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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신년]히포크라테스/백광세

[2001신년]히포크라테스/백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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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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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세(전 연대의대 학장·생리학)

특성화 선택과정 - 연세의대의 경험

 

 

21세기는 다양화, 개별화, 특성화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관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의학교육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료계의 많은 교수들은 공감하고 있다.


마치 중고등학교의 시간표를 연상하게 하는 빈틈없이 짜여진 강의시간, 선택할 수 있는 강의는 거의 없고 대부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교과목, 도제적 교육으로 인한 교수-학생간의 수직적 관계, 암기 능력에 의존해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시험 등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1998년도에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 그리고 진로선택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하여 특성화 선택과정(Specialized Elective Course)을 4학년 교육과정에 8주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1999학년도 4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다. 이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개인적 적성과 흥미에 따라 과정을 선택하는 것에 있으므로 개별화 교육이 실시된다는 것이다.

개별화 교육은 학생이 의도한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개인의 능력, 적성, 동기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고 타당한 수업 방법 및 절차, 자료의 선택, 평가 등을 변별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의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서 교육의 모든 요소를 각 학습자의 독특한 요구와 특성에 알맞게 조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화선택과정의 목적은 첫째,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특성화과정을 선택하도록 하여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도록 하고, 둘째, 의사로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넓히고 사회 진출을 위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다.

특성화선택과정은 크게 내부계열과 외부 및 해외실습 계열로 구분되어 있으며, 내부계열은 다시 임상의학 계열과 기초의학 계열로 나뉘어지며, 외부 및 해외실습계열은 외부실습, 해외실습, 의료선교 및 보건정책 및 의료법, 윤리 계열로 구분되어 있다.

1999학년과 2000학년도에 학생들이 선택한 기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는 특성화선택과정을 2년 간 운영한 결과이지만 시행 두 번째 해인 2000학년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내에서의 실습보다는 외부에서의 실습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습기관의 선택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남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영역이 확장되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외부의 실습기관으로 학생들은 법학과, 사회학과, 건축학과, 전산학과 등 일반대학의 학과에서부터 변호사 사무소, 청년의사, 동아일보, 대한항공, MBC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선택하였으며, 의료선교 분야에서는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실습을 하였다. 또한 해외 실습 국가로서는 미국, 스웨덴, 이디오피아, 우간다, 일본, 캐나다, 필리핀, 호주 등을 선택하였다.

학생들은 의학교육에서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교육을 경험하게 된 소감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밤을 새며 배웠다”, “내가 가진 의사 상에 대한 많은 변화에 의해 앞으로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미칠 것이다”, “이번 두 달은 내 인생에서 어떤 두 달보다도 알찬 두 달이었고, 보람찬 두 달이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일에 매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등이다.

실제로 이러한 표현들은 늘 자신의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 일반 대학 학생들에게는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예과를 포함한 5년 간의 완벽하게 짜여진 시간 속에서 지낸 의과대학 의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는 매우 감동적이고 실로 자신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봄으로써 의사로서의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특성화선택과정은 의학교육에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학생의 적성 파악, 진로선택 기회의 확장, 의사로서의 다양한 안목 함양 등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교육과정으로 인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선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타 대학에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러한 개별화 교육과정의 개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의사로서 보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크며, 사회가 바라는 바람직한 의사로서 활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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