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코리안드림 실낱같은 희망불씨 지펴가요
상처입은 코리안드림 실낱같은 희망불씨 지펴가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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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의원 이완주원장

 

베풂 통해서 얻은 마음의 풍요

 

지난 7월 22일 구로구 가리봉동에 외국인 노동자 의원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병원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니 외국을 포함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만을 위한 상시적인 병원이 생긴 것이 그야말로 '최초'라는 점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의원의 이완주 원장은 "이는 거꾸로 보면 우리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노동 환경이 빚어낸 결과"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순이 다 된 나이에도 건강하고 밝은 성품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이 원장의 모습은 참된 의료와 봉사가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었다.

 

 

 

하느님의 사랑 되돌려주는 늦깎이 봉사

 

"개원한 지 6개월쯤 되니 훨씬 편안해졌어요.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겠다고 무작정 벌인 일인데, 여러 분들이 알아주시고 도와주셔서 송구스럽고 민망하네요."

 

언론의 집중이 많이 부담스러웠던 듯 하다. 하지만 이내 자신 있고 분명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때가 되면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의료 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이 병원은 원래 신상진 선생님이 맡을 계획이었는데, 부득이한 이유로 제가 맡게 되었죠. 저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이에요. 이 나이에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특히 소외된 계층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보람됩니다."

 

이 원장은 어머니가 의사였던 까닭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연스레 의사의 길을 택했다.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했으며 자신은 무려 23년 동안 방배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해왔다. 늦깎이 나이에 잘나가던 개인 병원을 접고 의료 봉사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이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 의원의 원장을 맡게 된 데에는 '서울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대표를 맡고 있는 김해성 목사의 권유가 무엇보다 컸다고 말한다.

 

"시아버님이 장로였던 덕분에 교회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4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어느 순간에 문득 의사는 하나님이 하게 해 주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다짐했어요, 하나님에게 받은 사랑을 언젠가는 다시 되돌려주는 삶을 살겠다고."     

 

 

 

후진국형 질환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가족처럼

 

외국인 노동자 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노동자는 40만 여 명 가량, 이들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14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반 병원비를 내야 한다. 병원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장시간 일을 하는 고된 여건 속에서 살아가다보니, 진료를 미루거나 근처의 개인병원을 찾는다. 그렇게 되면 코리안 드림은 물거품이다. 진료비로 돈을 다 날리거나 몸이 상해 죽어나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반복적인 육체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및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질환, 환경적 특성에 의한 결핵 등 감염성 질환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불법으로 일하게 되고 열두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심한 노동을 하고 그러니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면역력이 약해지는 거죠,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신경과 질환이 많아요. 그리고 어찌나 술을 좋아하는지, B혈 감염 보균자도 제법 되지요. 가장 큰 문제는 감기나 결핵, 파상풍 등 간단한 질병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생명까지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겁니다."

 

이 원장은 이를테면 공사장에서 일하다 못에 발이 찔렸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파상풍으로 악화됐고 결국 숨진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등 조금만 일찍 병원을 찾아갔으면 충분히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타지에서 아프기까지 하면 오죽 서럽겠어요."

 

기억에 남는 외국인 환자가 있냐는 기자의 농담 같은 질문에, 인도에서 들어와 알코올성 간염을 앓고 있던 쏘니를 떠올린다. 복수가 차서 배가 퉁퉁 부어오른 채 찾아와서는 어느 정도 나아지면 도망가고 다시 찾아오기를 수차례. 갖은 협박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술을 끊지 않더라고 말하며 지금은 많이 나아졌을까 하는 걱정스런 표정을 내비춘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치 가족처럼 돌보려는 친절이 그대로 전해졌다.

 

 

 

외국인 전용병원 시스템 갖출 터...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 중 치료비를 낼 형편이 되거나 산재나 교통사고 등을 당해 지원금을 받는 경우는 치료비를 받고 있지만, 미등록 이주 노동자 등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자체 심사를 통해 진료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 외래 진료를 포함해서 산재가 아닌 이상 진료는 거의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후원회가 아직 결성되지 못했고 자발적으로 구좌를 개설해 놓기는 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무작정 찾아와서 돈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아픈 사람 그냥 보낼 수도 없고.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정도지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에요."

 

하루 평균 60명가량의 외국인들이 병원을 찾는다. 가장 많은 조선족을 포함해 중국동포들은 70~80%를 차지한다. 몽골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온 제 3 세계 외국인들도 넘쳐난다. 11명이 입원해 있으며 이기혁 공중보건의를 포함해 총 9명의 직원들이 힘을 쏟고 있다.

 

고대 구로병원이 협력병원으로 자체적으로 치료하지 못할 시에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시급한 사항은 수술 후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소개된 것을 보고 돕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의사들이 많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사람 돕기를 좋아한다며 쾌활하고 큰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원봉사자들이 70여명에 달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불러달라며 천사병원에서 명단을 보내왔다.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하려는 '젊음'을 보고 있으려니 마냥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할 수 일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진료 외적인 관리 분야에도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해야죠. 각 지부마다 외국인 노동자 의원을 모체로 하는 전용 병원들을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요."

 

이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 병원을 준 종합 병원 수준으로 성장시켜 중증 질환까지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또 안산과 평택, 광주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또 다른 지역에도 이 같은 병원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겸손함과는 사뭇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미래에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한 열정적인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 의원을 맡으면서 더 큰 만족과 마음의 풍요를 얻게 되었다며 다시 한번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글/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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