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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7:53 (일)
"앉아서 망하란 얘기냐?"

"앉아서 망하란 얘기냐?"

  • 송성철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5.0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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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가동 병원장 집단 반발

12월 28일 긴급회의 건정심 불참 결의

 MRI(자기공명영상)를 가동하고 있는 전국 병원장들이 수가수준에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전 7시 312월 28일0분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전국병원장회의에 참석한 112명의 병원장들은 "정부가 제시한 MRI 수가는 의료기관의 경영을 막바지로 몰아가는 무신경한 처사"라며 "납득할만한 MRI 수가가 제시되지 않는 한 건정심 회의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향후 건정심 회의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국병원장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MRI의 급여전환과 수가결정 과정을 보면 정부가 과연 의료기관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선진 외국이나 국내 관행수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정부 수가안이 결정될 경우 의료의 질적 저하는 물론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원장들은 "정부가 대승적인 견지에서 MRI수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의료계의 역량을 총집결하겠다"고 결의했다.

 회의에 앞서 유태전 대한병원협회장은 "예산도 없으면서 MRI는 물론 sono(초음파)까지 보험급여를 하겠다고 인심을 쓰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수행은 의료기관들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주어 결국 그 피해를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성토했다. 유 회장은 이러한 선심성 보험정책을 "무정부 상태와 마찬가지인 보험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효길 의협 보험부협회장은 "보험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종속관계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의ㆍ병협이 공동으로 수가 뿐 만 아니라 심사기준과 내용까지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감 대한영상의학회 이사장은 "최근 MRI 수가 결정을 위해 건정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여기에서 느낀 점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의료행위에 대한 시장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MRI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 병원경영에 주름살이 더해질 뿐 아니라 검사의 질이 저하되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석현 병협 보험위원장(동국대 일산불교병원장)은 "그 동안 19만3640원을 제시한 정부안과 23만1949원을 제시한 영상의학회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해 왔으나 의료계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부안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안 대로 MRI수가가 결정될 경우 대처방안에 대해 갖가지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종적인 행동은 회장단에 위임키로 했다.

 긴급 전국병원장회의에 이어 박효길 의협 보험부협회장·허 감 영상의학회 이사장·최종욱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와 유태전 병협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로 진행한 의·병협, 학회·개원의협의회 공동 모임에서는 12월 27일 건정심 회의에 의료계 대표가 불참한 이후에도 정부에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차기 회의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12월 29일 열리는 건정심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정부안대로 MRI수가가 결정될 경우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는 전국병원장들의 결의가 내려진 만큼 의·병협 공조 하에 의료계의 역량을 집결해 나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의료계가 납득할만한 MRI수가가 제시되지 않는 한 새해 벽두부터 의·정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지방 중소병원장은 "정부안대로 수가가 정해지면 병원예산의 3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병원 망하라고 부채질 하는 것"이라며 "결코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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