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06:00 (토)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분쟁 조정법과 소신진료 보장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분쟁 조정법과 소신진료 보장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11.15 15:4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광송(의협 의무이사)

할 수 있는 것 부터 단계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이하 의분법)제정을 들고 나온지도 벌써 10년여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이렇다 할 법안의 골격이 확고히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법의 추진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양상인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거의 해마다 정기국회만 열리면 으레 의분법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곤 한다. 그러나 정작 딱히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쟁점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것 하나 우선 순위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이것 안되면 안된다, 저것 안되면 추진할 필요없다”는 등 이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 정부측 기타 사회측면에서 각기 입장을 내세우다보니 서로 양보없는 상태에서 견제만 하는 듯 확고한 법안조차 결정되지 않은채 논의가 거듭되는 가운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금년에도 이미 총리실 특발위에서 법안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시 의료계의 입장에서 볼 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골간으로 짜여져 있다는게 거의 한결같은 중론인 것 같다.

의분법 제정, 다함께 근본취지와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각 측면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법제정에까지는 쉽사리 의견접근이 어렵지 않겠나하는 전망을 하게 된다.

1981년도에 의협 공제회가 출범한 후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탄생을 기화로 무언가 법적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가칭)안을 추진키 위해 세미나 등 여러 갈래로 논의에 부쳐보기까지 한 것으로 기억되는 바, 당시 의료사고에서도 교통사고에서처럼 응분의 피해구제(보상)가 될 경우 형사처리특례를 적용토록 주장한 것이 추진의 골자였으나 법조계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더 이상의 추진을 기할수 없는 상황에서 행정심판제도를 원용하여 의료사고분쟁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분법 제정추진이 본격 대두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후 거의 반복하다시피 각 측면의 세미나 등 토론의 장이 계속되었으나 쉽게 의견의 폭이 좁혀지지는 않았다.

의분법에 거는 기대가 각기 다르긴하나 의료사고분쟁을 해결키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언젠가는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의료분쟁을 둘러싼 의료인과 환자측 모두는 이들 문제해결을 놓고 서로가 전전긍긍하면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것도 사실이다.

물론 의료사고 피해쪽을 자처하는 환자측에서 의료과오를 추궁하기 위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는 소송처리에 기대를 걸기보다 어느 정도의 피해구제(보상처리)만 이뤄지면 당사자 합의처리로 해결을 보는 것이 오랜 세월속에 사회적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합의해결로 도출되게하는 과정이 바로 `조정제도'의 실체가 아닐까 한다.

현행 공제회 사건처리과정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떠올려지는 것이 다름아닌 의료과실의 여부와 함께 합의액(보상액)의 산정이다. 하나의 사건에서 진료과정을 살펴보면서 어떤 잘못(과오)으로 의료사고(피해)를 야기시켰는가 즉 의료행위와 의료사고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나 일정한 제도적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밝혀내기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제대로 과오여부를 밝혀내는 장치(조사판정기구 등)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결과(피해상황)만 갖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결국 보상액을 놓고 씨름을 하게 되는게 상례이다.

따라서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이들 사고에 대해 의료과오가 있는지, 과오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에 상응한 보상은 어떤 규모(보상액)여야 하는지, 객관 타당하게 결정지을 수 있는 공인된 기구(기관)가 없는 관계로 사실상 이들 문제는 양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어 상호 시비분쟁(의료분쟁)을 낳게 마련이다. 문제는 일관되게 법적 소송으로 가게하면 되지만 각기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합의처리라는 방편을 선호하게 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제 의료계의 입장, 사회적 정서도 달라지고 있는만큼 의료분쟁의 양상도 과거와는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공제회 사건처리를 통해 짚어볼 수 있는 현상 역시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의료과오에 대한 조사·심사·판정기능과 더불어 피해구제와 연관된 보상액의 결정이 중요변수를 이루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현상에 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게 당면과제가 아닐까한다.
이제 의료분쟁 해결책은 의분법을 통해 전부를 실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접근책을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과제인 것으로 판단한다.

첫째는 현행의 관행적 처리를 거울삼아 이의 보완책 마련이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구제의 현실적 과제가 바로 보상장치이다. 이미 배상보험이 시장성을 추구하고 있듯 보상을 위한 재원조달인 것으로 보험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을 본격화해야 한다.

의료보험제도와 함께 의료피해보상을 무한배상으로 하는데는 역시 한계가 있으므로 일정기준의 유한배상을 목표로 하면서 그 이상의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입각 자기부담으로 하는 방안과 별도의 사보험으로 연계하는것도 모색할 일이다.

그동안 공제회 운영을 통해서 겪은 문제해결의 일차적 기조가 바로 보상을 어느정도 해줄 수 있는 능력(감당)의 유무가 중요 관건인 점에서 어느정도 객관 타당한 보상책임장치를 하는게 첫째 과제이다.

둘째는 의료사고를 둘러싼 책임여부와 관련 사고에 대한 조사·심사·판정기능이다. 현재 의료법에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있다. 운영을 위한 기본틀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 기구의 설치, 운영은 역시 보상하는 장치와 직접적으로 연계가 된 가운데 함께 가동되지 않으면 제 몫(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배상보험 계약 당사자(의료계 및 보험자)가 함께 공동운영시스템 차원에서 배상보험 사업의 신뢰도 증진과 안정적 정착을 위해 의료배상 심사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그나마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으로 본다.

셋째는 의료사고분쟁으로 인한 사건의 처리(의료피해구제해결)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법적처리로, 먼저 형사처리에 있어 응분의 법적 뒷받침을 보강해둬야 할 것이다. 지금껏 의분법에서 거론되듯이 형사처리특례 규정인 것으로 의료사고배상보험에 의해 사건이 해결된 경우 즉 쌍방간에 합의가 이뤄졌을때는 달리 형사상의 공소를 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러함은 현행과 같이 거의 관행적으로 합의 처리되는 의료분쟁처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달리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착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떠한 의료사고에서도 피해자측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거나 거의 명백하게 의료과실이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자측의 요구에 따라 응분의 법적처리가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법적장치는 현행 의료법상의 의료분쟁조항을 전면 개정하면서 반영시켜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끌고온 의분법 제정이 어느 일방의 요구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 제도시행은 단시일에 용이치 않을 것으로 보며, 다소 지향하는 목표가 다를지라도 우선 시행여건에 따라 한가지라도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 접근책을 펴가는 것이 올바른 순리가 아닐까 한다.

언제나 의료사고분쟁으로부터 위축을 받으며 제대로 소신진료를 할 수 없는 지금의 의료풍토에서 조금이라도 어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부터 챙겨가야 할 것으로 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