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변호사>
환자이외 방송국과 발생한 분쟁의 경우를 알아보자.
A원장은 모 방송국 몰래카메라 취재를 당했다. 그 내용이 일요일날 방송된다고 하면서 어찌해야 하냐고 문의를 해왔다. 환자에게 비만상담을 해주고 난 뒤 갑자기 기자가 방송카메라를 들고 들이닥쳤고 그 때서야 사실은 그 환자가 방송국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고 환자 가방 속에 몰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말들을 하였고 이 내용이 보도되면 엄청난 명예실추는 물론이고 병원도 지장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의사들은 방송국에 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협박 반 애원 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예전에는 가능할 수도 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통적 방식은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몰카취재는 기획취재일 가능성이 많다.
기획취재는 방송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고려하여 볼 방법으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는 것이 있다. 가처분신청은 빨리 진행을 해야 하므로 늦어도 방송되기 전에 법원에서 심리가 열리게 된다.
심리 때 몰카의 비윤리성과 불법성을 주장하고 방송국에서 방송하려는 보도내용을 확인하여 병원 인테리어의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 등의 요청을 할 수 있다. 소송실무에서 정상적으로 취재된 내용이라도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라는 결정을 받을 수 있다. 하물며 정상적이지 않은 함정취재는 법원의 가위질이 더 많을 수 있다. 때를 놓쳐 방송이 되고 난 이후에는 어찌해야 하나.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시간이 많이 들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반론보도나 정정보도청구 제도를 이용하여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방송취재기자들도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윤리강령을 가지고 있는데 방송기자들의 윤리강령에도 방송취재는 정당하고 적법한 방법을 통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범죄자에 대한 수사도 최대한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함정수사는 위법이다. 함정취재도 인권침해다. A의사는 시기를 놓쳐 가처분신청을 하지는 못해서 결국 방송은 보도되었으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하여 심리 중 조정을 통하여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받게 되었다.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환자를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