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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은 동서절충식-1

건강식은 동서절충식-1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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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 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음식 피라미드가 바뀐다


EBM에 바탕 둔 새 건강식

지금까지 미국의학회와 연방정부는 전형적인 동양식을 모방한 건강식 지침을 국민에게 추천해왔다. 특히 1992년 연방정부 농산부(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의 추천건강식 Pyramid Food(도표 2)는 미국 국민의 음식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 왔다. 그 후 미국인의 가장 큰 건강문제 관심사인 콜레스테롤수치와 심장혈관질환은 다소 감소했으나 크게 기대했던 정도는 못되고, 더구나 체중과다와 비만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여러 전문학계는 여기에 의문을 갖고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연구 결과, 미국인이 과거 10년간 건강의 금과옥조로 믿어왔던 피라미드 건강식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키나와프로그램 등 종전의 연구를 토대로 한 건강식개념은, “서양은 동양식에서 배우라”는 내용이었고 필자의 책자(한국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에서도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동양식이 추천할만한 이상적인 음식이 되지 못하며, 진짜 건강식은 동서절충식이라는 사실이 10년 연구결과의 최신정보다. 그래서 건강식의 세계 모범지역이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지금은 희랍의 크리트 섬으로 이동하는 중이며, 학회의 추천음식이 동양식으로부터 지중해음식으로 대치될 날이 멀지 않았다.

USDA는 연방 보사부(Health & Human Service, HHS)협조를 얻어, EBM에 입각한 신형 피라미드구축을 준비 중이다(다음 장에 설명함). 10월 20일자 타임지는 일부 정보를 입수하여, 건강식 특집을 냈으니 일독을 권한다.

그러면 최신 연구문헌을 인용해서, 건강식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허와 실]을 3회에 걸쳐 논의하기로 한다.


비만증 계속 증가


체중과다와 비만증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관절염과 더불어 여러 암(유방, 대장, 신장 식도암 등)을 유발하는 미국인의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로 남아 있다.

Archive of Internal Medicine(2003년 10월 13일)에 게재된 [Increase in Clinically Severe Obesity in U.S.]라는 비만조사논문은 지난 15년간 심한 비만증은 4배로, 그리고 체중과다증은 2배로 늘어났음을 경고했다. 현재 미국인 3인중 1인이 체중과다형이고 이로 인한 성인병 Metabolic Syndrome에 미국노인 44%가 걸려있다.

50년 전만 해도 심한 비만증 원인은 호르몬이상이라고 여겨왔으나, 지금은 생활습관과 유전인자에 관계된다고 판명되어 평생체중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지방질은 gm당 칼로리가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높으며 직접 체내저장도 용이하므로 지방음식을 줄이면 비만증이 치료되리라 믿어왔으나 최근 이것이 잘못된 추정으로 밝혀졌다.

지방음식 섭취를 줄임으로써 오는 체중변동에 대해 무작위 대조실험한 최신연구에 의하면, 처음 몇 개월간은 매월 몇 파운드씩 체중감소를 보지만 장기간 추적결과 체중감소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피라미드 식품에서 추천하듯 육류지방음식 일부를 탄수화물로 대치했어도 체중은 오히려 증가하고, 인체에 도움이 되는 점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이 입증되었으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필요악 음식이라 할 육류지방에는 몸에 유익한 여러 비타민과 무기물질 등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고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백미, 흰 빵, 흰 국수 등) 속에는 이러한 유용물질이 결여되고 설상가상으로 음식 흡수과정에서 체내의 영양소를 소모시킨다. 그리고 탄수화물은 급속도로 소화흡수분해가 되어, 혈당을 급속도로 올린다. 혈당상승은 혈액인슐린상승을 촉진시키며, 이들(혈당과 인슐린)의 높은 수치는 심장에 해로운 물질로 작용하여 장기적으로 심장병 유발인자가 된다.

체중증가와 직접 관련된 중요한 기전은 인슐린상승결과 혈당이 정상이하로 내려서 허기증을 유발하게 되어, 자꾸만 음식을 찾게 된다. 그리하여 탄수화물 음식대치는 식욕을 증진시켜 더욱 많이 먹게 되며 그 결과가 체중과다와 비만증이다. 이와 같이 탄수화물은 지방과는 다른 기전으로 심장병을 유발하고 체중을 증가시키는 달갑지 않은 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추천한 피라미드음식이 비만증의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이 최근에 일고<&27842> 있으며, 이 비난이 의회에 비화되기까지 했다.

