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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용일

[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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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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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가천의대 총장)

필자에게 주어진 주제가 뜻하는 대로라면 해마다 배출되는 3,000여명의 의과대학 졸업생 중에서 의학외적인 다양한 전문 직업인이 적지 않게 배출되어, 그 결과 이들이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아주고 또 대학에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의사양성 교육을 펴도록 주문함으로써 바른 의사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할 수도 있다.

환언해서 `의과대학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이들이 졸업한 후 본연의 사명을 추구하면서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인가'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종의 의과대학 졸업생을 양성하는데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일차적인 교육목적이 의사양성에 있는 한, 이 주문을 아래와 같이 받아들이고 싶다. 즉 의사들이 자신에게 부과되는 전문가적(기술인적) 자질 이외에 모름지기 바른 직업관을 갖추고 이를 지탱하는 사회적 기능을 갖도록 학생시절부터 어떻게 지도하여야 하는지 모색하기 위한 시발점의 제시로 말이다. 차라리 다른 직종으로 진출하는 의사 예비생들을 위한 사회성 개발보다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참여에 초점을 두는 것이 당면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싶다.

본 소고에서는 사회가 의사들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단순히 의료인의 전문가적 자질 개발에 머물지 않고 환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내용을 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현행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금의 의학교육은 의학분야의 전문가적 자질 개발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의사에게 닥쳐 오는 다양한 사회적 책무를 무시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의사들이 변호사·신문기자·정치인과 같은 다른 직종으로 전직해 가는 이유를 살펴보면 그 길이 적성에 맞기도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고립적 의료가 싫어서 가는 길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의 의과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상의 문제점 중에서도 의학교육과 사회적 책무성간의 괴리현상을 유도하는 요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목표 설정단계에서부터 전문가적 자질개발에 치우치고 있다

지금의 의학교육 그리고 의사자질 평가를 위한 국가시험에서는 전문성(specialization)과 직업성(professionalism)에 혼선이 있다. 의사의 전문가적 자질이란 의사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지식의 소유와 기술영역의 숙달성을 의미하고, 직업적 자질이란 전문직이 갖출 사회성·도덕성·가치관을 포함한 태도나 규범 등을 포함한다.

즉 의사는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단순한 전문가(expert)가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인에게 주어지는 공익성·도덕적 가치관 즉 히포크라테스 서약이 암시하는 직업관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의과대학이 담당해 온 교육은 엄청난 양의 지식전달과 기술전수에 급급하였고, 결과적으로 의사가 감당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데 미흡하였다.

2. 졸업생의 다양한 진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였다

의과대학 졸업생의 진로는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교육은 마치 로봇의사 양성교육과 같다. 모든 내용을 똑같이 필수교과목으로 일시에 제공하는 획일형 교육에 치우쳐 학생들의 다양한 자질개발 욕구에 대처하지 못하였다. 즉 교육의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개인적 성장을 억제시켰으며 사회적 참여성이 높은 분야에의 학습경험을 무시하였다.

3. 교육과정이 사회성 개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의과대학은 직업교육이라는 명분 속에 지식전수나 기술훈련에 집착한 나머지 사회적 발전을 폭넓게 수용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최근 들어 직업윤리·도덕적 가치관의 함양, 의사환자의 관계 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지만 강의 중심의 교과목 강의만 추가될 뿐 학습효과를 노리지 못한 동상이몽형 교육만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과대학이 다양한 직종의 의사양성을 의식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다. 차라리 학습자의 다양한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특히 사회적 시각을 의식한 자질을 갖춘 의사를 만들도록 학습자 중심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기획정신이 필요하다. 이 때 전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도덕적 판단력을 어떻게 습득하게 되는 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판단이다.

실제로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며 생기는 갈등을 통하여 많이 배운다. 특히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눈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접근방법을 보고 배우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상황에서라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의사라는 집단이익에 대한 민감성이 커지고 있을 뿐 이를 사회화시키는데 무감각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이념이나 임상적 심성 양성, 직업윤리에 대한 인식에 관한 한 입학 당시의 생각이 졸업할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일정하다고 한다.

1.선택의학 제공·프로그램 다양화

어차피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을 바에야 지금까지 가르치려던 방대한 교육내용을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어 핵심적인 것은 필수교과목으로, 그리고 장차 의사가 되어 의료행위를 담당할 때 도움이 되고 유익한 내용은 선택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사회성 교육을 위한 틈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것을 필수교과목으로 묶지 않고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와 자질을 수용하는 선택의학 프로그램을 과감히 개발하고 정의적 자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의예과 과정에서부터 의사의 사회참여를 익힐 기회를 찾게 된다.

2. 체험학습의 시도

교수가 학생을 가르칠 때만이 교육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강의법만으로는 사회적·도덕적 판단능력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는다. 또 대학 내에서만이 가르쳐야 할 이유도 없다. 대학 외에 실제 사항이 산재해 있고 이를 위해 봉사하는 다양한 인력이 있다. 이들을 신뢰함으로써 교육의 실제성과 실사구시적 효용성을 경험하도록 맡길 필요가 있다.

예컨대 병원봉사실습을 통한 다른 직종 이해하기, 의학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바른 판단과 협동을 위한 체험학습 등은 학외실습·병원 봉사실습·특성화 선택과정 제공·체험의학 기회 개발 등으로 가능하며 의사 이외의 직종을 통하여 더 잘 배운다.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보다 폭 넓은 사회성을 갖도록 또 다양한 진로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육단계에서부터 지식·수기 전수를 위한 전문가적 자질 함양에 그치지 않고 선택의학교육의 기회 확대 및 체험학습을 통한 직업성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길만이 의사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지도자적 자질을 발휘할 수 있으며, 또 의사들의 사회적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나 대학 밖의 지도자를 신뢰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구체적인 추진방법을 개발하는 것 역시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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