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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는 탁상공론이다, 경쟁력 없는 회사 정리하라"

"M&A는 탁상공론이다, 경쟁력 없는 회사 정리하라"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03.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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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최근 제네릭 열풍도 '과다경쟁', '투명성 훼손' 우려

▲ 왼쪽부터 황호성 LG투자증권 연구위원, 임진균 대우증권 팀장, 김지현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정명진 대신증권 연구위원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대 유일한 살길'로 제시하고 있는 '개량신약'과 'M&A를 통한 몸집불리기' 전략에 대해 국내 유수의 증권사 연구원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10일 제약협회가 마련한 '제약경영산업분석 TF팀' 첫모임에 참석한 4명의 연구원들은 평소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을 가감없이 피력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모임은 제약협회가 업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증권사 연구원, 협회 직원 등으로 TF팀을 결성,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였다.

신석우 제약협회 전무는 인사말을 통해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R&D에 투자해야 하며, 적절한 규모를 이루기 위해 개량신약, 제네릭의 활발한 개발, M&A를 통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국내 업체들의 R&D 방향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신약개발? 밀어부치기는 힘들다

임진균 연구원(대우증권)은 "90년대부터 신약한다고 부르짖었지만 실제 성과는 전혀 없었다. 신약개발은 위험성도 크고,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의미없기 때문에 신약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전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BT에 신경을 써야하며 신약과 BT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결국 M&A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국내에서의 'M&A'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 국내에서 가능한 M&A가 부도난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파이프라인 M&A가 아니면 탁상공론이다

황호성 연구원(LG투자증권)은 "국내 상황에서 M&A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당위성과 혜택을 준다해서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할만한 회사는 없다. 현 시점에서 M&A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임진균 연구원도 "M&A는 아직 성급한 주제"라며 "파이프라인의 M&A가 아니면 시너지 효과가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이는 제약협회측이 강조하고 있는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도 M&A에 나서는 것을 보고 자극 받았다'는 말에 대해, 일본과 같은 수준의 파이프라인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의 M&A 논의는 '일본이 하니 우리도 한다'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정명진 연구원(대신증권)도 "분업 이후 실적도 커지고 M&A 이야기도 나오지만, 문제는 이 추세가 몇년을 더 갈까"라며 의문점을 던졌다.

제약사 절반이상 정리 필요, 제네릭 과열도 우려

연구원들은 향후 업계의 대안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호성 연구원은 "현재 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229개나 되는데 이중 기대를 걸 회사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50% 이상의 기업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규제를 더 강화, 탈락자를 양상해야 큰 회사들은 더 커지고 국내 업체간 과다 및 불공정 경쟁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개량신약'이라는 화두에 대해 임진균 연구원은 "분업이후 제약산업이 투명해지면서 경쟁력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 제네릭 열풍이 과열되면서 이 투명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제품의 8∼90%가 제네릭이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사끼리 싸우게 되며, 결국 R&D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지현 연구원(동원증권)은 "국내 업체들이 제네릭이나 케미컬 신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보다는 올해 유럽, 미국 특허가 대거 만료되는 바이오 제네릭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인숙 제약협회 기획실장은 "현재 우리도 바이오제네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허가에 제한이 많은 상태"라며 "식약청이 이에 대한 보완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도 약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제네릭을 육성하고 있다. 과다경쟁 부분이 우려는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연구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반된 현실에서 협회가 어느 편에 설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협회의 업무추진 한계성에 대해서도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제약협회는 이 TF팀 모임을 분기별로 개최, 모임에서 제시된 업계 발전방향을 발전시켜 제약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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