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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감축

의대 정원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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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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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의대정원감축의 필연성

 

1. 미국의대 교육혁명 Flexner Report

1900년대 초까지의 미국의대교육은 난맥상을 보여 주로 개원의들이 참여한 영리위주의 불실 의과대학이 많았으며, 전국 의과대학수는 166개*나 되었고 교육내용도 속성으로 개원의 양성을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주: 인구증가 2배 이상, 그리고 국민소득이 10배가 넘은 2002년 현재 미국 의대 수는 125개이다).

1904년 의학계지도층은 이러한 모순을 통감한 나머지 AMA로 하여금 영구적인 기구로 의학교육평의회(Council of Medical Education)를 설치하기에 이르렀으며, 여기서 전국의 의대를 평가조사하고 등급을 매기게 하였다. 이 작업은 자동적으로 불실 의대를 정리하는 결과가 되어, 1910년에 이미 미국의 의대 40개가 줄어들어 총수 126개가 되었다.

의학교육의 질을 높여야한다는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가운데 1910년 이를 위한 연구실천기관 '카네기재단'이 출범했고, 연구소장인 Abraham Flexner는 독자적으로 전국의과대학에 대한 철저한 조사평가를 지휘하게되었으니 1910년은 미국의대교육의 혁신을 이룬 획기적인 해라고 하겠다.

Flexner 소장은 그의 소신이라 할 "미국의학교육의 암적인 존재는 과다한 의대 숫자다. 의학교육개선의 길은 과다한 불실 의대를 없애는 길밖에 없다"는 말을 실천에 옮겼으니, 후세의 의학도는 그를 미국 의학교육의 혁명가요 은인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1910년에 나온 그의 보고서 'Medical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는 미국의학사의 고전으로 되어있다. 여기서 Flexner는 의대교육목록과 실제 의학교육이 상반됨을 들추어내면서, 수준미달의 의대를 폐쇄할 것과 종전의 개원의 주도의 의대교육에서 탈피하고, 의대를 미국대학교(University)에 종속시킬 것을 강력 주장했다. Flexner가 바라는 참다운 이상적인 의대교육은 오직 학술적인 훈련에 있으며, 이를 위해 지역적으로 대학교 과학부와 밀접히 연결된 임상교육을 실시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AMA의 강력한 지지아래 Flexner의 의대교육 혁명결과 1915년엔 의대가 96개로 감소되었으며, 1930년에 이르러 미국의 의대는 76개로 압축되었다. 그 이후 인구증가와 국민소득 급증에 따라 1960년이래 의대 학교 수와 입학생수, 그리고 졸업생수의 변동은 〈표 1〉과 같다.

미국의학은 1900년 이전에는 〈표2〉에서 보듯 유럽에 훨씬 뒤졌으며, 60년대 필자의 미국수련의시절 독일유학(수련의)했다는 연로한 미국의사들이 있어 의아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1900년에 들어서면서 미국의학이 독일을 앞서며 유럽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연코 세계정상을 견지하고, 세계인구의 5%밖에 안 되는 미국이 노벨 의학상의 과반수를 독점하게된 데는 Flexner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표 2〉의 USA선(미국의학업적)이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늘을 찌를 듯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 국민보건을 염려한 나머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의대에 대해 무자비한 통합과 숙청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현재 한국서 논의되고있는 의대정원 10% 감축은 약과라 하겠다.

2. 한국은 의사 과잉시대 예고

신설의대난립과 전통의학공존으로 한국은 다음 A와 B가 명시하듯, 불원간 세계 정상국가들을 앞질러 의사과다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글은 필자 책에 발표한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료"와 일부 중복됨을 알린다.

A: 의과대학 입학정원(인구 10만 명당).

한국 8.7(의사 7.1 + 한의사 1.6)

미국 6.5

일본 6.1

캐나다 6.2

A의 요점: 한국의 의사생산은 세계 최고부유한 나라(미국 일본)을 앞지르고 있으며, 장차 의사과다를 예고한다. 그리고 중국과 더불어 한의가 거국적으로 국민보건담당의 동반자가 된 유일한 나라이다.

