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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2)

[기획]또 존폐기로에 선 응급의료기금(2)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5.06.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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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기금이 또 다시 응급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22일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하고 응급의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응급의료기금은 조성된지 2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다.

정부는 지난 3월에도 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정부는 기금이 일반회계로 전환되더라도 사업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금을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폐지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폐지와 존치, 다시 폐지로 오락가락하는 응급의료기금.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없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실태
 
2. 응급의료시스템 관리 및 재정의 문제
 3. 각국의 예를 통해 본 바람직한 응급의료재원 마련 방안
 4. 인터뷰 - 이 근 응급의학회 이사장

 

② 응급의료시스템 관리 및 재정의 문제

지난 한해동안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신체절단 응급환자 중 강원도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수도권 병·의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1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올 초 강원도응급환자이송단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강원도에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수지접합과 같은 고난이도 미세수술을 담당할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수술의 난이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은 것이 그 원인이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건강보험급여행위에 대한 응급의료의 원가보전율은 35~66%에 불과하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면 할 수록 의료기관은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일선 의료기관은 채산성 악화로 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과 전문시설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층·외국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응급의료의 접근성이 낮은 것도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큰 허점으로 남아있다. 지불능력이 없는 계층을 위한 '진료비 대불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활용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현애자 민주노동당의원(보건복지위)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99년부터 5년동안 응급의료비 대불기금 사용액이 전체 예산의 25.86%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3년의 경우 대불기금을 1건 이상 신청한 기관은 전체 응급의료기관의 30%에 불과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불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응급증상의 범위가 44개로 한정돼 있는데다, 적용범위에 든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심사 삭감률이 턱없이 높아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 의원에 따르면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로 신청한 보험청구 삭감률은 약 35%로, 일반적인 심사 삭감률인 1.3%(2003년 기준), 전체 응급실에 대한 삭감률 1.5%(1999~2003년 평균)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의 부실도 우리나라 응급의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선 응급의료기관의 분포가 불균형적이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40%가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반면, 일부 지역은 6%에 불과하다.

환자를 연계하는 응급의료 전달체계도 확립돼 있지 않다. 지역응급의료기관-지역응급의료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어지는 단계간의 유기적 연계가 미흡해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또는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편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응급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에 대한 조사·분석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생활 응급의료에 대한 교육·캠페인 등이 체계화 돼있지 않고, 경기장·공연장 등에서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이같은 총체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공공의료 종합대책안'을 발표하고, 응급의료체계의 개선을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이 대책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50.4%에 달하는 예방가능한 응급실 사망율을 오는 2007년까지 20% 이하로 개선할 수 있도록 응급환자 이송·진료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 응급의료센터의 인력·시설·장비 등 법정기준을 완비토록 지원해 법정기준 충족율을 2004년 86%에서 2009년에는 100%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응급의학전문의 등 전문의료인력에 의한 24시간 운영체계를 역시 2009년까지 100%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이같은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응급의료 예산을 2003년 부터 기금으로 편성, 2003년 434억원, 2004년 500억원의 예산을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에 투입했다. 2002년도 이전까지 일반회계로 편성된 응급의료 예산은 2001년 35억원, 2002년 50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기금을 통한 응급의료 예산의 대대적인 확충이 시작된지 올해로 3년째를 맞아 안정적인 재원확보의 기틀이 이제 막 조성되려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정부의 응급의료기금 폐지 계획에 따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선진국형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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