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재미 의사·의학칼럼니스트)

　-새로 나올 피라미드음식은?


의회에서 USDA 성토

USDA(미국연방 농업부)의 피라미드식추천이 미국인의 비대증을 증가시키고 건강을 악화시켰다는 연구논문이 속출했다. 체중과다를 염려하는 미국인에게 선풍적으로 유행중인 닥터 Atkin's Diet는 USDA의 피라미드건강식과는 정반대이며 보통 미국음식에서 육류는 그대로 먹되 탄수화물만을 제한하라는 것인데, 이 Atkin's Diet가 학계일부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펜실베니아대학팀이 1년간 연구조사한 바에 의하면, 탄수화물 제한음식의 단시일간(1년 정도) 계속 섭취는 육류 제한음식보다 훨씬 건강식이 되며, 체중감소는 물론 심장병의 위험요소도 훨씬 낮춘다는 놀라운 사실이 보고됐다(NEJM 2003년 5월 22일자).

AHA(미국심장학회)에서는 2000년까지만 해도 탄수화물을 권장하는 저 지방식 라이프-스타일이 무조건 좋다고 해왔으나, 지금은 부정하고 있다. 백미, 흰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이 미국인 2/3의 체중과다와 미국노인 44%의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의 주범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엔 단백질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으나 영양실조자를 제외하고 풍요한 현 사회에서 절식한다고 해서 단백질이 부족할 염려는 없고, 총 칼로리의 10∼15%면 충분한 것으로 되어있다.

USDA는 국민에게 탄수화물 음식 외에도, 우유제품도 적극 추천해 왔다.

2002년도 업자들은 피자음식 장려를 위해 [치즈 먹는 여름]이라는 구호를 정하고, 전국적인 치즈판매 캠페인을 벌였으며, 이것이 성공하여 1년간 1억 파운드의 치즈판매실적을 올렸으며, USDA는 이 캠페인에 2억 달러($200M)를 지원했다.

그리하여 국민건강음식관리를 USDA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었고, 급기야 의회까지 비화됐다. 이 문제에 대한 의회청문회에서 F상원의원은 USDA를 두고 비난하기를 “그들이 하는 일은 농산물(곡식, 목축, 우유제품 등)을 증산하고 그 판매를 증진시키는데 있으므로, 그만큼 국민의 비대증 증가에 공헌하고 있다. USDA는 건강음식추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건강식을 관리하게 하는 일은 마치 늑대에게 양계장 감시를 맡기는 일과 다름없다. 건강식 주관을 연방 보건부(Health & Human Service)에 당장 이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정계(의회)와 학계가 주시하는 국민건강식 주관부처가 의회에서 주장하듯 HHS로 이관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기존 피라미드음식은 실제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서 과학과 의학문제에 예민한 미국의회와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볼 때, 필자의 머리는 고국으로 향해진다. 과학지식이 결여된 지도자가 속세의 조류에 휘말려 전통의학 육성법을 운운 했어도, 공부하는 선량들이 이를 저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앞장서는 자가 하나도 없는 고국의 현실이 너무나 한심하다.

빗발치는 비난에 대응하듯 USDA는 지난 9월 10일(2003년) 발표한 담화문에서 피라미드음식의 잘못을 시인하고, 흰빵과 백미대신 `정제하지 않은 곡물'을 섭취할 것과 Trans-fat의 위험성을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업자들은 식물성지방은 무조건 몸에 좋다고 과대 선전한 결과, 미국가정에서는 버터대신 마가린이 대치됐고, 프렌치-프라이 튀김과자 도넛 등 Fast food가 미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이러한 음식에 건강을 가장 해치는 Trans fat가 많은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오랫동안 굳어진 미국의 음식문화를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기름진 음식이나 튀김에 순수한 식물성 지방인 콩기름과 들깨기름을 전통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Trans fat의 문제점을 피하고 있다(세계백세연구회 한국대표인 서울의대 박상철 교수의 말).

그리고 USDA는 다음 3단계 과정을 거쳐 2004년 여름엔 새로운 피라미드음식을 국민에게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단계 1: 전문연구기관을 통한 정보수집을 한다.
단계 2: DHHS와 USDA 과학자의 협조를 얻어 새로운 피라미드음식을 작성하여 전문자문기관인 건강식추천위원회에서 검토케 한다.
단계 3: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한 후에, 2005년 초까지 새 피라미드음식을 확정한다.


하버드 피라미드 음식

6층 피라미드신축:하버드대학팀이 대규모 역학조사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의하면 과거 미국인의 심장병 감소현상은 운동과 금연 등 라이프-스타일 개선으로 성취되었고, 반면 피라미드음식은 건강한 자들에게 더 해를 끼쳐왔다고 했다.

새 피라미드음식을 적용한 연구조사결과는 심장혈관질환의 뚜렷한 감소를 보였으나(남자 40%와 여자 30% 감소), 암의 위험도는 감소되지 않았다.

개축한 피라미드도 완전무결한 건물이 아닐 것이므로 더 많은 전향적 추적조사를 하는 중이라 한다. 그러면 앞장에 적은 건강식내용을 참고해 가며, 〈도표〉에 기재된 하버드대학이 고안한 새 피라미드그림을 해독하기 바란다.