B: 의사 수(인구 10만 명당)

한국: 2002년 현재-- 152(한의 22 포함).

2005년 예상-- 184(한의 27).

2010년 예상-- 205(한의 32).

GDP 1만 달러 시기의 의사 수.

미국: 136

일본: 127

옛 소련(출처: The Soviet Medical care)

1974년: 525(의사 315 +feldshers 210)

1950년: 209(의사 146 +feldshers 63)

B의 요점: 소련은 사회주의 용병으로서의 의사와 유사의사(feldshers)를 대량 생산했다. 한국도 한의사를 포함해서 대량생산하고 있다. 붕괴한 소련의 의학은 질적으로 유럽 최하위권에 속했다.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의사는 군인처럼 용병역할을 한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대량 양산할 수 있으며, B에서 보듯 1950∼1974년 사이에 2배 이상의 의사가 늘었고, 속성으로 양성한 대리의사(feldshers)를 합하면 그들의 의사 수는 자본주의국가의 2∼3배나 된다.

한국정부가 내세우는 숫자, 즉 전시효과를 노리듯 한의사를 포함해서 활동의사 수를 명시하는 통계는 망한 소련의학의 feldshers의 망령을 상기시키니, 국민의 의료비낭비와 저질의료가 바로 그것이다(참조: 다음의 4-소련의 Feldsher 및 5-WHO 견해).

해방 후 한국의학은 일본의학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가 6·25후 급속도로 미국화 되어 갔으니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군사정권초기에 전통의학이 합법화되어, 현재는 중국인민공화국의 의학 즉 중의(中醫)와 보조를 같이하는 이원적 의료체제를 갖게됐다.

한국이 애써 되찾았던 전통의학인데 비해, 일본에서는 과학입국을 모토로 선진국에 들어설 때, 즉 1875년에 이미 결별해버렸던 것이다(필자의 '란의학'참조).

충분한 재원을 갖춘 국민개보험과 성공적인 의료현대화를 이룬 일본은 80년대 초부터 세계최장수국의 축복을 누리고있다(필자의 '건강수명'참조).

그런데 한국의학은 현재 세계최하위 의료국가 중국의 '의료동맹국'이 된 듯하니, 두 나라만이 지구상에서 전통의학을 고수하고있기 때문이다.

한심하다고 할 '중의(中醫)'의 현주소에 관해서는 필자는 직접 목격한 바 있고, 또 중국의료계를 시찰하고 온 분들에 의해 많이 소개된 바 있으니, 여기에 생략한다.

3. 의사과다로 해결 못하는 3D의료와 외국의

미국에서 소외지구의 의사부족을 메우려고 일찍부터 벽지장학금이나 흑인의대생 장학금제도를 설치하여 빈민가와 산간벽지의 의료문제해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장학생들은 일단 의사가 되고 나면 어떠한 구실을 찾아서도 도시나 쾌적한 곳을 찾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위만 쳐다보는 인간의 일이라 막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이러한 회색지대해결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한때 외국의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던 것이다. 백인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동남아와 쿠바 출신의사들은 더럽고 위험한 지역에서 어려운 일을 감당하고 있다.

정부와 AMA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던 미국의료계의 3D분야를 이들 외국의사들이 담당하고 있으니, 미국정계나 의료계지도자들이 외국의사에 대해 불평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이지 미국의료종사자의 23%는 외국의대졸업생이며, 영국의사의 20%는 인도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다.

이렇듯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기나라 의사인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분야를 외국출신의사에 의존하는 묘법을 이용하고있다. 의사과다생산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벽지보건요원확보는 군복무 면제혜택 등 용이한 방도가 있는 줄 안다.

