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인영

[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인영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1.01.02 16:1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범위 무궁무진"

김인영 한양의대 의공학 교수

 

 

직사각형의 다소 길쭉한 모양을 한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김인영교수(한양의대 의공학)가 건낸 따끈한 차 한잔이 무척 반가웠던 것은 기상 예보대로 인터뷰를 한 날이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구실 한쪽 구석에 비스듬히 기대있는 야광 퀵보드와 국내 인디밴드의 락음악이 흘러 나오는 스테레오, 인터뷰 사이사이 연신 울리는 김교수 핸드폰의 징글벨 캐롤 소리가 뜻밖의 반가움을 준 것은 제쳐 두고라도 몇개월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김교수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기자를 환영하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고등학교때 아쉬모프와 파인만의 물리학 책에 반해 물리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부모님의 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뒤로하고 의대에 입학, 끝내 공학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국내 첫 의대출신 의공학 박사로 5명의 의대출신 의공학 동기들과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교수는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임상의공학센터에서 시작한 위전도계와 스텐트 개발로 97년 대한의용생체공학회에서 메디슨의공학상 최우수 논문상을 역대 최연소자로 수상하며 이와 관련한 국내외 9개 특허를 가진 의공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의사아닌(?) 의사이다.

“보통 전자제품이나 가정용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또한 그 제품의 최종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공학 제품들은 개발하는 사람은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의사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생산과 소비의 엄격한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공학을 하면서 의사라는 신분이 갖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이런 괴리감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김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의공학의 시작과 끝은 의사가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들의 풍부한 진료경험을 토대로 한 많은 아이디어와 소스가 의공학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의공학자들끼리 제품을 평가하는 현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 자신들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 대학의 의과대학과 MIT 공대의 교육 프로그램의 공유와 교류는 그 대표적인 예라할 수 있다”며 비교적 의학지식과 공학지식의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는 의공학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마련돼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때때로 느끼는 의사들의 공학에 대한 편견과 임상의로만 가야한다는 일종의 공식에서 벗어나는 것.

김교수는 의사들의 임상의로서의 길이 아닌 다양한 길로의 진출을 넓게는 의료라는 범주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의료의 범위는 무궁무진하고 임상만이 의사의 전부일 수도 전부도 아니다”며 의학과 공학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각오다.

앞으로 의공학의 세계적인 연구방향은 생체 신호계측 및 처리분야로 특히 휴대용 생체신호계측 기술 및 응용에 맞춰질 것이라는 김교수는 사회적으로 노인인구와 만성환자의 증가와 삶의 질 추구로 의료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반도체 및 정보화 기술을 토대로 한 사회전반의 정보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인 만큼 병원을 기반으로 하는 진료와 발병 이후의 진료, 침습적 진단·치료를 넘어 예방진료와 비침습적 진단·치료 및 개인건강에 대한 상시적인 체크라는 의료에 대한 파라다임의 변화가 올 것이란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의공학 연구도 전문화된 병원에서 사용될 고기능의 진단·치료기나 일상생활에서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진단·치료기의 두갈래 길이 될 것이므로 이 중 휴대용 생체신호 계측기술을 이용한 재택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과 이에 필요한 생체 신호계측 센서 이용기술, 생체신호 증폭기술, 생체신호 처리, 분석, 전송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자신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극하기 위해 의대에서 퀵보드를 타고 다니며 최신 유행음악에도 관심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김교수는 “한국의 의대생들이 의대에 입학하면서 자칫 자신들의 세계에만 몰입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미국과 같이 타학과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갈수 있게 하는 제도나 다른 과와의 적절한 프로그램 교류 등을 통해 의학에 대한 시각과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울의대를 다니며 각종 물리학 과목을 도강하기 위해 연건 캠퍼스에서 관악 캠퍼스까지 정신없이 돌아다녔던 학생시절의 아쉬움을 회상했다.

“내가 6년동안 배운 것을 활용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일을 할 수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의공학을 선택했다”는 김교수는 앞으로 50살이 되면 의사나 의공학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할 예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