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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중국 진출 가능성을 해부한다<하>

[기획]중국 진출 가능성을 해부한다<하>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5.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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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SK아이캉병원은 개원 1주년을 맞아 지난 4월 14일~17일 오픈닥터스 컨설팅과 공동으로 중국 진출에 관심 있는 한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북경의료를 참관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와 함께 진행된 심포지엄에선 중국 의료시장에 대한 실전 정보가 교류됐다.

동행 취재에 나섰던 기자의 느낌은 중국 의료시장은 넘칠만큼 차려진 밥상과 같다는 것과 현지를 강타 중인 한류열풍으로 적어도 성형외과나 피부과 전문의들은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는 것이다. 결정은 각자의 몫이지만. 중국 진출의 매력 포인트와 챙겨야 할 유의점을 두차례에 걸쳐 정리해봤다.

 <글게재 순서>

(상) 중국, 한류열풍에 몸을 실어라           (하) 밥상은 넓지만 앉기는 어렵다

 

초기에 당할 수 있다

 

"중국으로 가면 떼돈 번다더라."

거짓말이다. 중국… 만만치 않다. 현지 조사를 나왔다가 실망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의할 점은 병원 개설 초기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진출하려면 개원한지 1년이 지나도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병원 오픈이 예정보다 3~6개월 정도 지연되는 것은 중국에선 매우 흔한 일이다. 사전에 관공서에서 각종 인허가 사항에 대해 구두로 'OK'를 받았더라도 최종허가 과정에서 막상 공무원들이 묵살해버리면 그만인 나라가 중국이다.

외국계병원 중 가장 '잘 나간다'는 미국계 허무자병원은 1995년부터 준비해서 이듬해 개원, 지금의 지명도를 확보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SK아이캉병원도 초반에 고전했다. 2004년 2월 임시진료를 시작해 그해 4월 정식 오픈했지만, 원래는 2003년 9월에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당시 사스가 터져 두 달이 연기됐고, 여기에 허가 지연과 공사 등으로 결국 5~6개월이 늦어진 것이다.

중국 진출 전 각오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SK아이캉병원 정성일 원장은 "미국으로 이민 가면 죽기 살기로 준비하고 가는데, 중국으로 오는 사람들은 마인드가 그렇지 않다"며 "가정부는 10만원, 기사는 12만원이면 쓰니까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합작'이나 '원내원' 방식 등으로 진출

 

중국에 진출하는 방식은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중외합작'으로 중국인과 외국인이 자본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중국 관련법에 따르면 2000만위엔(26억원) 이상의 금액을 외국인과 중국인이 7:3 비율로 투자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을 택할 경우 1400만위엔(18억2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때로는 중국인 몫인 30%까지 대신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방식은 가장 공식적이고 합법적인데다 과실송금(수익을 국내로 보내는 것)이 가능한 반면 허가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흠이다. 3년간 면세 혜택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아이캉병원이다. SK그룹과 Top 성형외과·새빛안과·초이스 피부과·유니온 이비인후과·예치과 등 5곳이 공동으로 70%를, 중국 위생부와 SK 사업파트너인 중국 회사가 각각 20%와 10%를 냈다.

의사 입장에선 대기업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 이모저모로 유리하다. 중국은 단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정설이다. 자본 회수가 오래 걸리는 대신 일단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의사 개인은 개원 1년 뒤에도 적자가 난다면 못 견디겠지만, 기업은 다르다.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업에 묻어가는 게 좋다. 현재 삼성의료원 등 몇몇 대기업이 중국 진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원내원 방식(clinics in hospital)'으로 기존 중국 병원 내에 과를 개설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단기에 치고 빠지면서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원내원 계약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가령 중국인 병원장과 사이가 틀어져 갑자기 세를 10배로 올려달라고 하면 나갈 도리밖에 없다.

셋째, '명의 대여'로 중국인 명의로 개설하는 방법이다. 중국은 의사가 아니어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이름을 빌려도 된다. 허무자병원 북경 분원이 이 방식을 취했다.

이 밖에 가방만 들고 돌아다니면서 진료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있다. 물론 불법이다. 또 기존 병원에 취직할 수도 있다.

 

면허제도 꼼꼼히 챙기세요

 

가장 신경쓸 부분은 면허다. 중국에서 외국인이 의료행위를 하려면 '행위면허'를 받아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하며 약 1년간 유효하다. 시험은 영어와 중국어로 보는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실습 등으로 나뉘지만 과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는 구술시험을 안 보는 반면 치과는 환자를 직접 데리고 가서 실습해야 한다. 청도 지역은 구술시험을 안 본다.

북경이 면허 취득하기가 가장 어렵다. 북경 위생국 관계자는 "행위면허 시험 합격률은 30~50%로 절반 이하"라고 밝혔다.

면허시험에 응시하려면 중국 의사 2명의 추천서가 있어야 하는데, 신뢰할 만한 의사여야 합격에 유리하다. 이 추천서는 응시자가 문제를 일으키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릴 경우 등 유사시에 책임을 지겠다는 보증서 성격을 띤다.

면허 갱신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매번 시험을 다시 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등 면허요건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면허는 전문과 행위 전체에 대해서 받을 수도 있고 일부만 허가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의 경우 제왕절개나 분만 등으로 구분해서 시행한다.

면허시험을 보기 전 경험자의 조언을 들어보는 게 좋다. 실제 한국 안과 전문의가 라식수술 행위면허 시험을 보면서 한 손으로 했더니 시험 감독자가 "나이도 젊은 사람이 어떻게 투핸드가 아닌 원핸드로 할 수 있느냐"며 떨어뜨린 적이 있다. 한국 의료수준이 앞서 있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릴 수 있으므로 적어도 앞에선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게 요령이다. 한 경험자는 "시험장에서 감독자에게 이 방법이 더 낫다는 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오늘 잘 배웠다'고 대답하는 게 합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수익보다 새로운 경험 원한다면

 

환자를 상담할 때 통역은 필수다. 이 때문에 상담시간은 한국의 2배가 아니라 3배 정도가 걸려 3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린다. 환자에게 수술방법을 설명할 때 시간 단축을 위해 파워포인트로 도식화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중국은 의약분업을 임의분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병원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물가는 한국의 1/5~1/10 정도이며 대학을 졸업한 신입직원의 월급은 1500위엔(20만원) 수준이다.

건강보험 수가에 얽매인 한국에서 하루 60명 정도의 환자를 봤다면 중국에선 10명 정도만 진료해도 수익이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의대에서 배운 것을 시간적으로 넉넉하게 풀어보고 싶은 의사라면 '강추'라는 게 중국에 진출한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성일 SK아이캉병원장은 "중국은 넓은 밥상은 차려져 있으나 아무나 앉게 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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