많은 의사들이 양지만 찾아가는 요즈음, 미개국의 의료문제도 어렵게만 되어가고 있다. 과거처럼 기독교선교 활동하는 의료사업이 줄어들고, 식민지독립이후 외부에서의 인도적 지원도 살아져가고 있다. 그래서 현재 아프리카 등 미개국에서는 국민보건을 위한 의사확보가 최대과업으로 되어있다.

미국과 유럽의 의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200명 전후이고 세계적으로 평균 25명인데 비해, 가장 가난한 25개국은 인구10만 명당 4명에 불과한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개발도상국가의 의료개선을 위해 2000년도까지 주민 5천명에 의사 1인(인구 10만 명당 의사 20인) 그리고 주민 1천명에 간호사 1인이라는 우선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나, 관계국의 태만과 시장원리와의 상극으로 이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지구화시대에 이러한 문제는 WHO의 영향력발휘로 국제적으로 조만간 풀어나갈 문제일 것이다.

옛 일제시대의 한지의(限地醫)나 소련의 Feldsher는 이러한 후진지역에 필요한 인력일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 유사의료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4. 한지의(限地醫) 그리고 Feldsher

일제시대 의사밑에서 진료를 도운 경험이 있는 의사보조원이 시험을 거처 '제한된 의사자격증'을 얻어, 일정한 지역에서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한지의 제도'가 있었다. 당시의 경제사정으로서는 충분한 수의 의사양성 할 능력이 부족하던 때라, 이 제도가 무의촌해소를 위해 유일한 편법이기도 했다.

'한지의'는 과거 군사강대국소련의 Feldshers 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에서만 실시할만한 제도였다.

한국의 부실 NHI(국민개보험)과 의사과잉은 자칫하다간 열악한 사회주의의료를 닮아갈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서, 소련의 의사와 Feldshers를 한번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구 소련의 의사는 정부의 용병에 불과했으며 2장의 표 B에서 보듯이, 필요에 따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상품과 같은 존재였다.

1973년 소련정부 보건부가 발표한 제10차 5개년 의료계획에서, 이상적인 의사 수를 382명(인구 10만 명당)으로 책정했었다.

소련에서 의사가 되는 선서문(The Oath of a Doctor of the Soviet Union)은 '히포크라테스선서' 비슷한 내용에 더하여, 소련국민과 정부에 대한 충성(a Soviet doctor's lofty calling and duty to the people and the Soviet government)을 맹서하고 있다. 1개 정권(공산당 정부)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 군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의사로 임명되면 일정기간 정부에서 지정하는 지역(주로 벽지)에 가서 봉사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의무연한이 차면 고향에 돌아와서 일한다. 그래서 도회지의 의사 수* 345에 대해 시골은 179의 비율이다(1974년. *주: '인구 10만 명당'을 앞으로 생략해서 적음).

소련의사 가운데 여의사가 한때(1950년대) 77%까지 차지한 것은 좋으나, 그들의 봉급은 형편없었다. 1972년 통계에 나타난 직종별 수입은 일반사무직과 수공업 노동자월급이 평균 130루블이고, 의사월급은 지위에 따라 100∼145 루블에 불과하다. 30년 이상 근무한 고참의사의 최고월급이 170∼180 루블이며, 우대받는 특수기술자나 고급관리와는 거리가 먼 액수다.

의사 수 315도 부족해서, 속성으로 양성한 Feldshers(의사조수 또는 한지의)를 대량생산(인구 10만 명당 210명)해서 일부지역에서는 '한지의'처럼 완전한 의사행세를 하게끔 했다. 따라서 의사와 Feldshers 합쳐서 525는 당시 부유한 자본주의국가의 의사 수의 4배나 되는 숫자다. 중국문화혁명시의 '맨발의 의사'를 연상시킨다. 이 숫자는 광막한 러시아 전체국민의 보건의료를 커버한다는 정부의 전시효과가 있을 뿐, 그들 의료진의 질이 한국군 위생병보다 나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수준 높은 국민보건의 길은 충분한 의료투자와 적정 의사수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의사과다는 전시효과 이외에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의료후진국 소련의 예가 좋은 교훈이 된다.

