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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보건의료제도와 정책 개발

[2002신년]화해의 시대/통일 후 보건의료제도와 정책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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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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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성균관의대 교수)

통일 후 보건의료제도와 정책 개발

 

 

주지하는 바와 같이 보건의료수급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역할은 남과 북이 크게 다르다. 민간부문이 대부분의 보건의료를 공급하고 있는 남쪽에서는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예방보건사업, 건강보험, 및 의약분업의 시행 등이 정부개입의 예라 하겠다. 시장의 역할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쪽에서는 모든 보건의료수급을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정부의 실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공적부문에서 보건의료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다만 남쪽에서는 건강보험료가 주된 재원이나, 환자들이 보건의료재정의 일부를 직접 부담하고 있으며, 최근의 건강보험 재정파탄으로 국고지원도 늘어난 상태다. 정부예산에 편성 집행되고 있는 북쪽의 보건의료재정은 환자들의 부담은 없으나 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인력의 양성체계와 역할 역시 양쪽이 다르다. 북쪽에서는 정부가 모든 인력을 양성해 관리하고 있으나, 남쪽은 입학정원 조정과 교육기관 규제에 그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이 대부분 민간인 신분인 남쪽과는 달리 북쪽에서는 모두 공무원 신분이다. 따라서 양쪽 인력의 생산성은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남쪽에서는 보건의료시설·장비·의약품·소모품 등 물적 자원의 수급을 시장에 맡기고 있어, 공급이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으나, 지나친 경쟁에 따른 중복투자가 낭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북쪽에서는 정부가 직접 투자, 생산, 배분하고 있어 중복투자를 피할 수는 있으나, 수요 변화에 공급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설과 장비의 노후화와 의약품과 소모품 등의 부족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쪽 환자들은 자유롭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은 높으나, 중복진료에 따른 남용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정해진 단계에 따라 의료를 이용해야만 하는 북쪽 환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 중복진료 가능성은 없다. 특히 북쪽에서는 고려의학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의료이용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실시되고 있는 남쪽에서는 환자 본인이 진료비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므로, 부담능력에 의해 의료필요 충족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본인 부담이 전무한 북쪽 환자들도 한정된 재정 때문에 필요한 의료이용이 억제되고 있으며, 신분에 따라 충족도가 다르다고 한다.

결국 어느 쪽이건 보건의료수급과 관련해 형평성, 효율성 및 질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50년 넘게 각각의 제도를 운영해왔기에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남과 북이 통일되면 이처럼 다른 두개 제도는 단일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통합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의 형평성, 효율성 및 질을 높일 수 있는 보건의료제도로 단일화되어야 할 것이다. 부담뿐 아니라 보건의료이용, 그리고 건강의 계층간, 지역간 형평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증진 및 회복 면에서 비용 효과적인 기본적 보건의료는 부담능력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계층간 형평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 외의 부가적인 이용은 개인의 부담능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비용 효과적인 기본적 보건의료의 범위를 설정하고, 그 서비스 생산을 정부와 민간부문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수급의 미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역할을 증대해야 하며, 거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역할이 증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민간부문이 기피하는 서비스 생산은 공공부문이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부문 보건의료서비스 생산자들의 공익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재정을 국민총생산의 몇 % 이상 조달하고, 국민의료비중 몇 %를 환자가 직접 부담할 것인지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적 부문이 조달해야 할 재정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즉, 소득에 비례한 건강보험료 외에도 다양한 세원을 발굴함으로써, 부담의 형평성과 재정확충의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에 해로운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건의료재정의 일부를 추가로 부담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을 방지해야 할 뿐 아니라, 건강위해행위를 억제하여 국민건강증진과 아울러 의료비절감의 효과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건의료재정의 관리운영성과를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하기는 지역단위로 필요의 크기에 따라 배분하여 분산 관리함으로써 형평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의 서로 다른 보건의료제도가 혼란 없이 완전 통합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도 재정의 지역분산관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또한 통일 후 보건의료인력의 직종별 역할을 재조정해, 양성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통일 직전까지 배출된 인력에 대해서는 국가자격시험을 거쳐 일정 요건 이상일 경우에만 서로의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인력의 급격한 이동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 동일한 양성체계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활동지역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통일이 되어도 민간부문 의료자원을 공공부문으로 흡수할 재정력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북쪽 의료자원의 민간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이 일시에 위축되는 것을 막으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쪽 의료자원의 단계적이고 부분적인 민간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통일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통일 이후 보건의료정책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통일 이후의 보건의료정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이유는 사전에 철저한 사전대비를 하는 것만이 통일에 따른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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