행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 의원실은 "이번에 준비 중인 법안은 제대혈 은행 관리방안 마련 및 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으며, 공여 제대혈의 보관 및 데이터 베이스 구축 비용 등을 국가가 보조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여제대혈 태부족…제대혈 활용도 크게 떨어져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제대혈 약 80~100cc에는 풍부한 조혈모세포와 줄기세포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면 난치병 치료 분야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제대혈이 실제 사용될 가능성이 1/20만이라는 학계 보고가 나오면서 제대혈의 투자 대비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대혈은행 업계에서 조차 "제대혈의 실제 활용 가능성에 어느 정도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제대혈 활용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지 않겠나"하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제 8차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첫 제대혈 이식이 이뤄진 후 한국에서 97건의 제대혈 이식이 이뤄졌는데, 이는 미국(~2003.9)의 1505건, 일본(1996~2004.5)의 1667건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제대혈 이식 사례가 적은 이유로 공여제대혈 네트워크 부재 등을 꼽고 있다.

황유성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법제이사는 "가족 제대혈 수에 비해 공여 제대혈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체계적인 제대혈 관리와 국가 차원의 등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필요시에 적합한 제대혈을 찾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대혈 활용 가능성이 떨어지는 개인 제대혈 은행에 대한 여러가지 한계가 지적됨에 따라, 공여 제대혈 은행을 설립하고, 이들 제대혈에 대한 일괄적인 검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박사는 "우선은 기존 공여제대혈 은행의 제대혈들을 DB로 만들어 공개해야 하며, 다음으로는 제대혈은행간 네트워크를 결성해 제대혈 검색 시스템과 운영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호 동아의대 소아과 교수도 "국내에 권역별로 국가가 지원하는 순수 공여제대혈은행을 3~4곳 정도 지정하고 정부가 설립지원금 등을 지원해, 공여 제대혈 확보를 늘리고 한국 공여제대혈은행 네트워크(가칭)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대혈 관련 비용 누가 부담하나?

공여제대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업계·학계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공여 제대혈 은행은 정부 예산의 뒷받침 없이 상업용 제대혈은행의 자금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여제대혈은 그 특성 상 제대혈을 제공하는 측에서 비용 부담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 모델이 한정돼 있다.

오원일 메디포스트 소장은 "지금까지 공여제대혈만 6700여개를 보관하고 있는데, 인건비와 시설 구축 비용으로 120여억원이 소요됐으며, 유지 비용만 1년에 20억원이 투자되고 있지만 몇 년 째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제대혈은 아기가 태어날 때 한 순간만 채취할 수 있다는 점과 아직까지 제대혈 활용도가 높지 않아 이식비용만으로 관리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운 점, 평균 보관기간이 15년으로 장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점 등의 여러가지 제한 때문에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혈모세포은행·골수은행·혈액은행 등과는 투자 비용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또한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제대혈 은행의 특성 때문에 민간 제대혈 은행들이 공여제대혈은행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정 복지부 사무관은 "공여 제대혈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올 하반기 안으로 제대혈 지원을 위한 대책 및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3개월 정도 걸리는 용역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에선 제대혈에 대한 정부의 지원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HLA 적합성 검사 비용 정도를 지원하는 골수사업과 제대혈사업을 비슷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제대혈은 골수와는 달리, 채취·운반·처리·보관 등 장기간 많은 비용이 필요한 데, 정부가 이런 제반 과정에 대한 투자 없이 단순한 검사 비용 지원에 그친다면 공여 제대혈 은행이 실패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제대혈 관리에 의사 주체돼야

지난 7일 안명옥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따르면 제대혈 은행을 개설할 수 있는 자는 ▲의료법에 의한 의료기관 ▲약사법에 의한 생물학적제제 제조업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제대혈제제 제조업무를 목적사업으로 하는 기관 등으로 한정했으며, 제대혈 은행에 1인 이상의 의사를 두고 제대혈제제 제조업무를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황유성 진단검사의학회 법제이사는 "특히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공여 제대혈은행에 있어서는 국민여론을 고려할 때, 영리 제대혈 은행보다는 비영리 단체, 특히 의료인이 상주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최종성 드림코드 기술이사도 "제대혈 은행 운영 자체는 의료행위가 아니지만, 의료를 위한 목적으로 제대혈을 채취했기 때문에 아무리 보관과정이라도 의사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제대혈 이식 및 활용에 대한 연구와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도 의료인이 배제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형복 산부인과개원의협 기획이사는 "제대혈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큰 만큼 문제도 많다"며 "제대혈이 의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니 만큼, 정확한 실태 조사 및 정부 정책 마련, 윤리적인 문제 등을 논의하는 데 있어 의사들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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