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06:00 (토)
홍보만으로 출산율 늘까?

홍보만으로 출산율 늘까?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4.19 16:0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안' 낳는 것일까, '못' 낳는 것일까?

둘 다 맞다.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만들어 낸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안 낳기도 하고 못 낳기도 한다(못 낳는다는 건 불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현재 가족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대책은 '안 낳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협은 지난 달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1·2·3 운동'(결혼 후 1년 안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을 시작했다.협회 건물 외벽에는 '엄마, 아빠 혼자는 싫어요'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과거의 표어에 견주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가협이 의욕적으로 '1·2·3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1·2·3 운동'에 대한 모 일간지의 기사에는 이 운동이 "비현실적"이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1천개를 넘었다.그들은 사교육비·육아비 등의 경제적 부담이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의 출산장려책은 뜬구름 잡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출산 정책이 의식개혁으로 성패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과거에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자녀를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사교육비 문제는 이제 자녀 양육의 핵심 요소가 됐다.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산 순간부터 자녀 양육문제는 엄청난 짐일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는 한 아무리 24시간 언론에서 출산장려를 홍보해도 젊은 부부들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최선정 가협 회장은 "가협의 임무는 바람직한 출산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출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해당 부처에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최 회장의 말은 사실인즉 옳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의 단순 구분법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가협이 출산장려를 홍보하려면 최소한 출산 및 양육 여건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가협은 지난달 저출산대책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달 18일부터 복지부와 함께 '저출산 대책 릴레이 간담회'도 시작했다.이러한 노력들이 실질적인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이를 '못' 낳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저출산 대책을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