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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교수 이기주의 산물

약대 6년제 교수 이기주의 산물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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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제 교과과정은 4년제 뻥튀기

직능변화와 신약개발 등 시대적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추진된다는 약대 6년제가 사실상 약대 교수들의 교수이기주의, 교과목 이기주의의 산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약대 약제 개편 정책연구팀에 약계측이 제출한 6년제 교과과정안을 본지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학점만 불리는 방식으로 교과목의 통합·조정의 이루어지지 않아 약계측이 주장하는 직능변화을 이루기에는 함량미달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중훈 약계측 대표가 정책연구팀에서 발표한 6년제 교과과정안은 기존 4년제의 160학점을 연장된 2년간의 시간을 226학점으로 단순 산술식으로 학점을 늘리는 방식이다.

제출안을 분석해 보면 ▲현행 학과목과 학점을 그대로 둔 경우(전공 제외) 15개 과목 ▲현행 학과목을 그대로 두고 학점만 변경 추가한 것(교양 12학점 증가 포함)이 15개 과목으로 40학점 ▲신설 학과목 12개 과목 51학점이 늘어나 6년제 학제시 226학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사과목정리 과목이 4개 과목에 불과한데 이를 감안할 경우에도 현 4년제 약대의 졸업이수학점 160학점에서 70학점 정도가 늘어나, 현 4년제의 교과과정을 바탕으로 단순히 학점만 불려 놓은 것이다.

교육부 제출안은 2003년10월 한국약학대학협의회가 마련해 복지부에 제출한 약대 6년제 표준과정을 토대로 약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교과과정의 개정은 교과목의 통합과 조정이 기본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학과목을 자신의 기득권으로 삼고 기존 학과목을 고수하는 방식으로 연장된 2년을 학점 늘이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약사직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히 기존 4년제의 틀을 깨고 새 판을 짜는 것이 원칙이나 교수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짜집기식 학점만 불려논 것이다.

지난 2002년 한국약학대학협의회 산하 약학교육개선 특별위원회는 약학교육내실화 및 약사인력 양성제도 개선 방안의 연구 방향을 "일단 커리큘럼의 개정을 통한 교육의 내실화였으나 제약학, 임상약학, 창약학의 3대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잡힌 교육은 학점 수 등의 제한 때문에 기존의 커리큘럼의 개정 보완만으로 도저히 달성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6년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교육부에 제출된 교과과정안은 기존 4년제 학제를 토대로 임상약학이나 실험실습을 단순 보강하는 수준으로, 몇몇 교과목을 보충하고 단지 2년의 시간만 늘려 놓는 식이어서 소위 약계가 염원하는 직능변화는 커녕 약대교육의 질적 저하와 함께 교육비 부담으로 약대가 비인기학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화약대 민일기 교수는 "한국의 약학계는 약사직능을 위해 소소한 이익을 떠나 교과과정을 대승적으로 개편하고, 임상약학과 실무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약대 6년제도 그런 방향으로 논의되고 추진되어야지 기존 교과과정의 연장이나 확대로서는 교육자원의 낭비요,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약사회는 면허상호 인증 등 WTO DDA에 대비하고 4년제 졸업으로는 미국약사면허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대 6년제를 추진하다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약대 6년제를 위해 마련한 커리큘럼을 함량미달이다는 지적이 약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1일 약학교육제도의 변화와 팜디과정'세미나에서 영남약대 유봉규 교수는 "표준교과과정을 마쳐도 임상약학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미국에서 교육인증을 받기 조차 힘들다"고 밝혀 약학대학협의회가 마련한 표준교과과정안이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약사회는 이웃 일본이 올 5월14일 법을 개정, 2006학년도 부터 6년제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약사직능의 질적 변화를 위해 먼저 국가시험을 개정하고, 후속조치로 대학에서 커리큘럼을 개정케 하고, 교육연한 연장문제를 장기간에 걸쳐 검토해 왔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 타 학제의 개편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추진돼 왔다는 특성이 있다.그러나 약대 6년제는 약계 내부의 요구에 의해서 추진돼 왔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볼 때 결국 약대 6년제는 교수들의 과목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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