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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의료체계

[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의료체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1.02.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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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륜(서울대 보건대학원장)

통일 후 의료체계

 

 


2002년 새해 아침에 그려본 통일의료제도의 윤곽은 어떠할 것인가? 만약 통일의료제도가 한민족의 염원을 담은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당위론적인 이상형의 의료체계를 꿈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남북한의 현실에 뿌리를 둔 타협형 의료제도를 그릴 수 밖에 없겠다. 특히 2002년에 당장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본고에서는 급격하게 금년에 당장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안 1>과 약 10년간의 기간을 두고서 2010년경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의 <안 2>를 상정해 보겠다.

<안 1>의 경우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붕괴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규모 주민 봉기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서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킬 때 이 새로운 세력은 더욱 반통일적으로 되는 경우와 협상에 의한 통일지상주의적으로 되는 경우 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이때 전자의 반통일적인 경우는 <안 2>로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이므로 협상에 의한 통일만 남게 된다. 후자의 통일지상주의적인 경우에는 동구라파권과 소련의 붕괴를 참고할 수 있다. 즉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자본주의화 하는 작업이 된다.

북한 의료제도는 무상치료제와 의사담당구역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영의료체계이다. <안 1>은 기존체계를 민영화시키는 방향이 된다. 이 경우에도 하루아침에 총체적인 민영화는 불가능하고, 북한의료체계에서 민간의료부분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의사면허제를 실시함과 동시에 민영화시킬 국영시설을 가려내는 한편 면허를 취득하게 한 후 개원을 희망하는 의사들에게는 의료시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북한 의료체계가 급격하게 붕괴할 경우에는 북한 내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서 보건의료인의 `메디컬 엑소더스'는 막아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안 1>은 전개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 시나리오가 된다. 급격한 통일과정에서의 대처방안은 주로 응급의료체계, 전염병 관리와 방역, 기초 보건사업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약 10년간의 기간을 두고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안 2>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의료제도간의 이질성을 극복해서 통일조국의 여건에 합당한 제도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되 경제교류 협력기와 남북 연합기를 거쳐서 통합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경제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보건의료분야의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시키는 것이 이질성 극복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인적 교류는 보건의료 전문가와 관련분야 학자들의 상호 방문을 필두로 하여, 각종 보건의료인의 상호교환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적교류와 동시에 의약품 및 의료장비의 지원 역시 남북교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의료인력의 교류나 의약품, 의료시설 및 장비 등의 물적 교류는 남북한의 의료기술상의 격차를 경감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며, 이러한 접근은 종국적으로 남북한 이질감의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의료기술 격차의 점진적인 해소를 위하여 민간의료부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이 단계는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하여, 남북한 보건의료 실태의 정확한 파악을 하며, 상호 이해의 폭을 확대시키고 상호협력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시기가 된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측에서 요청하는 것을 남한에서 수용하는 태세로 임해야 할 것이고, 남한측에서의 요청을 북한이 용인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끈기 있게 접근해서 통일 조국의 보건의료기반을 형성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단계로서 남북 연합기를 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사회주의 의료제도 역시 붕괴되고 만 현실을 북한측에 인식시킴으로써 북한 의료체계의 개방을 점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적응력을 배양시켜 나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공공민간공존형 의료체계가 북한에도 가능할 것인가? 사회보험방식을 구축하고 있는 남한의 의료제도와 계획경제하에서 사회주의적 보건의료체계를 유지해온 북한의 의료제도간에 상호접점을 찾는 것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아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북한의 국영의료제도에서 민영화 할 수 있는 부문은 민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남한의 민간주도형 자본주의 의료제도에서 의료의 공익성을 제고하면 양자간의 이질성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는 자유 개원의 제도를 확립하도록 유도하고, 남한에서는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커지도록 의료제도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상호 접점을 찾는 것이 한결 쉬어질 것이다.

남북한 보건의료 분야를 통합하는 것은 체제간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통일한국에 살아갈 전체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밑거름을 그리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통일조국 현실에 알맞은 의료보장수준과 보건의료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통합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본다.

첫째, 남북한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통일 의료제도의 구축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한다.

둘째, 남북 보건의료보장협의회를 구성하여 현실적으로 적합한 정책방안을 숙의하도록 한다. 이 협의회의 구성에는 책임 있는 당국자 이외에도 보건의료 전문가, 민간단체 종사자 및 주민 대표들이 참가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동 협의회는 남북한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민의의 수렴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상호간의 이견을 좁혀서 협의회의 최종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마지막 단계로서 남북 통일기를 들 수 있다. 남북 보건의료보장협의회가 마련한 통합모형을 계획에 따라 집행하는 단계가 된다. 물론 남북 연합기에서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한 부문에 대하여는 최종적으로 합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통합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최소화 되도록 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현실에 적합한 보건의료제도가 실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통일은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만큼 국민의 보건의료생활에도 새로운 질서의식과 규범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자본주의적 의료에 대한 적응에는 상당한 기간과 인내가 필요하므로 통일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준비는 일찍 시작 할 필요가 있다. 통일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연구검토는 더불어 사는 한민족공동체의식을 확산시키는 작업이라는 사실과 인도주의적 지원과 장기적인 전망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민족 전체의 건강 추구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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