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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죄다 망칠 '겁없는 판사'

국민건강 죄다 망칠 '겁없는 판사'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5.02.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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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판사 "왜 꼭 의사한테 진료받아야 하나?" 어이없는 주장 펴

현직 판사가 이른바 '민간의술'을 소개하고 권장하는 책자를 펴내 세간에 화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인 H씨가 펴낸 이 책은 민간의술의 다양한 치료사례를 수록하고 있다. 그런데 H씨의 '저자의 변'이 매우 당혹스럽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목적은 민간의술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 의료법의 모순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란다. 주장의 핵심은 "병만 잘 고치면 됐지, 의사면허가 있든 없든 그런건 중요치 않다"라는 것이다.

H씨는 자신이 민간의술로 지병을 고쳤던 경험과 함께 지난 92년 무면허 침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일, 94년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에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던 일 등을 자랑스레 늘어놓고 있다.

의사나 한의사들은 환자의 20~30% 밖에 치료하지 못한다는 근거없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대한민국 의료법은 의사나 한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가서는 치료받지 못하게 한다"며 의아해 한다.

판사인 H씨는 의료 면허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면허제도가 무엇인가. 면허를 가진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가. 당연히 아니다. 너도나도 '전문가'를 사칭하며 사리사욕에 눈 먼 자들, 즉 '사이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국민을 위해 법시스템을 수호해야 할 판사가 스스로 법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고, 특정 전문인과 국민 사이를 이간하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성적이지 않다.

민간의술의 존재와 효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효능이 있다면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 제도권으로 흡수돼 허가받은 전문가의 손으로 시행돼야 하는 것이다.

안병민 가톨릭의대 교수(대전성모병원·내과)가 1998년부터 4년간 급성 간 손상으로 입원한 439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1%(49명)가 각종 식물제제에 의한 간 손상 환자로 나타났다. 식물제제는 다름아닌 버섯과 컴프리 같은 민간요법에 쓰이는 식물들이었다.

 판사 H씨에게 묻고 싶다. 이 환자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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