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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신년]히포크라테스/서정선

[2001신년]히포크라테스/서정선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01.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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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지놈'은 숙명… 한국의학 혁명 뒷힘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이사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세계 의학계는 `휴먼 지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닻을 높이 펴고 일제히 희망봉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21세기 생명과학의 거대한 물결은 피할 수 없는 의학 혁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명과학 시대를 일찌감치 예감하고 휴먼 지놈의 청사진을 통해 대학실험실 벤처 1호로 당당히 명함을 내민 서정선 교수(서울의대 생화학).

동서양을 통털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차지했던 징기스칸의 영화를 휴먼 지놈을 통해 재현하려는 위험한(?) 인물. 실험실 한 구석에서 현미경을 들여다 보며 분자의학의 대가를 꿈꿨던 이 대학교수는 휴먼 지놈의 미래에 일찍 눈떴고,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을 출범시키며 20세기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정복자 징기스칸의 영화를 꿈꾸고 있다.

“21세기 지놈 의학은 의학 혁명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불행히도 휴먼 지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대용량, 초고속으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의 변화를 한국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혁명은 진행되고 있고, 지놈 의학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서 대표이사는 “휴먼 지놈분야가 아직도 이것이 남의 일로 강 건너 불 구경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며 “의약분업에 휘말려 미래를 보지 못한 채 내부적인 소모전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1987년 과학기술부의 요청으로 유전자 기능을 찾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유전자 산업분야의 가능성을 예감한 서 교수는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를 이끌며 연구에 정진, 유전자 이식 생쥐와 유전자 DNA칩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1997년 대학 실험실 벤처 마크로젠이 탄생했다.

“의학계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옛날처럼 상아탑에서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다 드러내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주어야 합니다”
서 대표이사는 기업가 정신이 교수의 창조적 정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연구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자본. 서 교수는 문제의 해답을 셀레라사에서 찾았다.

“1998년 5월에 만들어진 민간기업 셀레라사가 단 9개월만에 미국 정부가 10여년 동안 해 온 일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대용량 컴퓨터와 전자동 염기서열분석기 300대의 위력이 이를 가능케 했죠”

Public Sector(정부·학계)의 도덕성과 Private Sector(벤처·대기업)의 효율성이 어떻게든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서 교수는 대학을 통한 축적된 지식, 창의적인 도전정신 그리고 의료시장과 연결이 되어야만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산업 자체도 새롭게 발전하려면 이득을 내고 새로운 개발과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산업을 사회주의식으로 접근, 이익이 나서는 안되며 어떻게든 억제해야 하는 공공성만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카피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제약회사가 보건의료산업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뼈있는 지적을 했다.

마크로젠은 지난 2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생명과학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고, 순식간에 300개의 바이오벤처가 만들어졌다.

“벤처에 대한 환상과 거품 제거론이 제기되면서 상당수 바이오벤처들이 5억에서 30억에 달하는 충분치 않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록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다는 비판은 있지만 300여개의 바이오벤처가 각각에 포진할 수 있게 됐고, 민간에서 정부 투자의 10∼20배의 자금을 풀었다고 하는 것은 미래에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최근 손가락질 받는 벤처기업의 문제가 벌어진 것은 기업의 룰이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서 대표이사는 “이합집산을 통해 옳은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좌를 통해 500억 정도의 자금을 갖게 됐다는 서 대표이사는 “자본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놈 연구에 관한한 정부보다 몇 배 더 빨리 할 수 있게 됐다”며 “사회적인 책임감을 갖고 장기 투자자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3월 10일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의 상황을 혁명이라고 인식해야 함에도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부 교육은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으나 대학원 교육의 부실로 인해 학문적인 새로움이 의학 속에 침투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의학박사를 하나의 자격증 같이 생각하게 만든 것이 한국 의학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서 교수는 “지놈 의학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부분은 잘 알지만 전체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이 의학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 대표이사는 올해 서울대에 10만주의 주식을 기증한바 있다. 마크로젠의 이익은 첫째 투자자 둘째 연구진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대학에도 돌아가야 한다는 소신에서 비롯됐다.

“앞으로 서울대 뿐 아니라 한국의 대학을 살리고 한국 의학의 개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서 대표이사는 “적절한 시간이 되면 대학으로 돌아와 새로운 정보의학을 교육하고 접목시켜 의과대학의 개혁과 연구풍토를 바꾸는데 일조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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