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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보건 의료인의 역할

[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보건 의료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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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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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연세의대 교수)

통일 후 보건 의료인의 역할

 

통일 과정이 중요하다


통일 후 보건의료인의 역할은,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형편에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한편 통일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깊이 생각할 가치가 있다. 통일은 그 결과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그 성공을 위해서는 준비 단계, 통일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 그리고 통일 후 사회가 안정되기까지의 단계 등,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유연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전 단계에 문제가 있다면 다음 단계가 잘 되기 어렵고, 그래도 무리하게 진행시키다 보면 나중에 통일 후 잠재된 문제가 돌출하여 통일과정 전체를 실패로 만들 위험이 커진다.

통일사회의 의료제도가 의료인의 역할을 결정한다

의료보건제도가 통일 후 어떤 모습을 띨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크게 보아, 그 정착되는 제도에 의해 의료인의 역할이나 태도가 결정 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의료제도가 정착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 예로서 지난번 남한사회의 의료대란이, 의사의 역할, 태도, 사기 등이 제도와 얼마나 관련이 큰 가하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바라기는 북한에 정착될 통일의료제도가 의료인이 자부심과 품위와 높은 사기를 가지고 봉사하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제도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이 준비할 일

통일은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는 통일전, 통일단계, 그리고 통일후 과정까지 포함된다. 지금은 통일전 준비과정에 있다고 본다. 의료인도 통일에 대비하여 준비를 미리 철저히 할수록 성공적인 통일이 보장 될 것이다. 그 준비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포함된다.

① 열정과 관심

남북문제해결에는 우선 열정과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 통일은 우리가 원해야 이룩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조사에 의하면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남한의 젊은이들은 기성 어른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만큼, 통일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크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젊은 의료인들에게 이러한 통일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고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마도 그 열정과 관심은 북한의 실상을 알게 하고 동포애와 휴머니즘을 일깨움으로써 갖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②실태파악

어떤 준비든 준비에는 실태파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의료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또한 의료인이 미리 준비할 역할이다. 워낙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적고, 있더라도 부분적이거나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북한에 대한 다른 정보가 그러하듯이, 북한의 의료실태에 대해서도 북한이 너무 폐쇄적인 것이 현재로는 안타까울 뿐이다.

③연구

북한의 실태가 파악되면, 남한의 상황과 비교하여 어떤 분야가 낫고 어떤 분야가 부족한지 연구해야 한다. 또한 어떤 것을 우리가 배우고 어떤 것을 그들이 배워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이런 연구는 남북의 의료학자가 직접 만나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대화가 언제 가능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모쪼록 정부간 대화가 잘되어, 의료협력도 잘 이루어지기 바랄 뿐이다.

북한에 대한 이해와 반성

북한의료의 실태, 공동연구의 가능성 등에서 보듯이 북한의 폐쇄상태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남한사회의 일각에서 거론하는 퍼주기의 논란은 북한에 대한 이해부족에 근거한 바가 크다. 여기서 길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북한사회가 어떤 변화과정을 밟아 왔는지, 북한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해 왔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심적 상태에 도달하였기에 그러한 상태가 되었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사회나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된 상태에 우리 남한의 책임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바를 비난 일색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이기주의,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 탐욕, 한탕주의 등은 고스란히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그러한 공격적 태도가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반응을 일으키며, 어떤 행동반응을 야기하는지 우리는 깊은 통찰을 해 보아야 한다.

협력과 보완이라는 틀

열정이 있고 실태파악이 이루어지면, 남한의료인이 할 역할이 결정될 것이다. 필자가 통일문제를 연구하다가 깨달은 바이지만, 남북 통일의 전 과정에 있어 `상호협력과 보완'이라는 개념이 일관되게 지배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행여 도움, 지원 같은 일방적인 그리고 우월주의로 비치는 개념을 가진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대한의사협회지의 한 특집에 기고한 글에서 `상호보완과 상생'의 원칙에 대해 글쓴 바 있다.

나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남북간 의료 협력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누는 행동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교훈이 많이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자랑하지 말라,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라, 대가를 바라지 말라 등등일 것이다. 남북간의 나눔에도 이러한 교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헌신과 봉사

남한 사회에서도 그러하지만 의료인의 기본태도는 헌신과 봉사라고 생각한다. 지난 의료대란에서 겪었듯이, 의료인 자신들은 스스로 헌신적인 봉사자라고 느끼고 있으나 사회적인 평가와 대접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그 간극이 크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어쨌던 우리는 과연 봉사자인가 하고 반성하는 일은 게을리 말아야한다. 의료인이 통일 후 북한사회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 이러한 통찰력이 다시 잘 발휘되어야 한다.

필자가 그간 연구결과에 의하면 통일 후 남북한 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내지 정신적 상호적응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다. 이때 북한사람이 몸이 아파 남한 출신 의료인을 찾아갔을 때, 그로부터 받는 인상이 헌신과 봉사의 태도가 아니라면 남북한 사람들간의 상호적응이나 화합 즉, 진정한 궁극적 통일에 장애를 일으킬 요인 중 중요한 하나가 될 것이다. 보통사람에게는 건강을 돌보거나 병을 고친다는 것은 소박한 그러나 가장 긴급한 요구로서 삶의 질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도와주느냐 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실제적인 결정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인의 통일에 대한 역할은 실제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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