5. 의사과잉도 의료후진국 현상

이제 막 GDP 1만 달러에 올라선 선진국 한국은 2002년 현재 의사 수 152명(의사 130+한의 22)으로 OEDC(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제시한 적정의사 수(인구 10만 명당 150)에 접근했다.

의료경제학자와 보건전문가에 의하면 의사과잉 즉 적정의사 수를 크게 초과하면, 국민보건에 득보다 해를 초래하게 된다. 의사과잉으로 발생되는 과다의료창출로 국민의료비가 증가되고, 또한 과거 사회주의국가였던 동유럽국가에서 보듯이 의료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기 마련이다(WHO 지적).

특히 한국에서는 불실 국민개보험(NHI)으로 인한 저수가 때문에, 합당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 1인당 5분 진료라는 빨리빨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여기에 의사수가 많아지면 불요불급한 의료가 횡행하게 된다.

WHO에서도 "적정한 수의 의사가 있는 곳에 의사를 보충하는 일은 명백한 금전낭비"라고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드문 곳으로 의사를 파견하면 주민의료에 도움을 주지만, 이미 의사포화상태인 지역에의 의사보충은 진료에 도움은커녕 주민의 의료비만 상승시킨다고 지적했다.

오래 전부터 의사다량생산으로 이름난 필리핀서는 의대졸업생이 택시운전기사나 학교선생으로 전직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만일 이러한 자에게 자기건강을 맡긴다고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중동이나 동유럽 등 일부 중진국에서의 의사과잉 현상에 대해서도 WHO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분야의 불균형과 의사교육부족으로 질적으로 자격미달한 의사들이 국민보건을 위협할 것이라고 평한다. 동유럽 여러 나라 의사 수는 30년 전 냉전시대에 이미 200명(10만 명당)을 초과했었다. 선진국 가운데 이탈리아는 인구 10만 명당 의사가 500명이 넘어 달갑지 않은 사회상을 보이고 있다.

여담이지만, 지난 6월 그곳 여행했을 때, 여행안내자가 필자(미국의사)에게 들으라는 듯이 "이탈리아서 의사는 흔해빠져 대우받는 직업이 아니지요"고 말했다. 진담 섞인 농담이었다.

여러 가지 모순을 안고있는 한국의료계의 최근 기쁜 소식은 대통령자문기구인 의료제도발전특위에서 만장일치로 2003년부터 의대입학정원 10% 감축을 의결했다는 보도다.

100년 전 미국에서 국민보건향상을 위해 의대감축을 시도하여 성공했듯이, 한국에서 의료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로 경하할 일이었다. 그런데 실무자인 교육부의 저항을 맞아 곤욕을 치르고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6. 상식 양식 그리고 지식

국가원수의 청에 의해 전문가와 학자들이 의결한 국가대사를 실무부처가 반대하니, 상식에 어긋난 일이며 그들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근래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학위수여에 있어, 동일과정을 이수한 의대졸업자임에도 한 그룹엔 학사학위를 그리고 다른 그룹에는 석사학위수여라는 상식 밖의 희극연출을 한바 있다. 고시에 비유하자면 대학검정출신의 고시합격자는 주사(主事), 대학졸업합격자는 사무관, 그리고 대학원졸업합격자는 서기관에 임명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양식도 지식도 없는 처사다.

지난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난, '해외동포법'만 하더라도 누가 봐도 한심한 법이었다. 동일한 혈통인데도 고국에 부담주지 않는 동포만이 혜택을 받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없는 동포'는 우리 형제가 아니라는 법안이었으니, 양식은 커녕 양심도 없는 법이었다. 1997년에 원래 법무부에서 작성해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혈통주의'에 근거한 법이었으나, 실무부처인 외교부의 반대로 위와 같은 불순한 법이 생겨났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철퇴를 맞아 마땅했지만, 실무자의 책임도 추궁해야할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의대정원감축에 대해서도 국가원수자문기관과 학계대표의 권위를 무시하는 실무부처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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