여담이지만 USDA식단에 따라 체중을 줄이려다가 실패한 많은 미국인은 심장병에 대한 장기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검정 없이 시중의 상업적인 체중감소 건강식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영합하듯 출판된 건강식 책자 [Atkin's Diet]는 미국베스트셀러가 되어 몇 천만권의 매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인은 체중감소문제에 예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많은 동양인처럼 체중을 줄여 날씬한 건강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건강하게 체중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영양식을 섭취하되 적게 먹는 것, 즉 지방만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적게 먹는 일 뿐이다. 일본인 스모선수의 돼지 같은 뚱보는 쌀밥에서 온 비만이다. 추측하건데 세계에서 평균체중이 제일 낮은 곳은 필자가 목격한 바로는 기아선상에 헤매는 북한을 제외하면, 일본인일 것이다. 일본인식단은 우리 한국인에겐 적다는 불평이 있지만 영양가는 충분하다.

4백년 전 그들의 건강지침서 양생훈(養生訓)에 나오는 첫말이 `소식(小食)이 무병(無病)'이라 했는데, 이 말은 현대의학에서 운동과 더불어 건강유지의 핵심을 이룬다.

소식내용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라는 해답은 다음 장에서 논의키로 한다.


동양식에서 동서절충식으로


여태껏 피라미드음식의 골자는 쉽게 말해서 서양인의 주식 육류지방을 줄이는 반면, 그만큼 탄수화물(동양인의 주식)로 대치하라는 내용이다.

1992년 이전 미국인음식은 전체 칼로리의 40%가 육류지방이고, 단백질 15% 그리고 탄수화물 45%였는데, USDA는 육류지방을 30% 이하로 줄이고 탄수화물 50% 이상 그리고 나머지를 단백질로 추천했다. 참고로 일본인의 육류지방섭취는 전체 칼로리의 약 10%에 불과하다.

육류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올리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내림으로써 심장혈관질환과 여러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나쁜 음식이므로 섭취를 줄이고, 그 대신 쌀밥, 국수, 빵, 시리얼 등 탄수화물(동양인처럼 전체 칼로리의 50%이상, 도표 2에서 1일 6∼11회 분)로 보충하라는 것이 USDA의 추천이었다. 즉 피라미드 음식(3각형)에서 가장 많이 먹으라는 저변음식은 탄수화물이고(도표 1), 이 음식의 장려로 미국인들은 배가 고프면 과자와 칩과 빵을 요기로 채웠으며 그래서 더욱 비만해졌다.

고금을 통해 건강의 제일 음식인 야채와 과일을 대량 섭취하라는 추천은 현재도 변함이 없으나, 전에는 감자를 과일로 간주했고 그 결과 감자튀김(감자튀김은 인체에 좋다는 식물성기름을 사용하지만, 여러 식물성기름은 일단 튀김이나 마가린 등으로 고체화되는 경우는 나쁜 지방산인 Trans-fatty acid를 형성하여, 건강유해물질로 돌변한다)이 가장 인기음식이 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는 붉은 육류(쇠고기 등)와 흰 육류(닭 등)를 동격으로 동물육류로 취급하되, 해가 적은 흰 육류를 택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날개 가진 가금(家禽)종류는 동물이 아니며, 가금고기는 인체에 해가 적은 것이 아니라 생선에 버금가는 유익한 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과거 USDA에서는 EBM에 바탕 둔 장기적인 연구 없이 추상적인 이론만을 갖고서, 미국인의 심장병이 육류지방 탓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했으며, 동물성지방은 나쁜 반면 탄수화물은 무조건 좋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잘못 주입시켰던 것이다.

정부의 추천음식은 결과적으로 미국인의 체중과다와 비만증만 크게 증가시켜, 정부가 구축한 피라미드의 재건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지구상 이상적인 건강식메뉴는 한때 동양식이라 일컬어 왔으나, 이제 뒷걸음쳐서 지중해 쪽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이다.

그러면 앞으로 신축할 피라미드는 현재의 것과 어떻게 다른 양식으로 구축될 것인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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