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행정법원 판결
'튀는' 행정법원 판결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2.14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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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한달동안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3건에 대한 판결을 했다. 모두 동일한 재판부에서 나왔는데, 의료계의 예상과 엇갈린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 '한의사도 CT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로 현재 항소 진행중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서 의료기사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의료기사가 CT를 사용한 이번 사건은 당연히 위법 판결이 나올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법률에서 금지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방사선사일 뿐 한의사는 아니다"며 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하급심인 행정법원 판결에서는 드물게 판결이유에서 법률 개정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둘째, 지난해 12월 28일 선고된 판결로 약사가 처방전에 대한 대체조제시마다 일일이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사전에 동의했다면 위법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의사인 형과 약사인 동생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된 오리지널 약품 대신 값이 저렴한 제너릭 약품을 썼다. 이 역시 의료계는 약사법에 대체조제시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위법 판결을 점치는 의견이 많았으나 결론은 정반대로 나왔다.

셋째, 올해 1월 11일 선고된 "혈액투석시 환자 상태를 고려해 일반적인 주 3회보다 많은 주 4회를 한 데 대해 심사평가원이 획일적 기준으로 삭감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이전에 심사평가원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원고인 의사는 대부분 패소했었다.

의료계에서는 법률 전문가인 재판부의 판결 자체는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선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의료의 전문성 및 의료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잣대로 제단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자의 눈에는 재판부가 원고의 법적·사실적 피해와 권익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비친다. 3건 모두 정부기관을 상대로 원고가 승소했다.

특히 'CT 판결'의 경우 당초 관할 보건소가 한방병원에 CT 설치 허가를 내줬다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이 점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공무원의 중대한 실수였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한방병원 입장에선 설치 허가를 내준 보건소가 다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선 의료계의 주장이 수용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리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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