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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법 제정 '시기상조'

안락사법 제정 '시기상조'

  • 공동취재팀 kmatimes@kma.org
  • 승인 2005.04.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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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호스피스 제도 정착 급선무"
안락사-무의미한 연명치료 개념 구분 필요

▲ 2일 열린 '소극적 안락사' 포럼에는 호스피스 기관에서 일하는 종교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의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환자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안락사법 제정은 시기상조이며 안락사와 연명치료 중단의 개념을 분리하고 사회복지제도·호스피스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하고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한림대 생화학 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소극적 안락사 논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사회복지제도·죽음에 대한 문화·호스피스제도·임종에 관한 법제도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극적 안락사의 법률적 검토'를 발표한 신현호 변호사는 "소극적 안락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에 앞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특유의 역사·문화·종교·사회복지제도 등을 고려, 제반 조건들을 먼저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 교수는 "안락사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개념을 구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허 교수는 "임종환자를 대할 때 의료인은 환자가 고통 받는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하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의사나 보호자의 의견이 아닌 환자 본인의 가치관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삶의 연장인가, 고통 기간 늘리기인가=허 교수는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84세 남자 환자의 사례를 제시했다.이 환자는 1년 전 식도암이 간으로 전이돼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집에 있다가 호흡곤란이 악화돼 응급실을 찾았다.담당 전공의는 호흡곤란이 심낭에 고인 물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식도암은 치유가 불가능하나 심낭의 물만 제거하면 '한동안' '살 수도' 있다"며 중환자실 입원을 권유했다.결국 이 환자는 35일 후 사망했다.

허 교수는 "이 경우 만약 치료하지 않았다면 수일 내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며 "치료를 통해 얻은 35일의 기간이 의미 있는 삶의 연장인지 고통받는 기간의 연장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죽음교육·호스피스 제도 등 필요=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죽음준비교육을 통해 죽음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며 사전유언제도·호스피스 제도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극규 모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진료원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도움으로 90% 이상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만큼 평소에 준비된 죽음·가족들과 함께 맞는 죽음·정신적으로 편안한 죽음·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허대석 서울의대 암센터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본인의 경우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이 70%를 웃돌았지만, 동일한 응답자가 가족일 경우에는 10% 선에서 그쳤다"며 "의사나 보호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국내 현실에서 벗어나 환자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의료조직내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할 조직과 지침이 마련돼야 하며, 임종과 관련된 법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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