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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4)

[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4)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5.06.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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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기금이 또 다시 응급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22일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응급의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응급의료기금은 조성된지 2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다.

정부는 지난 3월에도 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정부는 기금이 일반회계로 전환되더라도 사업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금을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폐지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폐지와 존치, 다시 폐지로 오락가락하는 응급의료기금.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없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실태
 
2. 응급의료시스템 관리 및 재정의 문제
 3. 각국의 예를 통해 본 바람직한 응급의료재원 마련 방안
 4. 인터뷰 - 이 근 응급의학회 이사장

 

④ [인터뷰] 이 근 응급의학회 이사장

지난달 20일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응급의료기금폐지를 결정한 데 대해 대한응급의학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3월에도 응급의료기금 폐지를 결정한 데 대해 응급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어려워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후진국형 체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투자를 촉구한 바 있다.

응급의료기금의 존치 여부를 두고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대해, 이근 응급의학회 이사장(가천의대 길병원)을 만나 학회의 입장을 들어본다.

 

-응급의료기금 폐지에 대한 학회 입장은 어떠한가.

응급의료는 공공성 유지가 필수다.현재의 응급의료는 원가보존율이 35~66%에 불과해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과 강화'라는 보건정책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게 응급의료다.정부가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하고, 매년 1조씩 5년간 공공의료에 투자키로 하는 등의 대책 덕분에 지난 해 응급의학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104명으로 35%나 늘었다.

또 예방가능한 외상환자 사망률도 50.4%에서 지난해 30%대로 낮아졌다.그만큼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작은 지원만으로도 사기가 높아지고 크고 작은 기금확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이제 막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응급의료기금 폐지는 말도 안 된다.겨우 구축하기 시작한 인프라마저 무산될 우려가 크다.

 

-응급의료기금이 폐지되고 일반회계로 전환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복지부 일반회계 주요사업비 예산 현황을 보면 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기초생활보장·사회보험·사회복지서비스 등에 치중해 있다. 이 분야는 국민의 재정투입 요구가 높으므로 예산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와 반면 응급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저조하다. 따라서 현행 정부 일반회계의 톱다운 방식으로는 응급의료 관련 예산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적저하를 불러와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안겨줄 것이다.별도의 안정적인 재원이 필수다.

 

-정부에서는 일반회계로 전환돼도 그만큼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원을 보장해준다고 말하는데?

기획예산처에서는 5년간 100억씩 지원해준다는 말을 하고 있다.다른 예산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일 뿐 아니라 타 예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응급의료는 중요한 공공의료이면서 암처럼 뚜렷하게 표면화되지 않아, 앞서 말했듯 사회적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민원이 적을수록 복지부의 정책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일반 회계로 전환되면 응급의료에 관한 재정 할당량은 당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기금은 최소 몇 년간 존치돼야 한다고 보는가.

10년이다.외국의 경우도 최소 10년은 국가 차원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재정 지원을 했다.우리나라는 특히 도·농간 격차가 심하므로 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큰 과제다.

또 응급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전문 의사가 확보돼야 시스템이 원활히 유지된다.이처럼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업무의 연계성을 체계화시키기 위해선 10년 정도는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돼야 한다.

  

-응급의학회는 앞으로 기금폐지를 막기 위해 어떤 대응을 취할 계획인가.

최근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기금폐지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여당의 반발이 거세다.응급의료기금을 존치한다고 했다가 다시 폐지키로 하는 혁신위의 태도는 정책입안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응급의학회라는 전문가집단의 목소리를 무시한 처사다.

현재 응급의료기금을 존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정기국회 때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나아가 외국에서와 같이 응급을 유발하는 주세·교통범칙금·과태료 등에 응급의료에 대한 목적세를 부과해 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

또 혁신위에서 비전문가들이 응급의료를 1~2년 평가하고 타 기금과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분명 응급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이므로 이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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