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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료전달체계 확립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료전달체계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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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1.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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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이화의대 교수·예방의학)

"서비스제공 구조·과정 유기적 연계를…"

 

 

의료개혁 과제로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화두는 그동안 의료정책 분야의 단골메뉴로 자리잡을 만큼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오면서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향후 해결방안 모색 또한 용이하지 않은 대표적인 정책에 속한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을 계기로 급류를 타고 있는 최근 의료개혁의 논의속에서 이제는 미봉적으로 대응하기엔 의료체계 발전을 붙잡는 결정적인 걸림돌로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계와 약계, 의료기관과 약국간 기능분담을 얘기하기 전에 의료기관간 기능분담이 전제되었더라면 현재의 갈등양상과 정도는 다소 달라졌으리라는 점에서 개혁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감마저 갖게 된다.

어쨌든 뒤늦게라도 의료기관간 기능분담이라는 전달체계 정비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논거에 의거한다. 즉 과거 비현실적인 의료보험 수가통제 및 진료비 심사규제를 받아 오면서도, 의료기관간 무질서한 경쟁체제하에서 그럭저럭 버티는 토대가 되었던 수입구조가 변화되고 의약분업으로 환자들의 이용행태가 달라지면서 의료기관간 기능분담에 따른 구조조정 없이는 의료기관 경영이 불가능한 현실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취약한 보험재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보험재정 수입구조의 개혁과 함께 지출구조의 효율성을 모색해야 하는데 보험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선 자원이나 기능중복을 최소화하는 공급체계의 개혁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정부에서도 진료권 개념과 환자의뢰체계를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정비에 노력해 왔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최근엔 주치의 등록제나 수가차등제 등의 도입을 통해 나름대로의 정책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실효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이렇게 그동안 시도해온 정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볼 때, 의료공급 구조(시설, 인력구조)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접어두고 주변적인 문제나 현상에 대한 대응에 급급하였기 때문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의료서비스 제공구조와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그동안 오랜 논의기간 만큼이나 이미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된 바 있기 때문에 새삼스레 참신한 개혁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제시된 방안들을 의료현장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 및 정책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총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접근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지면제약상 주로 공급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는 대안들중 몇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전달체계 정비를 위한 핵심적인 접근방안은 크게 3가지 방안으로 대별될 수 있는 바, 그중 첫째 방안은 일차의료 부문의 경쟁력 강화이며 요즘 흔히 `동네의원 살리기'로 표현되는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이는 3차병원으로의 집중 문제가 의료소비자의 대형병원 선호현상에도 기인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일차의료의 경쟁력 상실에 있으며, 이러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위적인 환자흐름의 규제만으로는 3차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가 떨어짐을 이미 의뢰체계 실시를 통해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차의료 부문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된 바 있지만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과제가 주치의제도인 것 같다. 주치의제도에 대해선 복지부(1996)나 새정치국민회의(1998), 대한가정의학회(1999)에서 제시한 방안들이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취약한 우리의 일차의료 부문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서 현실적으로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으나 세부 정책내용 및 집행과정, 그리고 정책여건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의 전제조건이나 정책방향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등록료를 포함하여 주치의 서비스에 포함되는 행위들에 대한 적정 보상 및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현재 전문의 중심의 의사인력 구조를 감안하여 주치의 범위에 대한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 또한 전화상담이나 가정방문 서비스를 지원해 줄 인력풀을 확보해야 하며 주치의간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급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주치의 서비스의 내용 및 질을 높이기 위해선 서비스 개발 및 관리를 정부가 직접 관장하기 보다 공급자 조직이 중심이 되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이러한 제도운영에 대한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반여건을 조성해가는 한편, 전문의 중심의 인력구조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은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의료기관간 관계를 경쟁관계에서 상호 협력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기능조정 방안이다. 의료기관간 비효율적인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기능분담이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기능을 축소하고 입원중심의 기능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입원기능을 없애고 외래중심 기능으로 역할이 분담될 필요가 있다.

특히 3차 의료기관의 경우엔 대폭적인 외래기능 축소와 의뢰환자 중심의 진료로 제한하며 교육·연구기능의 확충을 통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기능전환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교육, 연구기능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고도진료에 상응하는 수가가산이 전제되어야 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동안 이러한 방향조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장 구조조정에 가까운 변화의 폭과 재원조달 부담 때문에 미뤄온 실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달체계의 문제는 3차 기관의 올바른 기능정립을 포함하지 않고선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거시적인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지원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은 개방형 병원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란이다. 그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정부나 의료계 모두 적극적인 도입유인을 갖지 않았던 관계로 실행여건은 극히 미비하며 현실 적용 가능성을 놓고 이론이 분분한 실정이다. 최근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시설 공동이용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었으나 역시 상징적인 조항일 뿐 세부 실행지침은 부재한 실정이며 국내 극소수 병원에서 실험적 시도의 형태로 머물고 있다.

그러나 개원의의 대다수가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는 현재 인력구조의 특성상 개방형 병원은 검토가능한 소수 대안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개방형 병원 역시 신중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적극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접근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개방형 병원의 대상은 대형병원보다는 종합병원(400병상 이하) 또는 중소병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보완적인 관계로의 전환이 가장 시급한 부문이기도 하고 공급부문중 정체성이나 위상이 모호하여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거점 병원의 경우엔 지역의 한정된 재원을 적절하게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개방형 병원체계가 실제 운영되기 위해선 수가체계(의사와 병원진료비 구분)가 정비되어야 하고 의료사고 및 분쟁에 대한 조정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실행여건의 미비를 고려할 때 당장은 전체 입원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기 보다 검사서비스 등 책임소재와 비용구분이 명확하고 관리가 용이한 서비스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아울러 예측하지 못한 실행상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기 위해 국공립병원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며 민간병원의 경우 세제감면 혜택과 가산율 지원 등을 통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기관별 기능분담은 기본적으로 투입자원을 달리 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력과 시설의 구조조정을 통한 기능별 투입자원을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력개편이 핵심사항으로서 이는 현재의 전문의 중심 인력구조의 개편을 의미하며 병원의 인력수급, 의사인력조정과 관련된 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실행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력구조의 변화는 지금부터 시도해도 4∼5년뒤에나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개원의 인력과 세부 전문의 인력양성을 구분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전체 전문의 인력수급 방안을 단계적으로 재조정하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아울러 일차의료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유인 방안의 병행도 인력구조 변화를 위한 적극적 대안중 하나이다.

거듭 부언하지만 현재 전달체계의 문제는 힘들지만 근본적 문제해결에 대한 단계적이고 체계적 접근, 그리고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의 현실기반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접목시켜가는 꾸준한 노력외에 해법이 없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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