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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1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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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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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1984년 뉴욕대학병원의 L양 사망사건을 계기로 의료사고의 원인이 수련의를 혹사하는 제도상의 모순에 있음이 지적되어, 뉴욕주에서는 수련의근무시간 제한을 규제하고 있다. 그후 수련의교육감독기관인 ACGME(Accreditation Counse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에서도 전국적으로 근무시간제한을 권유한 바 있으나, 강제성을 띤 규제가 아니므로 유야무야되어 왔다.

이에 대한 1만2,000명 수련의의 단합된 반발로 AMA와 ACGME에서는 새로운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 내년(2003년 7월)부터 실시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법규가 아니다.
따라서 수련의근무시간을 법제화해서 강행하게끔 하는 법안이 연방 상하원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2002년 5월 30일) 존 홉킨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수련의 폴 정(Paul Jung)은 미국전국수련의를 대표하여, 수련의를 부당한 임금(싸구려 월급)으로 혹사하고 있는 미국전국교육병원과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쟁의라는 단순한 범주를 넘어, 이 소송이 성공하는 날에는 미국시장경제를 진동시킬 antitrust(독점금지법)소송이라는 점에서 크게 사회적 주목을 끌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대변천에 따라 소비자(국민)에 대한 서비스제공자(의사)로 변모한 직업인으로서 정당한 근무조건과 합당한 보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수련의의 전통을 뒤집고, 수련의 역할변동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역사적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수련의는 대학원학생과 같은 신분에서 탈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직업인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즉 학생시대의 연장이 아니라, 자격증 가진 의사로서 병원의료의 주역으로 역할변동을 위해 발돋움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의 결과를 기다리며, 여기 관련된 여러 문제를 소급해서 논의해 보기로 한다.

 

주 100시간 이상 근무 중노동

수련의협 노조 결성 적극 대응

일하며 배우는 직업인 자리매김

병원 의료 주역 발돋움 움직임


환자보호 위한 규제-전화위복

1984년 3월 약물사용전력이 있는 18세 여자 L양은 고열과 정신혼동으로 뉴욕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서 한밤중(오전 2시)에 내과병동에 입원했다. 세균검사결과를 기다리며 2명의 수련의에 의해서 치료를 받았으나, 입원 후 4시간만에 사망했다. 그리고 불충분한 치료 때문에 죽었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되었다.

이러한 죽음은 마약사용자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한때 빈민가에 있는 병원에서는 거의 매일 겪는 일이며, 검시관(Coroners office)에 보고만으로 종결짓는 일이 보통이다.

L양의 경우는 일류 대학병원에 입원했으므로 미국 평균이상의 진료를 받았다고 하겠으나, 영향력 있는 변호사인 L소녀 아버지의 요청으로 죽음에 이른 과정의 조사를 뉴욕주 대배심원(Grand Jury)에 의뢰하게 됐다(주:L양의 의료사고 에 대해서는 앞으로 쓰게될 '미국의 의료과오 사례'에서 다시 논할 것임).

대배심원 조사에서 지적되기를 환자는 주치의나 경험 많은 스태프의사의 감독이 없이 수련의(인턴과 레지덴트)에 의해서만 진찰치료 받았으며, 수련의들은 모두 16시간 이상 계속 근무한 피로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진료와 약물사용에 불충분한 내용이 있다고 발표했다. 완전무결한 의료만을 기대하는 심사관들은 L양의 죽음은 충분한 치료로 방지할 수 있었던 의료사고라고 판정했으며, 사고원인은 수련의를 장시간 혹사하는 의료제도의 잘못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의료사고' 내용을 일일이 열거해서 뉴욕보건부가 설치한 '의료문제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의료행위인데도 털어서 먼지 안날 수 없고, 심사관 앞에서 의사는 신(神)이 돼야만 하는 것이다.

