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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철중

[2001신년]히포크라테스/김철중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1.01.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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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기 때문에…" 더 잘할 분야 많아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까지 취득하고 뒤늦게 의학전문기자의 길에 들어선 김철중기자(조선일보)는 우리 의료계에는 아직은 증례보고감인 희귀케이스이다. 소수의 길에서 분투하고 있는 그는 “의료대란이 의사출신 기자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지만 우리 사회가 의료와 복지에 눈을 뜨게 하고, 따라서 의사 출신 기자들의 전문성이 더 필요해졌다”는 말에서 자신의 영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김기자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경직성에 대한 질문에 한마디로 `늪'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자가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간단명료했다. 공부를 잘했고 특히 수학을 잘한 관계로 고등학교때 담임은 당연히(?) 이과로 교통정리해 주었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선택한 곳이 의대였다. 대학 가서는 매일 소설 읽고 연극하러 돌아다니다 8년만에 의대를 졸업하게 됐는데 돌이켜 보면 이런 과정이 기자 생활에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단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자신의 적성에 잘 맞고 또 적절한 정보를 갖고 진로선택을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의과대학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충분한 기간동안 준비해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법학, 유전학 등 다양한 전공 출신이 의대에 올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

최근 후배들을 만나면 의사의 전망이 어둡다며 어깨가 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동안 의사들이 진료라는 영역에만 머물러서 그렇지 의사라는 직업적 배경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또 오히려 지금까지 아무도 안했기 때문에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자는 비록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길에서는 비껴 서 있지만 “의사처럼 좋은 직업은 없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병원 취재를 다니면서 의사와 환자가 눈빛을 마주하며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아직도 절절히 느끼기 때문이다.

김기자는 90년 고려의대를 졸업한 후 고대부속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과정을 끝내고(모교에서 석·박사학위도 취득했다) 95년 진단방사선과 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

기자를 선택하게 된 것은 “그냥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김기자는 천성적으로 신문을 읽는 것을 좋아한단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 신문 3개를 1시간 넘게 읽는 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 사실 김기자는 임상강사시절 고대 언론대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기자가 되기 위한 포석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취재현장으로 유인한 고리가 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의학기사도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더군요. 하지만 의사는 언론을 모르고 기자는 의학을 몰라 이를 비평하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이 분야를 계속 해보자는 결심을 했는데 대학에서 교수로 남기에는 시간적인 문제 등 큰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아예 현장에서 일해보자고 마음먹게 된 것죠.”

김기자는 전문기자생활을 하면서 일반기자와 의학전문기자의 큰 차이는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의사이기 때문에 기사의 핵심에 빨리 접근해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는다. 기자나 취재원 모두 의학용어로 대화를 주고 받고 취재할 수 있어 둘다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요 취재원인 의사에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유리한 점. 신분은 기자라도 의사라는 동료의식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의 네트워킹 형성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의까지 취득한 후 늦깍이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덕(?) 기동력이 좀 떨어지고 뉴스가치 판단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아직 의사의 시각이 남아 있는 점은 단점일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의학 분야가 다른 분야의 뉴스에 비하면 주변부가 아니냐는 질문에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알수 있듯이 의료와 복지는 일반인의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며 의학전문기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분명히 했다. “사회부 기자들끼리 다음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는 미국처럼 의료와 복지제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의료와 복지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가 비로소 눈을 떳다고 볼수 있겠죠. 앞으로 의료와 관련된 문제들은 계속 주요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의료대란이 의사 출신기자들을 내적으로 마음고생시키고 외적으로는 무지하게 바쁘게 만들었지만 역으로 이번 파동을 통해 의사 출신 기자가 언론사에 왜 필요한지를 인식시킨 계기가 됐습니다.”


올 한해 의사들의 투쟁과 내부갈등을 의사의 입장과 취재기자의 입장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번민했을 김기자는 “지금까지 의사는 진료만 했으나 이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의사협회도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보건상 중대한 문제가 생길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연구자료를 내놓아야 한다”며 의사와 의사단체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또 “의협은 지금까지 제기된 비판을 수용하고 아울러 비판적 단체든 뜻을 달리하는 단체건 모든 것이 의협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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