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7:53 (일)
[2003신년]노인보건의료/호스피스 터미널케어

[2003신년]노인보건의료/호스피스 터미널케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2.02 14:2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대석(서울의대 교수 내과학)

호스피스 터미널케어

 

한국노인의 사망원인

노인에서 사망원인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노인에서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암'이다.


노인에서 뇌졸중의 문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으나, 노인병과 암은 별개의 문제처럼 접근되고 있고, 이들 노인 암 환자의 60%이상이 결국 암으로 임종을 맞게 되는데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지 못하다.

Cure vs. Care?


노인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일반 성인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노인 환자들은 적극적인 `care'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노인의학(geiratrics)의 근간은 `care'(돌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의료제도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반성해 볼 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암이 의심되면 대부분 1차나 2차의료기관 보다는 3차의료기관으로 환자가 가게 된다. 진단과정에 필요한 CT나 MRI와 같은 고가장비의 보급율면에서는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로 대표되는 항암치료면에서도 의료제도나 기술면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된 문제는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이상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상태에 이르렀을 때이다. 항암치료를 해오던 3차의료기관에서는 임종을 기다리는 장기입원 환자인 말기 암환자에게 퇴원하여 거주지의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권유하게 된다. 1,2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1, 2차 의료기관들이 이들 환자를 돌볼 여건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기 암 환자들은 통증조절을 위해서는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데 까다로운 법 규정 때문에 대형병원이외에서는 마약의 취급이 지극히 어려우며, 또 환자의 사망에 따르는 의료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도 보호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느 의료기관도 이들을 반기지 않으니, 이들은 급하면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또 기존의료에 대한 불만족을 `대체의료'라는 사이비의료행위에 내 맡겨, 환자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 보호자는 경제적 고통 속에 임종을 맞고 있다.

말기 노인 환자를 위한 의료제도


이미 선진국은 물론이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지아 까지도 말기 암 환자들이 편안히 임종을 맞도록 `호스피스' 제도를 의료제도의 한 분야로 법제화하여, 말기 암 환자는 집에 거주하면서, 의료인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통증 조절 등 여러 가지 의료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까지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는 비교조차 되지 못하는 후진국 상태이고, 그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 의료인도 고통 받는 말기암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은 방문하여 돌봐주어야 하는데, `왕진(往診)'이 현행 의료 제도 하에서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오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의료는 특성상 다양한 직종이 함께 노력해서 공동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team approach가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살핌'은 의사혼자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며, 다른 직종의 care-giver (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사업가, 성직자 등)들과 team을 이루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의사의 역할은 care-giver team을 이끄는 team leader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같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완화의학(palliative medicine)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요망된다.

현재의 의료제도에서는 의사의 왕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간호사의 방문간호(가정간호사업)를 노인환자의 care에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지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맺는 말


불치병을 가진 말기 노인환자 진료의 기본은 care이다. Care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호스피스의 제도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종교단체의 자선 혹은 선교운동차원의 접근으로 호스피스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자선 혹은 선교차원의 운동으로 호스피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이며, 왜곡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호스피스는 의료문제이며, 의료제도의 한 축으로 정착하여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또 말기 노인환자의 보살핌은 의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관련된 분야와 함께 접근하는 team approach를 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의료인의 적극적인 인식이 요망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