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06:00 (금)
신상진 옥중서신 1

신상진 옥중서신 1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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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동지 여러분!
지난 11월 겨울을 이기며 시작한 우리의 투쟁이 어느덧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폐업 철회 이후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진료실을 지키고 있을 여러분들의 답답함이 저의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투쟁이 끝나지 않은채 여러분의 곁을 떠나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늘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에 평소와 매우 다른 환경이지만 이것이 우리 7만 의사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더욱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투쟁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의사로서 의사답게 사는 길을 위해 투쟁하였습니다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우리의 존재 근거인 진료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였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의약분업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투쟁은 의약분업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폐업투쟁을 정리하며 또 제가 구속 수감되었어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해습니다. 아니 얻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왜나하면 우리의 진료권을 지키는 투쟁이 의약분업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회원들이 폐업투쟁을 시작하면서 '다시는 뭉치기 어려운 기회이다 끝까지 투쟁하자'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진료실에서 또 일상생활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의사임을 잊고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의사로서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법으로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결입니다. 단결하는 사람들은 절대 패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코 패배해서는 안된는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후배들을 위해 또 국민들을 위해 우리의 진료권은 반드시 회복되어야하고 존중되어야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힘겨운 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모두 단결하고 뭉친다면 절대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7만 동지 여러분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주지 맙시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의 형제입니다.

서로 감싸주고 위로하며 한발한발 전진합시다 우리가 원하는 의약분업이 되고 우리의 수입이 안정되면 무엇하겠습니까? 가족이 붕괴되면 그 순간 모든 성과는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단결만이 살길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단결이 저를 외롭지 않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의지가 저를 덥지 않게 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2000년 7월 9일
대한의사협회장 김재정, 옥중에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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