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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기도 환자는 때려서라도 치료해라?

자살기도 환자는 때려서라도 치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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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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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의협 법제이사·변호사 >

   최근 대법원이 확정판결한 한 사건으로 의료계가 떠들썩하다. 농약을 먹고 자살하려던 응급환자에 대하여 강제로라도 적극적인 치료행위를 하지 아니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치료행위를 하기 이전에 환자의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고 배운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판례라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다. 치료과정에서 의사의 진료권, 환자의 동의권, 인권 등의 복잡한 권리문제가 서로 대립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경우에는 동의를 받아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일정한 가이드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법에 그러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하여 많은 의사들이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 이 판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판례는 의사의 진료행위가 일방적인 환자에 대한 수혜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나 객체가 아니라 의사와 치료에 대하여 서로 협의하는 상대방이라는 것이다. 협의는 결국 의사가 이런 저런 치료를 하게 되면 이런 긍정적인 치료효과가 있고 한편으로는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환자가 이해하고 치료를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동의(Informed consent)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치료를 의사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동의를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진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미용성형을 하고자 하는 환자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 미용성형은 반드시 시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는 최대한 자세히 아주 작은 부작용의 가능성까지도 이야기 해주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매우 축소된다. 기절한 환자나 과음한 상태에서 올바른 의식이 없는 환자가 그러한 예일 것이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여 증상이 악화된 것에 대하여까지 의사가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판례는 극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술에 취한 환자였고, 위세척을 하였더라면 생존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환자의 생명이 의사의 시술 여부로 직접적으로 명백하게 좌우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인권은 환자의 생명권보다 우위일 수 없다고 판단,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사례가 특이한 만큼 이 판결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응급환자에 대한 수술동의의 한계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인권 등의 충돌의 해법을 공론화 시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이 의의가 있다고 본다(02-2009-7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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