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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후 의료보장

[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후 의료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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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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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통일후 의료보장

 

 

남북통일후의 의료보장은 통일이 어떤 절차로 어느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되며, 궁극적으로 통일이 어떤 모습을 갖출 것이냐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현단계에서는 가상적인 통일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준비하여야 할 수밖에 없다.


남북한 의료보장제도 차이

통일후 의료보장제도의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이에 따라 남한의 의료보장제도와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첫째, 북한은 이념적으로 국가에 의한 포괄적인 보건의료서비스에 의한 의료보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제56조는 “국가는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공고히 발전시키며 의사담당구역제를 강화하고 예방의학적 방침을 관철하여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되어 있다. 남한은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하에서 사회적 연대에 의한 사회보험방식에 의한 건강보험과 사회부조방식에 의한 의료보호제도로 이원화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의료보장 재원은 국가재정에서 조달되고, 남한은 보험료와 국가재정이 혼합된 형태이다.

둘째, 북한은 원칙적으로 환자본인부담이 없는 무상치료에 입각하고 있고, 예방위주의 의료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남한은 환자본인부담이 상당한 치료중심의 의료보장제도로 되어 있다. 북한의 의료수혜범위는 명목상 진단, 검사, 치료, 수술, 해산, 왕진, 입원, 약품, 식사, 요양 및 요양을 위한 왕복경비, 건강진단, 건강상담, 예방접종 등 매우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액의 대부분을 조세로 거두어가는 것 외에 사회보장비 명목으로 근로자 임금의 5∼8%를, 주민의 소득의 1% 정도를 원천징수하고 있고, 각종 공과금에도 치료비항목을 포함시켜 청구하고 있으며, 직장이 없는 부양가족이 리·동 진료소를 이용할 때에는 약값 명목으로 치료비를 내도록 하고 있다. 담당구역을 벗어난 의료수요에 대해서도 별도의 치료비를 지불함은 물론 치료약을 인민약국에서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등 무상치료의 이상과는 괴리가 있고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수요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셋째, 북한의 의료보장의 공급 바탕은 국가가 계획적으로 지역 및 사업장 단위로 배치하고 있는 의료인력 및 시설에 있다. 반면 남한은 대부분 민간이 자율적으로 의료시설을 설립하여, 경쟁에 의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국공립병원이나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가 있지만 국공립병원은 민간병원과 기능상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정부가 건강보험급여나 의료급여에 대해 의료수가를 규제하고 있다.

넷째, 북한의 의료이용절차는 1차(리·동 진료소나 병원), 2차(시·군 병원), 3차(도 중앙병원, 도 의과대학병원), 4차(평양 대형종합병원)로써 행정구역에 따라 진료권을 설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특히 1차에서 `의사담당구역제'와 같은 일차의료 중심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환자의 의사선택권은 차단되어 있다. 남한은 제한된 범위내에서 환자후송을 규제하고 있을 뿐이며, 의료이용 지역이나 의료기관의 규모에 관계없이 환자들이 의료공급자를 선택하고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남한의 의료보장제도가 현재의 구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의료보험통합을 계기로 영국식의 국가보건서비스와 유사한 체제로 나아갈 것을 선호하는 측이 있는 반면에, 건강보험내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공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을 분담하자는 측 사이에 논쟁이 계속 되고 있으므로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에측하기 어렵다.

남북한 의료보장제도 통합

어떤 방향으로 남한의 의료보장제도가 발전하더라도 남북한간의 의료보장은 급진적인 통합 보다는 남북한간의 보건의료제도의 차이 및 의료수준의 격차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수혜의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진적인 통합방안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료보장제도는 남북 양지역의 경제사회구조 변화와 연계할 수 밖에 없음을 염두에 두고 통합을 추진하여야 한다.

첫째, 통일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긴급의료구호를 통하여 북한 주민의 기초적인 의료보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 때에 긴급의료구호는 선별적인 지원을 지양하고 포괄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 추진단계나 통일 직후에는 북한의 적응기간을 고려하여 무상치료제와 같은 국가의료서비스 방식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남한의 의료급여제도를 확대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체제전환으로 예상되는 실업가정, 빈곤층, 노약자 및 편부모 가정에 대한 의료급여제도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

셋째, 통일 이후에 상당기간 동안 북한의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면서, 북한 경제의 자생력 기반을 확충하면서 북한의 기업 및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이 상승하는 추이에 따라 사회보험방식을 서서히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척시켜야 할 것이다. 남한의 의료보장제도와 통합하기 전까지 의료보장제도의 한시적 분리운영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단계적인 통합방식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남한 중심의 의료보장제도를 확산시키는 데에 비용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유의하여야 점은 의료보장제도는 재원의 조달과 의료공급자에 대한 지불보상방식이 핵심적인 내용에 속하므로 북한의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나 보건의료인력시장의 변화와 연계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맺는 말

통일의 시나리오에 따라 의료보장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로 인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 보건의료의 공백을 메꾸고 북한주민의 대량 남하이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지역에 긴급한 의료구호와 기초적인 의료보장이 필요하다. 이때 한시적으로 기본적인 의료에 대한 국가서비스가 존속되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대량 실업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급여가 지원되어야 한다. 보다 시간을 갖고 점진적인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 새로이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은 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인력 및 시설 인프라의 공급량과 질적 수준을 감안하여 의료혜택의 균점화를 위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의 기업 및 근로자, 자영자의 사회보험기여금 부담능력이 어느 정도 접근하는 선에 이를 때까지 양지역의 제도와 재정을 분리하되, 북한의 부족한 재정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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