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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창립]93년 역사속의 의협

[2001창립]93년 역사속의 의협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1.11.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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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청(서울대 명예교수)

대한의사협회가 창설 93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의료계의 구심점으로 모든 의료단체의 중앙회로서의 위상과 책무를 위하여 협회와 회원 모두가 그 나름대로 합심하고 노력하여 오늘에 이른 것을 다함께 치하하여야 할 것이다. 1908년 한국의사연구회 창립 1947년 조선의학협회 창립을 거쳐 의협회지 창간(1948), 세계의사회(WMA) 가입(1949), 의협학술상제정(1960), 아시아대양주의사협회연맹(CMAAO)가입(1981), 의협신보 창간(1967), 의정회 창립(1970), 의협회관 준공(1974), 공제회 창립(1981)등을 이루었고 종합학술대회 개최, 전문의 고시 시행, 국제 교류 등 크고 작은 사업을 통해 국민보건향상과 회원 권익 증진에 기여 하여왔다고 할 것이다.

 

이동안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과 광복, 남북분단 그리고 6·25 전쟁 등의 격동기를 거쳤고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을 이루어 내었다. 지난 IMF재정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각 분야에서 변화에 따른 우리 의료분야의 큰 강줄기와 같은 흐름과 굴곡 속에서 항상 의협은 그 중심에 있었고 있어야만 하였다.


30년전 우리나라의 생활수준, GDP, 그리고 그 당시의 의료수준과 지금의 그것들과 비교할 때 그 격차는 그 때를 살아본 사람들에게는 상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의료보험의 도입 그리고 전국민확대는 전원풍경식 의사 중심의 무풍지대에서 의료행위 적정화, 의료비 절감이라는 명분 하에 국가주도하의 통제의료의 찬바람이 몰아쳤다. 이때 우리의 의협은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료인의 권익을 위하여 결코 만족할만한 것이 되지는 못하였다.

첫 단추를 잘못 낀 제도가 세월이 흘러 의약분업 문제와 겹쳐서 우리나라 의료사상 처음으로 우리 의사가 모두 거리로 나간 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지난 격동의 시대에 의협은 때로는 중심에 우뚝 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의사공동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의료발전에 이바지하고 회원 권익의 증진에도 힘써 그 성과가 좋은 때도 있었으나, 때로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회원간의 화목과 단결에도 그 목표에 미급하여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기도 하였다.

의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의료수익은 불균형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인 의협에 대한 시선은 날카롭기만 하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악재와 악조건 등 모든 여건을 하루아침에 온 것은 아니며, 지난 93년 동안 쌓이고 쌓인 업보인 것이다. 이럴 진데 우리들 회원 모두는 그 책임의 일단을 면키 어렵다. 나는 의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난 것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하는 회원은 앞으로 10년 후 아니 93년 후의 후배 회원에게 지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지난날의 의협의 자취를 돌아보고 여기서 교훈과 지혜를 찾고 경험을 살려 지금과 내일을 대비하려고 할 때 우리 구성원은 각자가 살아오고 보아오고 겪어본 의협에 대하여 각자의 개성 있는 견해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이점을 이해하고 대승적 관점에서 의협을 이끌고 돕고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세대차를 수구와 혁신의 대결로 보지 말고 온고이지신의 진화과정이나 청출어람의 문화의 재창조 흐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지난 30년간 보고 겪었고 참여하였던 의협의 좋은 점의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간부진 물론 회원들의 화목과 단결이 대체로 잘 이루어 진 것이다. 또한 단점을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각종 선거전의 과열이다. 그 결과 당선 후 간부진 구성은 적재적소보다는 안배의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지난날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고 주관적인 면이 많지만 이러한 작업을 게을리 하면 세월은 무심히 흘러만 갈 것이다.
지난날을 돌아보고 아쉬웠던 점은 첫째로 나를 포함한 모든 회원의 참여의식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번 의약분업 사태 때 보여준 참여율과 결집력의 몇 분의 일이라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참여하여 실행하고 노력하였다면 훨씬 유리하고 쉽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결정적인 위기에 큰 힘을 모아 행동력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조금씩 꾸준히 작은 일부터 이루어 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둘째로는 전문인 활용의 미흡이다. 이제까지의 의협은 의사에 의하여 선출된 회장이 임명한 의사에 의하여 운영되어 왔다. 앞으로는 회장이 임명한 전문인의 운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때 전문인이란 전업(full time)을 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문기능인(professional)을 말한다.

이제 의협은 회원 수와 회무의 규모 내용으로 보아 개원의, 봉직의 교수 등의 겸직으로 담당 회무를 운영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한다. 또한 정책분야 전문가, 경영전문가, 홍보전문가, 교육연수전문가, 정보전문가 등 각 분야의 두뇌집단의 활용 내지 상근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이때 의사/비의사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지난 의약분업 사태 때 홍보전문가의 활용에 의한 대국민 설득효과의 극대화는 좋은 본보기이다. 회원의 참여의식 제고나 전문인의 활용은 시간과 자금과 의식구조의 개혁 등 오랜 세월의 노력이 필요한다. 그러나 오늘 씨를 뿌리지 않고 시작하지 않으면 10년은 쉽게 늦어질 것이다.

이제 협회 창설이래 첫 직선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다수로 40대 회장이 선출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어 의욕적인 활동을 하여가고 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주고 거들어 주어서 어려운 이 시기에 밝은 내일을 향해서 달려가야 할 것이다.

훌륭한 의사의 덕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열린 귀, 열린 마음을 가진 `팀 플레이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건강을 지키는 의사로서 한계가 자명한 자기능력을 깨닫고 다른 의료진과의 협조를 기꺼이 받고 주는 의사만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사의 집단인 의협도 팀플레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의협의 좌표와 위상에 걸맞게 운용도 이 원칙을 지켜야 하고 중앙회로서 각 의료단체와도 의연하지만 협조적인 접근으로 팀플레이를 하여 큰 그릇, 큰 기둥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의 큰 과제는 환자로 대표되는 국민과의 팀플레이다. 환자가 우리 편으로 다가와 우리의 고충과 애로를 이해하면 우리는 힘이 생기고 길이 열릴 것이다. 의료 소비자로서의 환자와 의료 공급자로서의 의사의 관계가 갈등을 일으키고 의료관리와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당국과의 마찰을 빚고 있는 요즈음 둘도 없는 생명과 건강 수호라는 숙명적인 과제와 직업인으로서의 권리 추구의 경계에서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은 우리 의협이 당면한 큰 숙제이다.

회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모진 채찍을 받을 수는 있지만 환자 그리고 국민에게 외면당한 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 물을 잃은 고기가 어디로 갈 것인가. 먼저 우리 모두가 살피고 준비하고 힘을 보태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오지 않게 참여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환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가 다가가서 우리가 그들의 편임을 알리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길이 열릴 것이다.

의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모든 환자를 가족같이 여기자.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자. 나눔의 정신을 행동으로 보이자. 그러면 환자와 국민이 우리 편으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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