보고서를 검토한 특별위원회는 1987년 6월 뉴욕 보건부에 대한 건의문을 통해서, 당면한 의료문제의 제도상 시정방안을 발표했으며 그 중 특히 수련의의 근무시간제한을 강조해서 언급했다. 즉 수련의의 계속근무시간은 응급실의 경우 12시간, 그 외는 16시간을 초과하지 말아야 하며 또한 근무시간은 1주에 7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기에 대해 대뉴욕지구 병원협회에서는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협회에서 건의안을 분석한 결과 그대로 따르기 위해서는 2,045명의 의사와 974명의 의사보조직원을 채용해야 하며, 그러자면 50개 뉴욕병원의 연 총비용에 2억400만 달러가 추가로 소요되는 터무니 없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그후(1987년 10월) 특별위원회는 부득이 건의서를 수정하여 다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뉴욕 보건부는 수련의근무시간을 계속근무는 24시간(16시간 대신), 그리고 1주에 80시간(72시간 대신)으로 규정하여 각 병원에 통보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생긴 이러한 규제는 주정부 감독아래 전국에서 뉴욕지구의 수련의에게만 적용되어 왔다.

환자보호를 위한 L양 사건판결이 결과적으로 고질적인 수련의혹사에 제동을 걸게 되고, 뉴욕주 수련의는 큰 혜택을 입게 되었다.

L양 사고이전에도 대 뉴욕지구와 워싱턴지구의 수련의연맹 5천명은 근무시간 16(계속)/72(1주)제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나 의료기관은 없었다. 그러던 중 L양 사고를 계기로 수련의들의 소원이 성취된 셈이니, 우연히 가져다준 행운이라 할 것이다.
 

수련의보호 위한 규제-진정서

2001년 4월 30일 시민단체와 미국의과대학생연맹, 그리고 미국수련의협회는 공동명의로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ssociation. 직장안정 및 건강협회) 당국에 "법으로 수련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주:OSHA는 1970년에 창설된 연방의회자문기관이며, 그 역할은 전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을 확보해주는데 있다).

미국의 모든 수련의들은 매주 100시간 이상 일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진정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수련의들은 교통사고와 우울증과 유산(流産)을 유발할 사고율이 높다. 연방정부는 수련의 근무시간을 제한시켜야만 한다. ACGME에서 작성한 '근무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미국내 대부분의 병원은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다수련의 근무시간을 제한함으로서 수련의교육의 질을 높일 뿐 만 아니라, 환자와 수련의의 안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ACGME(Accreditation Counse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의사교육평가신임위원회)의 역할은 미국의학의 110개 전문분야에 걸쳐 교육받고 있는 전체수련의 교육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평가^검토함으로써 수련의교육을 신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는 수련의를 위한 교육활동, 환자진료책임 및 감독, 근무시간, 프로그램자료와 활용 등에 관한 표준지침을 수련의교육기관에 통보해 준다.

그리고 이 지침에 의한 교육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모든 교육병원에 대한 평가는, 수련의면접을 비롯한 현장감찰을 주기적으로(1~5년. 평균 3.7년) 실시해서 책정하고 있다. 교육지침이 가장 잘 이행되고 있는 병원이라도 5년에 1회는 감찰을 받아야 한다.

ACGME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미 수련의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체용하고 각 교육병원에 시달한 바 있으나, 하등 강제성이 없는 규제이므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수련의조합대표는 말한다.

진정서에서 수련의들은 근무시간 1주 80시간, 계속근무 1주 24시간 미만, 그리고 24시간 계속휴식을 1주에 최소한 1회로 하는 연방차원의 규제를 OSHA서 강요, 책정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수련의교육목표달성을 위해 고도의 교육과 환자진료의 안전성 및 효율성은 물론, 이와 함께 수련의자체의 안전성도 유지해야만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교육효과가 성취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수면부족으로 수련의가 당하는 고통은 우리 의사들 모두 겪은 바다.
과거에는 환자보호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근무시간제한을 요구해 왔으나, 이제 1만2,000명 회원을 과시하는 수련의협회(Committee of Interns and Residents)는 노동조합(Union)으로 발전하여 노동자의 전국조직인 A.F.L.-C.I.O.의 산하단체가 되어 '직장인의 안전과 건강보장'을 위한 쟁의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모체요 후원자여야 할 AMA와 모교(Medical School)와 전문의학회를 쟁의대상으로 겨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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