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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총론

[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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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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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수(의협 정책이사)

총론

 

대통령으로서 풀어나가야 현안들이 많이 있겠지만, 정치·경제·사회·통일문제 뿐 아니라 보건 의료계의 문제들도 다른 것에 못지 않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최고 결정권자로서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안정될수록 보건의료문제는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안정된 사회일수록 보건의료문제는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보건의료문제는 그 정책적 우선 순위가 항상 후순위였고, 그저 구색 맞추기 정도의 정책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떨어져 있었고, 사람들 관심 밖에 있다보니 사실은 국민들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임에도 보건의료문제는 누구에게나 잘 모르는 정책, 너무 어렵고 복잡한 정책으로 인식되어 그 파급효과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엄청난 오류가 발생될 개연성이 항상 존재하는 구조인 것이다. 과거 의약분업 파동의 와중에 김대중대통령이 세 번씩이나 국민들에게 사과 표시를 하고 속았다는 표현까지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의료정책 결정과정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일인 것이다.

보건의료정책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가지면 정책 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와 역대 정부는 이제까지 의료를 복지로만 생각 했다. 과거 보릿고개로 살아 남는 것 자체가 당면 과제이던 시절에는 의료는 혜택이고, 복지의 요소가 강했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욕구는 다변화,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도 복지보다는 산업의 성격이 보다 강해지고 있다.

WTO 도하 아젠다의 의제로 의료시장개방이 올라와 있는 것에서 보듯이 의료는 이미 단순한 복지가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산업적 측면의 경쟁력에서 보면 한국의 의료계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기술수준 또한 세계시장에서 능히 통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의료를 단순한 복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지난 10월 헌법재판소는, 의료보험 요양기관 강제 지정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의료보험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하는 제도도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이 제도가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제도라는 인식 아래 진료별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료인에게 의술 발전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의료기관이 의료보험 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요자인 국민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펼치더라도 국가는 공급자가 국가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권고를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의 부실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의료서비스 제공의 상당부분을 공공의료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공공의료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아주 미약한 편이다. 이러한 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갑자기 증대되면서 마치 민간의료의 활성화가 공공의료의 부실을 초래한 것처럼 오도되고 있는데 여기서 냉정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해방직후 취약한 사회적 기반과 경제적 수준 때문에 우리에게는 공공의료를 확대할 여력이 없었으며, 취약한 의료 인프라 속에서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의료에 의존한 것은 정책적 결정이었던 것이다. 결국 민간의료는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국가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을 담당해 왔는데 이러한 민간의료에 대한 배려 없이 공공의료를 갑작스럽게 무조건적으로 확충을 한다면, 양측의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공의료가 확충되고 충실화되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나 그 방법에 있어서 그 동안 국민보건의료를 위해 국가를 대신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던 민간의료에 대한 배려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의약분업 이전까지 수천년동안 의약일체의 사회적·문화적 관습을 유지하여 왔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에 근거하여 구성되었던 의료보험은 그러한 관습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른 나라가 통상적으로 진료수가 관리 시스템과 약가 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가동시켰던데 반해 우리는 진료수가를 통해 전체 재정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상당히 효과적으로 전체 재정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에도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전체 재정관리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제도에 맞게끔 체계적인 약가관리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여 정착시키는 것이 전체 의료시스템 왜곡을 막는 급선무란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 한국 보건의료의 커다란 틀이 새로운 시대변화와 사회발전에 부응하지 못하여 수요자와 공급자,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 불만이 가장 많은 제도라는 것을 직시하여 원칙을 지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 의료백년대계의 새로운 기틀을 다져주기를 기대한다. 후보 결정과정부터 국민경선제 등의 도입으로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시작되었던 대통령선거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불과 57여만 표차로 당락이 갈린 것에서 보듯이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으나, 결국 국민들은 안정보다는 도전을, 현상유지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 16 대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부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노무현 당선자에게는 넘어야 할 벽들이 많이 있다. 국민경선 등을 통한 국민적 관심사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거의 30%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기권을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현 정치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야 할 책임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는 지역감정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일부 몰표 현상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이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것도 노무현 당선자에게 주어진 책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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