피라미드 기초토대:지상 6층을 지탱하는 지하의 철근 콘크리트 즉 삼각형 저변 밑바닥은 “매일 육체운동과 체중관리”로 적혀있다. 20세기가 저물 무렵부터 운동이 건강의 제1요소로 부각되었으며, 심장병과 많은 암 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중과다자의 체중관리에는 칼로리를 제한하되, 영양가 있는 소식이 필수적이다.

1층:항상 많이 먹으라는 음식은 왼편에 적힌 좋은 탄수화물(정제하지 않은 곡물 즉 검은 빵, 오트밀, 현미 등)과 오른편의 식물성 기름(올리브유, 카놀라, 대두, 강냉이 해바라기, 땅콩 등)이다. 1층 음식은 칼로리에 구애받지 말고 많이 먹어도 무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2층:야채는 얼마든지, 그리고 과일은 1일 2∼3회분 섭취하라는 추천이다. 주식이 아닌 부수적인 음식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인체에 가장 유익한 건강음식이다.

3층:어느 정도 많이(1일 1∼3회분) 먹어도 좋은 건강음식으로 견과(땅콩, 호도 등)와 콩 종류(두부 등 콩 제품)가 있다.

4층:생선, 가금고기(닭고기 등), 계란 등은 합쳐서 1일 최고 2회분까지 추천하고 있다. AHA는 오래 전부터 미국인에게 그들이 싫어하는 생선을 1주에 2일 이상 먹는 습관을 갖도록 장려해 왔다.

5층:우유제품(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은 미국인이 많이 먹던 음식이나, 1일 1∼2회분으로 제한하라고 되어 있다.

6층:피라미드 정상은 반드시 제한해야할 음식이며, 붉은 고기와 버터, 그리고 정제한 곡물(백미, 흰 빵, 흰 국수 등)과 감자, 케이크 등 설탕음식이다.

특기할 일은 Tran-fat 음식은 아예 족보에서 삭제되었다. 먹지 마라는 말이다. 건강을 위해서 매일 종합비타민과 심장에 좋다는 술 1∼2잔을 미국인에게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술이 몸에 맞지 않는 동양인에겐 금주가 더 좋을 것이다.


지중해음식 닮은 새 피라미드

동양인이 좋아하는 식물성 음식은 인체에 좋은 것이 많고 서양적인 동물성지방엔 나쁜 것이 많다〈표 1〉. 하지만 과거처럼 “식물성 음식은 무조건 건강식이고 지방은 모두가 살인자다”라는 개념이 달라졌다.

새 피라미드음식은 흰 쌀밥과 흰 빵을 줄이고 정제되지 않은 곡물(현미, 검은 빵 등)을 먹도록 추천했다. 그러나 생선과 식물성음식 특히 콩 종류와 견과는 그대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변형된 음식을 지구상에서 찾아보면 바로 1960년대의 지중해지역이 여기에 해당되며, 그곳 사람들은 전체 칼로리의 40%나 되는 많은 지방섭취를 하는데도 다른 서구국민과는 달리 심장병 발생률이 아주 낮고 평균수명이 길어 장수하는 민족이었다. 1950년대 유럽 7개국에 의한 연구조사에서 그리스의 크레타섬 사람들은 지방음식을 아주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심장병과 암이 적고, 당시 세계에서 수명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과거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풍부한 야채와 과일, 콩 종류와 견과,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섭취하고 매일 올리브유(불포화지방)를 상용하며, 붉은 고기대신에 생선과 우유제품을 먹고, 식사 반주로 포도주 한 두 잔을 마셨다.

특히 매일 평균 사과 1파운드(보통크기 4개)를 먹는 등 채소과일을 많이 먹고, 그들 특유의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 1개는 80칼로리 밖에 안되고, 섬유가 풍부하여 천천히 소화되므로 빨리 배고프지가 않아 더욱 건강식이다.

하버드보건대학과 그리스 아테네의대의 공동연구논문 Adherence to a Mediterranean Diet and Survival in a Greek population(지중해음식 집착과 그리스인의 생존율)이 최근 발표된바 있다(NEJM 2003년 6월 23일). 그리스인 2만2,043명을 연구에 참여시켜 그들의 전통 지중해음식 집착정도를 0에서 9까지 등급(9가 집착도 가장 높고, 0이 가장 낮음)으로 분류하여,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이 4년간에 사망한자 275명(그 중 심장병사망 54명, 암 사망 97명)을 대상으로 음식집착등급과 심장병 및 암으로 인한 사망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로 반비례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전통 지중해음식에 집착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았으며(심장병 사망률은 33%, 암은 24% 더 낮음), 결론적으로 지중해음식이 수명을 연장시키는 건강식임이 확인됐다.

지중해 연변국가 중에서도 그리스의 후진지역에 속하는 크레타(Crete)섬에서는 많은 늙은이가 아직도 옛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건강식의 메카는 바야흐로 오키나와에서 지중해 크레타섬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